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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Gray의 팜

손혜원 사건

Mr Gray

2019.01.21


하나 비슷한 사건을 상상해보자. 


환경운동가가, 재활용 더 빡세게 해야 한다고 해서 환경운동을 하면서 재활용 자동화 AI 업체에 투자하고, 이게 앞으로 유망해진다. 이게 지구에도 나라에도 너에게도 좋은 일이다 하면서 지인들한테도 투자하라고 권하고, 그러고 살던 와중에 국회의원이 되고, 여전히 또 앞에 언급했던 투자와, 지인들에게 투자 권유를 지속하고, 국회 환경관련 상임위 활동을 하고, 환경부에 압력 넣고 해서 국가가 재활용 자동화 AI 지원예산을 편성하게 만들고 그래서 자기와 투자했던 지인들이 다 대박이 났다고 치자. 환경이 개선되고 등등 다 좋아졌으니 이 사건은 아무 문제가 없는가?




처음에 뭔가 해서 이것저것 봤더니 역시나 나이브한 손혜원이 공직자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구나 하고 생각했고, 사안으로 따지면 서영교가 훨씬 문제인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진행 경과가 점점 더 가관이다. 


자유한국당쪽의 공격이 손혜원-김정숙간의 친분을 공격한다던가 대중들에게 더 선정적으로 인식될 

투기 이런쪽으로 몰리는 것에 더민주(라 쓰고 대깨문이라 읽자) 지지자들의 감정이 상할 수는 있다. 


근데 이건 정말 이론의 여지 없이 손혜원이 잘못한 사안이다. 


심각한 위법행위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직자 윤리는 심각하게 위반한 사안이며 

검찰이 어떻게 법적용을 하느냐에 따라 불법이 될 수도 있다. 


은행 감독기관인 금감원 고위직들이 지인 아들 취업 좀 잘 봐달라고 은행에 전화 돌렸다가 

지금 금감원에서 여러명 감옥을 갔다. 손혜원이 문화체육관광부와 목포시에 한 행동이 압박이 아니면 도대체 무엇이 압박인가? 이해충돌의 방지와 직업윤리에서 손혜원은 완벽히 잘못을 저지른거 아닌가?


좋은 일 했으니 잘못이 아닌가? 대놓고 했으니 죄가 아닌가? (대놓고 할 동안 아무도 뭐라 안했다며 지금 뻔뻔하게 굴고 있다 그때 차명 거래하는 것도 다 알리지 그랬나?) 


한국인의 윤리기준은 너무나 주관적이다. 몇개 사례를 들어보자. 


1. 지분 20% 남짓 갖고 있는 대기업 총수가 수재민이든 불우이웃돕기든 뭐 좋은 일 하자고 회삿돈 100억을 회사 이름으로 기부한다. 이것은 옳은 일인가?


2. 연말이 다가오면서 세금이 너무 잘 들어와서 돈이 남자 법으로 하게 되어 있는 국채 조기상환을 하기로 결정해서 공고까지다 했다. 그런데 하루 전날 대통령이 국고국 담당 사무관에게 전화를 걸어 이유는 밝히지 않고 갑자기 취소하라고 명령한다. 이는 옳은 일인가?



내가 갖고 있는 대답은 모두 그르다이다. 


1번의 케이스는 대기업 총수가 주주돈으로 좋은 일 한다고 생색을 냈는데, 엄밀히 말하면 배임이다. 

기부는 자기 돈으로 해야지, 회삿돈으로 하는게 아니다. 기업 이미지 생각하면 기업에도 좋은 일이라고 우길 수 있겠다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자본주의 윤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는 현대 민주주의 자본주의 국가에 살고 있다. 


2번의 케이스도 역시 문제다. 국고국 사무관이야 당연히 이자비용을 줄이고 타이밍에 맞게 국채 발행하여 국고 조달하는게 본분이다. 시장에 다 공개적으로 공고한 것을 아무런 이유 없이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없으니 대통령의 지시가 부당하다고 생각할 것이고 그래서 신재민은 '폭로'라는 것을 했다. 물론 대통령은 최종 결정권자이니 저런 지시를 내릴 수 있고 나중에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니 대통령의 지시는 불법은 아니며 그 판단이 옳았는지 틀렸는지에 대해 논쟁의 여지는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여권 지지자들은 신재민을 두고 일개 사무관이니, 3년차 병신이니 이런 글들을 돌리며 자기들끼리 조리돌림을 했다. 여태 바이백 취소든 적자국채 발행에 대해 충분히 수긍할 수 있을만한 해명은 없었고 신재민이 작성한 글의 디테일과 차관보 카톡들을 보면 신재민은 자신만의 조그마한 정의를 열심히 지킨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의 폭로는 애티튜드와 과정에서 대단히 미숙했으며 조악했다. 


나는 지금도 손혜원에 대해서 여권 지지자들이 싸고 도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시시비비는 제대로 가려놓고 편을 들어야 하는 것이지, 자유한국당과 중앙일베가 악의 근원이라고 해서 손혜원이 잘못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손혜원에 대한 시시비비를 제대로 가리지 못하고 자신들이 '개혁'이라든가 '적폐청산' 이라든가 추진한다는게 우스울 뿐이다. 계속 도덕적 우월감을 갖고 정치를 하다보니 더민주가 계속 스텝이 꼬인다. 

사실 도덕성 우위를 갖고 정치행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전근대적 윤리관에 빠져있다는 오류를 갖고 있다. 윤리의 상대성을 이야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 누군가의 이익은 누군가의 손해가 될 수 있고 각자는 각자의 이익을 위해 합리적으로 행동하는게 최선이다. 그게 근대 자본주의 사회가 돌아가는 원칙이다. 우리는 나랏님께서 굽어살펴주소서 하는 개백성이 아니다. 


경제가 희소한 자원을 갖고 효율적인 배분에 대해 논하는 행위라면 정치는 자원들을 배분하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갈등을 조율하는게 정치다. 우리편이 조율할때 원칙없이 결과가 좋다고 다 옳다고 우기면 그게 법치인가? 준칙이 있는 세상인가? 그저 박정희 왕조, 노무현 왕조 두개가 있고 역적이 있는게 현재 대한민국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모 페친의 코멘트를 허락없이 부분 발췌한다. 


"나는 자기 행동이나 주장의 정당성을 강변하기 위해 목숨, 국가, 민족 이런 것을 거론하는 이들을 경멸한다, 그리고 신뢰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자기 생명에 대한 집착이 강해야 남의 목숨 소중한 줄도 안다. 뭐 매번 자기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있을 때마다 목숨을 건다면 그건 좀비 아니면 불사신이란 이야기다. 이런 인간형이 타인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하는지의 견적은 그의 말품새를 보면 대충 나온다.

그보다 더 혐오스러운 것은 대체적으로 그러한 강변의 기저에 턱없는 자기 무오류성, 그리고 자기의 확신에 대해서는 타인과는 다른 평가의 잣대가 존재해야 한다는 오만이 자리잡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내가 그래서 503을 경멸하고 싫어했던 거다, 그런데...그 꼬라지를 또 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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