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근황 (feat 경유, 휘발유, 빈 살만, 푸틴, 바이든)
메르
2023.08.11
유가가 올라가고 있어, 과거 히스토리부터 현재 상황을 정리해 봅니다.
1. 미국은 세계 휘발유의 38%를 소비하고 있고, 경유는 15% 정도를 소비하고 있음.
2. 자동차가 많고, 제조업이 적다 보니 산업현장에 쓰이는 경유보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휘발유를 많이 소비하고 있는 나라가 미국임.
3. 경유는 제조 시설이 많은 아시아가 32%를 소비하고 있고, 경유차가 많고 난방에 디젤을 많이 쓰는 유럽이 27%를 소비하고 있음.
4. 원유를 끓이면 끓는 온도에 따라 여러 가지 석유제품이 나옴.
5. 석유정제설비로부터 생산되는 석유제품은 휘발유 26%, 경유 32%, 중유 11%, 항공유 8% LPG 5%, 아스팔트 등 기타 제품이 18% 정도가 평균적으로 나오게 됨.
6. 원유를 정제하면 휘발유가 26%, 경유가 32% 나오는데, 미국은 휘발유를 38%, 경유를 15% 쓰다 보니, 휘발유가 모자라고, 경유가 남는 나라가 됨.
7. 미국이 원유 수출국이 되었지만, 휘발유만 놓고 보면 넉넉한 상황이 아니라는 말임.
8. 기름은 휘발유, 경유, 아스팔트 등이 나오는 비중이 동일하지 않음.
9. 베네수엘라에서 나오는 기름은 끈적끈적한 초중질유라서 맑은 휘발유는 적게 나오고, 돈이 안되는 아스팔트가 많이 나오는 하급 기름이고, 사우디 등 중동의 기름도 베네수엘라만큼은 아니더라도 중질유라는 끈적한 기름이 나옴.
10. 반면에 미국의 텍사스산 기름이나 세일 오일은, 맑은 기름이라 휘발유나 경유가 많이 나오고, 중유나 아스팔트 찌꺼기는 적게 나오는 고급 기름임.
11. 미국에서 나오는 셰일오일이 맑은 기름이라 휘발유가 충분히 나올듯하지만, 미국 내 정유시설에 문제가 있음.
12. 미국은 과거 중동에서 석유를 수입하던 나라였고, 최근에 들어서야 세일 오일이 터지며 수출국이 된 나라임.
13. 미국 내 정유시설은 과거 중동에서 수입해오던 약간 끈적한 기름에 맞게 세팅이 되어 있는 곳이 대부분임.
14. 몇 년 전부터 많이 나오는 맑은 기름인 셰일오일로 정유를 하려면 시설 개보수가 필요한 정유시설이 많은 상황임.
15. 미국의 정유회사들은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며 신재생에너지를 밀면서, 정유시설 개보수에 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음.
16. 휘발유가 많이 나오는 셰일오일이 생산되어도, 정유 캐파가 넘는 부분은 수출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임.
17. 미국이 수출하는 셰일오일의 주요 수입국은 한국임.
18. 한국은 2016년에는 중동산 석유만 수입했었지만, 점점 비중이 바뀌면서 현재는 미국산 셰일오일이 18% 정도 차지하고 있음.
19. 한국 정유사들이 미국 셰일오일을 작정하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그때그때 가격이 싼 원유를 수입하고 있어서 그럼
20. 다만,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는 그때그때 가격이 싼 원유를 수입해서 쓰고 있지만, S-OIL은 빈 살만(아람코)이 최대주주라, 100% 중동산 원유를 쓰고 있음.
21. 그때그때 가장 싼 원유를 도입하는 타 정유사들과 비교하면, 때에 따라 S-OIL의 도입 단가 차이가 배럴당 2~3달러까지 생겨서, 4대 정유사 중에서 이익이 늘어나는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을 때가 생기고는 하는 것임.
22. 한국 정유공장에 맑은 경질유인 미국의 셰일오일이 들어가기 시작하니, 휘발유가 많이 나오기 시작함.
23. S-OIL이 4조 8천억을 투자해서 만든 복합석유화학시설(RUC/ODC)이 상업가동을 시작한 것도 휘발유가 많이 나오는 이유가 됨.
24. 이 시설은 같은 원유를 넣어도 휘발유를 하루 2만 1천 배럴까지 더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라 휘발유 공급 확대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
25. S-OIL은 휘발유, 경유 등 고부가 제품 수율이 낮고, 황이 많이 들어있어서 정유에 손이 많이 가는 중동산 원유만을 받고 있지만, 사우디라는 안정적인 공급처가 확보되어 있어, 때에 따라서는 큰 장점이 될 수도 있음.
26, 외부환경에 따라 장점과 단점이 번갈아 나타나는 정도임.
27. 수요 측면에서는 IMO 2020이라는 환경규제가 슬슬 영향을 미치기 시작함.
28. 배들은 기름 중에서 제일 하급인 벙커C유를 연료로 씀
29. 유전에서 뽑은 원유를 끓이면 휘발유 등 돈 되는 기름들이 먼저 뽑히고, 마지막에는 끈적끈적하고 무거운 기름이 남는데 중유라고 함
30. 중유는 다시 A급부터 C급으로 나누고, 중유 중에서도 제일 하급이 C급으로, 제일 불순물이 많고, 싼 기름임.
31. 배에 연료를 저장하는 기름통을 벙커라고 부르고, 배가 연료를 엄청 먹다 보니 가장 싼 C급 기름을 쓰게 되어서, 배에 넣는 기름을 벙커C유라고 부름
32. 벙커C유가 가장 불순물이 많은 하급 기름이다 보니, 유황이 포함된 매연도 장난이 아니게 나옴
33. 배들이 엄청난 매연을 내뿜어서 공기를 나쁘게 하다 보니,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에서 2020년부터 매연인 유황 배출기준을 7배나 강화함.
34. 유황 배출을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기름을 바꾸는 것임.
35. 매연을 줄인다고 벙커C유에 경유를 섞은 저유황유를 쓰기 시작하다 보니, 여기에서도 경유 수요가 늘어나고 있음.
35. EU는 휘발유 차보다 경유차 비중이 높아서 경유 수요가 많은 나라이고, 난방에도 경유를 많이 씀.
36. EU가 쓰는 경유의 60%가 러시아산이었는데, 러시아산 경유의 공급이 끊기면서 현물시장에서 경유를 구하기 시작함.
37. 겨울을 대비해서 난방용 경유를 쟁여놓는 것도 수요가 늘어나는 이유 중의 하나임.
38. 세계적으로 경유 수요가 점점 많아지다 보니,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차이가 점점 좁혀지는 이유가 됨.
39. 유가 전체보다는 경유가격에 관심을 더 가질 필요가 있다는 말이기도 함.
40. 수요 측면에서 경유를 봐야 하듯이, 공급 측면은 빈 살만을 봐야 함.
41. 빈 살만은 고유가로 들어오는 돈이 필요함.
42. 2017년 11월. 빈 살만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왕권을 둘러싼 숙청을 시작했고, 11명의 왕자, 38명의 전현직 장관 등 500명 이상을 체포해서 구금함.
43. 왕족과 고위직들을 호텔에 수감한 후, 국제 용병인 아카데미를 활용해서 이들에게서 전 재산의 70% 이상을 회수함.
44. 고문, 협박, 회유 등 모든 방법을 사용했고, 빈 탈랄 왕자에게만 100억 불을 받아내는 등 1,070억 불(130조) 정도가 합의금 명목으로 회수됨.
45. 빈 살만은 이 합의금을 종잣돈으로 하고, 고유가로 들어올 자금을 사용해 석유 시대가 끝난 이후를 대비하는 일들을 시작함.
46. 서울 면적의 44배 크기에 건설되는 미래 신도시 네옴이 그것임.
47. 어마어마한 자금이 들어갈 네옴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고유가 상태를 유지하며 자금을 모아놔야 하는 것임.
48. 최소 배럴당 85불의 유가가 필요하고, 빈 살만은 100불을 목표로 하고 있음.
49. 푸틴 역시 전쟁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 고유가가 필요함.
50. OPEC+회의의 사우디와 러시아가 힘을 합쳐 감산을 밀어붙이는 이유임.
51. 현재 감산 구조는 20개국의 OPEC+중 사우디와 러시아가 절반쯤의 감산을 책임지고, 나머지 18개국이 절반을 책임지고 있음.
52. 석유라는 게 갑자기 대체가 안되는 에너지라 약간의 공급 부족에도 가격이 크게 올라가는 성격을 지니고 있음.
53. OPEC+의 감산으로 유가를 올리게 되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음.
54. 미 연준이 경기 침체 우려로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하려는 시점에 유가의 빠른 상승은 미국의 정책과 반대 방향이 되는 것임.
55. 백악관은 러시아를 제외한 OPEC+국들에게 감산을 하지 말라고 압박을 강하게 넣고 있음.
56. 백악관에서 "감산은 완전한 재앙이자 적대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라는 격한 반응이 나오고 있는 이유임.
57, 미 의회도 OPEC+의 감산 합의를 독점에 의한 담합으로 처벌하는 NOPEC 법안을 진행하며, 정부와 보조를 맞추고 있음.
58. 빈 살만은 만약 NOPEC 법이 통과되면 달러가 아니라 다른 통화로 대금 결제를 하겠다고 반발을 하고 있는 상태임.
59. 미국의 강한 반발에 사우디나 러시아와 달리, 다른 OPEC+국들의 담합은 흔들리기 시작함.
60. OPEC+ 18개국이 감산이 아니라, 증산을 하기 시작한 것임.
61. 2022년 6월 배럴당 122달러까지 올라갔던 유가가 2023년 3월 67달러까지 떨어지며, 고유가는 실패로 끝나는 분위기가 됨.
62. 빈 살만이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실행함.
63. 감산 합의를 독점에 의한 담합으로 처벌하는 법안을 미 의회가 상정해서 압박하자 국가별 감산을 따로따로 발표하게 한 것임.
64. OPEC+가 합의해서 감산 결정을 한 것이 아니라, 각국이 자율적으로 결정했다는 형식을 갖춘 것임.
65, 사우디는 미국에서 이틀 전 감산을 통보했고, 미국의 강력한 반대를 무시하고 그대로 감산 발표를 진행해버림.
https://www.yna.co.kr/view/AKR20230404063800009?input=1195m
66. 푸틴이 빈 살만에 동조를 하고 나서기 시작함.
67. 사우디와 러시아가 전체 감산의 절반을 책임지기로 했었지만, 러시아는 감산 발표만 하고 몰래 수출을 해오고 있었음.
68. 이런 상황에서 푸틴이 재미있는 방법으로 감산에 합류함.
69. 원유 생산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석유 수출을 줄이는 것임.
70. 원유 생산은 그대로 유지하되, 수출을 하지 않고 원유를 국내 정유사로 보내기 시작함.
71. 원유를 바로 수출하지 않고, 정유제품으로 만들어 나오게 하면, 시차가 있어 일시적인 공급 축소 효과가 있음.
72. 사우디와 러시아는 유가 100달러를 원하고, 미국은 70달러대에서 관리되는 것을 바라고 있어 치열한 물밑 싸움이 진행되고 있음.
73. 미국은 이란과 핵 협상을 통해서 이란산 원유의 공급을 진행하고 있음
74. 2010년, 미국은 핵 개발을 하고 있던 이란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을 발동함.
75. 이란 원유를 수입하는 나라는 미국 기업과 거래할 수 없다는 규제였음.
76. 이란과 미국 중 한곳을 선택하라는 말로, 이란과 거래하는 게 적발되면 미국이 가만 안 두겠다는 무시무시한 내용이었음.
77. 당시 한국은 전체 석유의 15%를 이란으로부터 수입하고 있어서, 이란으로부터 석유 수입이 바로 끊기면 큰일이 나는 상황이었음.
78. 한국과 미국의 정상 간 관계가 좋았던 시기라, 한국은 세컨더리 보이콧에서도 이란 석유를 계속 수입할 수 있게 양해를 받음.
79. 이란이 한국에 석유를 판 돈은 한국 안에 원화로 예치되어 한국 물건을 구입하는 데만 사용하는 조건이었음.
80. 대신 한국은 이란이 한국에 석유를 판돈이 다른 나라로 송금이 안되게 관리를 잘 하겠다는 약속을 하게 됨.
81. 2018년, 한국과 미국의 관계가 나빠짐.
82. 미국은 세컨더리 보이콧에서도 물물거래로 이란 석유를 계속 수입할 수 있게 한국에 해줬던 양해를 더 이상 해주지 않았음.
83. 이란이 한국에 석유를 판 돈으로 한국 물건을 살 수 있던 양해가 사라져서, 판매대금이 얄짤없이 한국은행들에게 묶이게 된 것임.
84. 이렇게 2019년 이후 묶인 돈이 70억 불임.
85. 이란은 수시로 채권자가 연체 독촉을 하듯이 떼인 돈을 받아내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
86. 2021년에는 이란이 한국 선박을 억류함.
87. 평형수 때문이라고 하지만, 결국은 70억 달러를 빨리 돌려달라는 말이었음.
https://www.yna.co.kr/view/AKR20210105049400009
88. 이란의 한국 선박 억류와 관련해 한국 차관이 이란을 방문하겠다고 하자, 이란은 70억 달러에 대한 답을 가지고 오라고 했던 것임.
89. 이번에 이 돈을 이란에 돌려주는 부분에 대한 미국 승인이 남.
90. 5명의 미국인 석방에 합의한 대가로 포장을 했지만, 5명의 미국인은 이중 국적을 가진 이란인들이고, 특별히 중요한 사람들이 아님
91. 바이든은 이란산 원유를 시장에 푸는 방법으로 빈 살만과 푸틴의 고유가 정책에 대항하려는 시도를 진행하고 있음.
92. 빈 살만과 푸틴의 희망이 남아 있음.
93. 중국임.
94. 중국이 리오프닝에 풀 베팅을 하면서, 공장 가동률을 높이며, 석유 수요를 끌어올리는 것을 기대하고 있음.
투자 포인트
- 유가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되지 않음. 가장 정치적인 의사결정에 의해서 가격이 결정되는 영역임.
- 현재 상황은 빈 살만과 푸틴의 공급 축소가 먹혀서 유가가 오르고 있고, 바이든은 이란산 석유를 시장에 풀어 유가를 잡는 것을 노리고 있음.
- 중국의 리오프닝도 남아있는 변수임.
- 길게 보자면, 수퍼 엘니뇨가 가져오는 따뜻한 겨울이 난방용 경유 사용을 줄이는 변수가 있음.
- 복잡한 수요공급 상황에서, 앞으로 유가가 어떻게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전망하는 것은 거짓말에 가깝다고 봄.
- 다만, 빈 살만과 푸틴의 팀웍이 생각보다 단단해서, 이들과 바이든 중에 베팅을 해야한다면 빈 살만과 푸틴의 콤비에 베팅할 것 같음.
- 미국의 휴가철 장거리 이동이 많아지며 휘발유 재고가 줄어들고 있지만, 휘발유보다는 경유를 관심있게 봐야한다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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