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불꽃놀이를 볼 수 있을까? (feat 바이백,대선,재무부 옐런)
메르
2024.08.16
휴일이라 가볍게 주절주절합니다.
뇌피셜이 일부 포함되어 있어서, 주절주절 카테고리로 올립니다.
7월 25일 VIX 지수에 대한 글을 썼다.
https://blog.naver.com/ranto28/223524657867?trackingCode=blog_bloghome_searchlist
점심시간에 주절주절합니다. VIX 지수 VIX는 Volatility Index의 약자로, 보통 공포지수라고 부르...
위 글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7월부터 VIX 지수가 오르는 정도가 범상치 않았다.
글을 올린 후 증시는 큰 변화없이 일주일 이상이 지나갔다.
결국, 8월 2일과 8월 5일, 한국 증시는 10년 내 처음 보는 대폭락을 경험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대만은 여파가 더 컸고, 미국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https://blog.naver.com/ranto28/223534363642
세계 증시는 왜 폭락했을까?(feat Sahm’s Rule, 실업률 4.3%)
이번 글은 주절주절 카테고리로 쓰는 것을 감안하기 바랍니다. 개인 생각이 많은 내용이라, 참고만 하면 될...
증시 폭락 원인이 무엇인지 초기에는 여러가지 추정이 나오던 때였다.
아시아에 엔 캐리를 해놓은 프로그램 매매자금이 동시에 발작한 것이 아닐까 추정을 했다.
시간이 흘렀고, 당시에 언급한 원인에서 크게 틀리지 않은 것 같은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지나고 나서 다시 보면, VIX 지수가 증시 대폭락의 징후를 사전에 꽤 보여준 것 같다.
블로그 댓글에 썼지만,
휴가라 시간 여유가 있다 보니,
VIX가 최고치를 치던 날 종가로 국장에 들어가서, 다음날 시작 시점에 빠져나오는 삼성전자 단타를 치기도 했다.
그리고 4.7%에 들어갔던 미국국채 10년을 3.8%에 정리했다.
이번 8월 초 주가 대폭락은 쓰나미가 아니라 큰 파도였다.
쓰나미는 높은 수위의 물 덩어리가 계속 밀려오는 것이다.
하지만, 파도는 밀려오는게 아니라 치고 빠지는 것이다.
아무리 큰 파도라고 하더라도 피해를 입히고는 빠르게 사라진다.
정말 무서운 것은 치고 빠지는 파도가 아니라, 쓰나미같이 수위가 높아진 물덩어리가 밀려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워낙 큰 이슈들이 월초에 터졌고, 휴가 기간까지 겹치다 보니,
8월 초의 3분기 미국 재무부 국채 발행계획을 언급하지 않고 지나갔다.
사실, 언급할 가치가 별로 없었기도 했다.
3분기 국채 발행계획은 2분기 국채 발행계획의 복붙(Copy & Paste)으로 보면 된다.
아래 표를 보듯이 2분기와 큰 차이가 없다.
3분기에도 매달 2년 물은 690억 달러, 3년 물 580억 달러, 5년 물 700억 달러, 7년 물 440억 달러 등 국채 입찰이 진행된다.
체크해야 할 문구 변화가 한 가지 있기는 하다.
재무부는 4분기에 단기채 발행을 줄이고, 장기채 발행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미리 알려줬다.
9월에 금리를 인하하고, 4분기에 장기채 발행을 늘리겠다는 계획은 이해가 가는 흐름이다.
개인이 주택 담보대출을 받는 것으로 가정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장기고정금리 대출을 받는데, 9월에 금리가 낮아진다고 하면, 금리가 낮아진 다음에 대출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 합리적인 행동이다.
장기국채도 한번 발행하면 만기까지 금리 변동이 없으니, 장기고정금리 대출과 비슷하다.
9월에 금리인하를 한 뒤, 장기국채 발행비중을 늘리고 싶은것 같다.
4분기에 장기채 발행을 늘리면, 슈가 하이라고 여기저기 지적질을 당하고 있는 것에도 대응할 수 있다.
미국 공화당은 재무부의 옐런 장관이 슈가 하이(Sugar High)를 하고 있다고 비판을 하고 있다.
단기 채권이 장기 채권보다 훨씬 금리가 비싼데, 단기채권 위주로 국채를 발행하는 것은 대선을 앞두고 일시적인 경기 부양을 시도하는 것이라며, 슈가 하이라고 비판하는 것이다.
슈가 하이는 사탕이나 케이크 등 당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면, 단기적으로 에너지가 증가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말한다.
옐런이 슈가 하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은 국채 발행에서 주로 나오고 있다.
재무부가 단기채 위주로 국채 발행을 하면서, 장기채를 귀하게 만들어 장기채 금리를 낮추고 있다는 것이다.
옐런이 슈가 하이를 하지 않았으면, 미국 국채 10년 물이 지금보다 1% p는 더 높았을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오기도 한다
6월 상원 청문회에서 옐런은 이에 대해 답변을 했다.
옐런은 "단기 위주로 국채를 발행한다고 경제에 슈가 하이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시장 참여자들이 단기금리가 4.5% 이하로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현재 금리로 10년 동안 부채를 고정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답변을 한 것이다.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보는 상황에서 장기채를 발행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 한다는 옐런의 말은 맞다.
조만간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에서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를 받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문제는 단기채 위주로 국채를 계속 발행하는 것에 대한 부작용이다.
단기국채 발행이 많아지니 시장에 유동성이 과다하게 공급되어, 돈이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흘러갔다.
장기국채는 담보로서 가치가 낮다.
시장금리가 바뀌면, 장기국채 가치가 크게 변하기 때문이다.
담보는 안정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가치 변화가 심한 장기국채를 담보로 잡아서는 많은 돈을 빌려주기 않는다.
하지만, 단기국채는 다르다.
단기채는 시장금리가 바뀌든 말든, 몇 달만 있으면 만기가 되어서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단기국채는 가치 변화가 적다는 말이고, 담보로 안정성이 높다 보니 거의 100%에 가까운 LTV로 돈을 빌려줄 수 있게 된다.
대출이 많이 일어나면 시장에 유동성은 그만큼 많이 공급되는 것이다.
이런 자금들이 증시로 들어가 주가를 올렸고, 돈이 흔해져서 돈가치가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한 자금은 금과 비트코인 등으로 흘러갔다.
미국 증시와 금, 비트코인 가격이 같이 올라갔던 배경이다.
© sharonmccutcheon, 출처 Unsplash
재무부도 단기국채를 많이 발행하면 유동성이 과다하게 공급되는 부작용을 알고 있다.
단기 국채는 어쩔 수 없이 땜빵으로 발행하는 것이고, 장기국채 금리가 빨리 낮아져서 장기국채 비중을 높이고 싶어 한다.
예산을 짜고, 관리하는 재무부 입장을 생각해 보자.
고금리가 이대로 가면, 국채 이자를 낸다고 예산을 다 써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되는 것이다.
발권국이라 달러를 찍으면 된다고 하지만, 달러가 흔해지면, 달러가 싸지고, 훨씬 강한 인플레이션이 다시 올 것이다.
재무부는 슈가 하이로 지적질을 당하더라도 단기채로 땜빵을 하면서 장기채 금리가 내려가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고 본다.
내일 지켜봐야 하는 것은 바이백 결과다.
미국 재무부는 올해 5월부터 바이 백을 실행하고 있다.
바이백은 재무부가 기존 국채를 사들이고, 새로 국채를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바이백에는 매운맛과 순한 맛이 있다고 몇 번 설명을 했다.
순한 맛 바이백은 잔여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장기국채를 사들이고, 잔여기간과 비슷한 신규 국채를 발행하는 것이다.
10년 물이 8년이 지나서, 만기가 2년이 남았다면 이것을 사들이고 2년짜리 신규 국채를 발행하는 것이 순한 맛이다.
순한 맛 바이백은 미국 장기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금융기관에게 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
미국 국채는 크게 T-Bills(만기 1년 이내), T-Notes(만기 10년 이내), T-Bonds(만기 10년 초과)로 구성된다.
단기채인 T-Bills을 제외하고, 중장기 국채들은 발행일이 오래되면 시장에서 인기가 떨어진다.
같은 10년 만기 국채라도 5월 말에 발행한 것보다 6월 말에 발행한 신상에 대한 수요가 많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실무적으로도 간단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채권 실무자라고 가정해 보자.
신상 국채를 매수해야 한다면, 상사에게 그냥 "사겠습니다"라고 하면 된다.
하지만, 기존 국채를 사야 한다면 일이 복잡해진다.
"왜 사는데?"부터 시작해서, "평가는 적절하니?"에 답을 해야하고, 입력하는 것도 신상 채권보다 몇 배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이라, 편한쪽으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발행일이 오래되면 수요가 적어지니, 기존채권을 급하게 매각해서 돈을 마련하려고 하면, 할인을 세게 해서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한다.
지방은행들이 유동성이 필요해서 기존 국채를 매각하려고 하면, 잘 팔리지도 않고, 팔리더라도 손해를 보고 팔아야 한다는 말이다.
재무부가 바이백을 해서 기존 채권을 사주면, 미국 지방은행 등 유동성이 부족한 곳은 큰 손해 없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순한 맛으로 바이백 세부계획이 발표되었다면, 지방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도로 넘어간다는 이유다.
매운맛 바이백이 발표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매운맛 바이백은 만기가 많이 남아있는 장기국채를 사고, 단기국채를 발행하는 것이다.
매운맛 바이백이 실행되면 몇 가지 변화가 일어난다.
첫 번째로 재무부 수입이 늘어난다.
낮은 이자로 발행된 장기 국채를 할인해서 매입하고, 단기국채를 정가로 발행하면, 할인금액이 재무부 수입으로 잡히게 된다.
두 번째로 은행의 지급준비금이 올라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재무부는 연준에 자유입출금 통장(TGA 계정)에서 대금을 지불하고, 국채를 매도하는 쪽은 은행으로 입금을 받게 된다.
자연스럽게 은행의 지급준비금이 늘어나게 된다.
중요한 말은 마지막에 보통 있다.
기존 장기국채를 사들이니, 시중의 장기국채를 귀하게 만들어서 장기국채 금리를 낮추는 효과도 생기게 된다.
매운맛 바이백은 재정 수입에 도움이 되고, 은행의 지급준비금이 늘어나며, 장기국채 금리까지 낮춘다.
잘만 운영되면 이론상으로 일타 삼피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2024년 5월 29일, 첫 번째 바이 백이 진행되었다.
이론이 실전이 된 것이다.
1차 바이 백에서는 20억 불의 국채를 바이백하기로 했는데, 165억 불의 신청이 들어왔다.
시장은 5월 바이 백 결과를 보면서 바이 백으로 사들인 기존 채권의 발행금리(쿠폰)가 0.25%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비슷한 만기의 미국 국채 신규 발행금리는 4.8%를 넘어간다.
아파트를 살 때 받는 주담대로 가정하면, 만기가 남아있는 0.25%짜리 고정금리 주담대를 갚고, 5%짜리 대출을 새로 받는 것과 같다.
재무부의 부담이자는 바이백으로 빠르게 늘어나는 것이다.
바이백이 자극한 기본적인 의구심은 "미국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빚을 갚을 수 있을까?"였다.
시장에 유통 중인 미국채는 10년 전 13조 달러에서 현재 28조 달러로 늘었고, 10년 뒤엔 48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채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과 기존 저금리 국채가 5%대 고금리로 바뀌고 있는 것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버는돈보다 쓰는돈이 많아 적자인 사람에게 대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부담이율도 올라간다면 신용에 의심이 가기 마련이다.
신용이 불안하면, 단기로는 돈을 빌려줄 수 있어도 장기로 빌려주기에는 손이 안 나갈 수 있다.
미국 국채 투자자들은 "단기는 몰라도 장기는 좀..."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장기채를 귀하게 만들어서 장기채 금리를 낮추려는 바이백이 미국 장기채에 대한 수요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수요가 줄어들면 가격이 낮아지고, 국채 가격이 낮아지면 국채 금리가 올라가게 된다.
옐런이 생각하기 싫은 부작용이다.
미국 재무부가 "접수되는 내용에 따라 바이 백을 덜 하거나 하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밝히고 나온 게 두 번째 바이 백을 했을 때이다.
4번째 바이 백에서 63억 달러의 매도 주문이 들어왔지만, 18.6억 달러만 사들이게 되었고, 계속 한도를 채우지 않는 일이 생겼다.
7번째 바이 백은 5억 달러를 사들이는 계획이었는데, 7.2억 달러의 매도 주문이 들어왔지만, 5천300만 달러만 사들였다.
8번째 바이 백에서도 47억 달러의 매도 주문이 들어왔지만, 20억 한도 중 절반도 안 되는 8억 900만 달러만 사들였다.
미국 재무부는 차수가 지나갈수록 바이백 금액을 계속 줄여왔다.
결국, 마지막 바이백에서는 매도 주문에 대해서 1달러도 사들이지 않고 바이 백을 종료했다.
https://www.opinio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2450
미국 국채 중장기물 바이백, 매입액 '제로'···바이백 시작 후 처음 - 오피니언뉴스
미국 재무부는 마지막 바이백에서 매도 가격들이 너무 비싸서 1달러도 사들이지 않았다고 답변을 했다.
이 말이 맞는지 검증하는 시간이 내일로 다가온다.
8~10월에 진행되는 두번째 바이백이 시작되었다.
8월 7일에 진행된 첫번째 바이백은 2년이하 단기채권을 사들이는 순한맛 바이백이라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한국시간으로 8월16일에 결과가 발표되는 20~30년짜리를 사들이는 매운맛 바이백이다.
재무부는 7월24일의 마지막 바이백에서 매도가격이 너무 비싸서 1달러도 사들이지 않았다고 답변을 했다.
그런데, 이번 바이백에 매도가격은 7월24일보다 더 비쌀듯하다.
재무부가 거짓말을 했는지 내일 드러날듯하다.
한 줄 코멘트. 만약 내일 정상적으로 바이백을 실행한다면, 비싸서 사지 않았다는 옐런은 거짓말을 한 것이다. 옐런은 대선 직전 3개월에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며 달리기 위해서 2분기를 쉬어간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이된다. 9월,10월,11월 증시가 좋으면 대선에서 집권당에게 중도층의 표가 몰리는 과거 통계가 있다. 트럼프가 압도적으로 앞서간다면 모르겠지만, 아슬아슬하고 희망이 보인다면 대선전까지 유동성의 불꽃을 최대한 키울 수도 있을듯하다. 유동성의 마지막 불꽃놀이를 보게 될 것인지가 새로운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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