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기
의견 보내기
의견 보내기
앱 다운
이용 안내

Mr Gray의 팜

한글날, 전 언론이 1년에 한번 세종대왕 게임을 하는 날

Mr Gray

2018.10.10


 술자리에서 하는 게임 중에 훈민정음인지 세종대왕인지 하는 게임이 있다(이런 게임한지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이 안난다 진짜루 ㅋ)  아마 다들 해보셨을텐데...외래어를 써서는 안되는 게임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하면 걸려서 벌칙으로 술을 먹고 스마트폰이 아닌 영리한전화기 이런식으로 지칭해야하는 그런 게임..


 언제부턴가 한글날이면 항상 누군가를 질타하는 것을 본업으로 삼는 언론들이(질타를 본업으로 하는 직업 두개가 교수와 기자라고 본다) 나서서 우리말 훼손이 어쩌구 저쩌구 개탄을 하는데.. 정말이지 나는 1년에 이날은 단체로 술을 퍼먹고 게임을 하는지 지랄을 하는지 하고 생각해왔다. 아예 뭐 그럼 부카니스탄처럼 햄버거는 고기겹빵이라고 부르고 쥬스는 단물이라고 늘 쓰자고 하든가...


1년 364일을 아무렇지 않다가 갑자기 그날은 순우리말 근본주의자가 되어서 방송에서 온갖 ㄱ소리를 해대는 것을 불편하게 여겼는데, 어제 한 페친이 그를 꼬집는 명문을 남겨서 퍼온다. 


==========================================================================


한글날 유감

10월 9일은 한글날이지 한국어의 날이 아니고 문자인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을 기리는 날이지 근대 한국어 문법 체계를 구축한 주시경 선생을 기리는 날이 아니다. 그런데 왜 한글날만 되면 한글이 아니라 한국어와 근대 한국어 문법 훼손에 대한 비분강개가 넘쳐나는 기사가 범람하는가? 그렇게 근대 한국어 문법 체계에 대한 파괴가 걱정되면 기자들이 모여서 별도로 한국어의 날을 만들어서 그날 집중적으로 자신들의 근대 한국어 문법에 대한 집착과 걱정에 대한 기사를 집중적으로 쏟아내면 될 것 아닌가. 왜 엄한 한글날에 이렇게 엉뚱한 비분강개 기사를 쏟아내는 지 매년 반복해서 이해가 안 된다. 언제까지 한글날이 문자와 언어 같은 기본적 범주 구분도 못하는 한국 언론과 기자들의 질 낮은 수준과 부끄러운 소양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기레기들 폭로의 날로 활용되어야 하는가? 나는 또 언제까지 한글날만 되면 이런 엉뚱한 비분강개 기사에 대한 비분강개를 해야 하는가?


예를 들어 한번 생각해 보자. 만약 알파벳의 날에 현대 영어 문법 파괴를 규탄한다던가 한자의 날에 현대 중국어 문법 준수를 호소하는 기사들을 보게 된다면 미국인과 중국인들은 아마 되게 황당해 하며 그 기사를 쓴 자국 기자들과 그런 기사들을 내보낸 언론사의 수준을 매우 의심할 것이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너무나 자명하지만 현대 중국어 문법 규칙을 위반해서 중국어를 쓴다고 한자가 더럽혀 지지 않고 엉터리 영어를 쓴다고 알파벳이 파괴되는 일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런 기본 수준이 의심스런 기자들이 쓴 기사들이 매년 반복해서 등장한다. 정말 생각해 보면 황당한 일이지만 놀랍게도 한국에서 한글날만 되면 똑같이 반복해서 벌어지는 일이다. 정말 세종대왕께서 지하에서 통곡하실 일이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19세기 말 개화 이후 서구와 일본으로부터 여러 단어들이 들어오기 전의 전근대 한국어도 단 한번도 순수했던 적이 없다. 일단 한반도에는 고대 역사 때부터 끊임없이 중국으로부터 각종 한자어로 만들어진 외래 어휘를 끊임없이 받아들여 한국어로 대량 흡수했다. 그리고 한국어는 초기 한국어가 형성된 시대인 고대부터 지금 까지 십 수세기 세월 동안 끊임없이 변화를 거쳐왔다. 삼국시대와 고려시대, 조선시대, 그리고 현대 한국인들이 만나면 아마 서로간에 그 누구와도 말이 안 통할 것이다. 현대의 순수 한국어 애호가들이 집착하는 순수 한국어란 20세기 형성되어 21세기 까지 쓰이고 있는 특정 시기 우연히 형성된 특정 한국어 문법 체계와 십 수세기 동안 지속적으로 한국어로 편입된 엄청난 외래어로 축적된 단어 집합체일 뿐이다.

아마 또 1, 2세기가 지나면 한국어 표준 문법 체계는 또 변화를 겪을 것이고 또 수 많은 외래어들이 한국어로 자리잡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언어의 유동성과 임의성은 언어의 본질적 속성일 뿐이지 그 자체가 좋고 나쁘다는 가치 판단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특정 시기 특정 사람들에게 사용되는 특정 문법체계와 수 많은 외래어로 임의적이고 우연적으로 쌓인 단어 집합에 대해 지나친 애착을 갖고 세대 흐름에 따라 자연스러운 언어 변화에 대해 지나친 고루한 생각과 거부감을 갖는 게 과연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일까? 특히나 그것도 현대 한국어와 큰 관련도 없는 한글날이 말이다.


===========================================================================


댓글 0

0/1000
밝은 로고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