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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Gray의 팜

謹弔 신해철....

Mr Gray

2014.10.28

지금의 나는 그의 팬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21세기들어 그의 앨범을 챙겨 사본적도 없고, 발표된 노래들을 잘 알지 못한다.

 

어쩌다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를 만날때면

아유 저 양반 살은 이제 후덕하게 쪄가지고... 말하는거 보면 여전하구먼 하고 냉소 비스무레

날리고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어린 시절 나의 우상이었다.

대중 문화는 천박한 것이라고 연예인을 경멸했던 엄한 아버지 밑에서

유행가 따위를 챙겨 듣고 음반을 사는 것은 용납되지 않았던 사춘기 초입,

나는 그의 노래를 무척 좋아했다.

 

천편일률적인 사랑 타령보다 성찰적이고 진지한 가사가 지적으로 보였고

훨씬 세련된 멜로디와 편곡...

합리적이고 비판적 사고가 묻어나오는 그의 말투까지......

나는 그를 동경했으며 전 앨범을 사모았고 노래가사를 외웠고 인터뷰를 구해 읽으며

그가 영향을 받았다는 Deep Purple과 Led Zeppelin을 찾아 들으며 Rock n' Roll Kid가 되었다.

 

노래방에 갈때면 그의 무한궤도, 솔로, 넥스트 시기를 가리지 않고 많은 노래를 따라 불렀고

'우리앞에 생애 끝나갈때','아버지와 나', '불멸에 관하여', '껍질의 파괴' 같은 곡들 가사를 음미했다. 나는 추위에 몇시간씩 줄을 서서 그의 공연을 볼 정도로 로열티 높은 팬이었다 .

 

나이가 먹어가면서 철이드는지 모르겠지만 내 안의 순수함이라는 것은 점점 사라졌고

그의 성찰적 철학적 가사가 입힌 곡들이 계속 발표될때마다 매너리즘같이 느껴져서

그의 노래를 더이상은 찾지 않았다.

동경하는 마음이 사라지면서 그의 독설을 한때 잘나갔던 노땅의 치기 정도로 여기기도 했고 그냥 그도 나도 같이 별볼일 없이 늙어가는 아저씨라는 삶의 진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따라 그의 노래를 노래방에서 부르는 빈도도 무척 낮아졌고, 이제 가사도 잘 기억나지 않을 지경인데...

 

그가 몇시간 전 세상을 떠났다.

 

이제 나도 30대 중반...회사에서 곧 시니어가 될 것이고, 기성세대에 가까워지는 시기...

더이상 성장 잠재력이란 없는거 같고 성취한거 역시 없고... 과거가 무척이나 그리운데

 

며칠전 그가 위중하다는 소식을 듣고 막 10대 시절 그의 음악에 열광했던 추억이 떠오르고

그의 음악과 나의 10대가 너무도 그리워지면서 그의 쾌유를 빌었지만

이렇게 가는구나...

 

고마워요, 신해철 형님. 힘들고 외로웠던 10대 시절 형님의 음악으로 큰 위안을 얻으며 지냈습니다.

불멸은 없으니 나도 언젠가 다음 세상에서 만날 수 있겠지요. 같이 늙어가다 언제 강남 모처 술집에서 지나치면 술이나 한잔 할 수 있었을거 같은 생각도 했었는데...  

좋은 음악 감사했습니다.... 항상 순수하고 정열적이었던 모습과 음악들을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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