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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의 생각

치킨게임이 온다 (feat 해운업, HMM)

메르

2024.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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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tvinov, 출처 Unsplash

1. 하루에 두번 오는 시내버스가 있음.

2. 매일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은 이 버스를 통근용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임.

3. 버스로 출퇴근을 하려면, 최소한 20분에는 한대가 와야하고, 출퇴근 시간대에는 더 자주 와야 그 버스로 통근을 할 생각이 들 것임.

4. 배차시간을 짧게 하려면 노선이 짧든지, 노선에 깔린 버스가 많아야 함.

5. 2번 버스와 8번 버스가 비슷한 노선을 다니며 같은 손님을 가지고 경쟁을 하는 경우도 생김.

6. 같은 노선에 버스회사 2곳이 투입되면, 어떤때는 두대가 동시에 들어오고, 어떤때는 한대도 오지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됨.

7. 배도 마찬가지임.

8. 컨테이너선은 노선버스와 비슷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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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mburgmeinefreundin, 출처 Unsplash

9. 노선버스 같이 일정한 노선을 계속 왔다 갔다 하는 배가 컨테이너선임.

10. 배 한척이 워낙 비싸다보니, 해운사들이 이런 컨테이너선을 충분하게 보유하기 쉽지 않음.

11. 배차 간격이 클 수 밖에 없다는 말임.

12. 비슷한 노선을 다니는 컨테이너선과 일정이 겹치면, 어떤날은 텅 빈채 출발하고, 어떤날은 짐이 꽉 차서 손님을 놓칠수도 있음.

13.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해운동맹을 맺게 됨.

14. 해운동맹의 가장 기본은 동맹사들간에 운임체계를 비슷하게 맞추는 것임.

15. 일단 배삯이 같아야 고객이 해운동맹의 노선을 하나의 노선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됨.

16. 운항일정을 맞추는 것도 중요함.

17. 노선버스 배차시간을 짜듯이 해운동맹의 배들이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항구에 입항할 수 있게 조정을 하게 됨.

18. 짐칸도 공유함.

19. 다른 동맹사 짐칸 일부를 사기도 하고, 서로 짐칸을 교환하든지, 공유를 해서 자유롭게 쓰는등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하게 됨.

20. 2000년까지 이런 해운동맹이 5개가 있었음.

21.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면서, 화물 물동량이 줄어들었고, 수요 감소는 운임 폭락으로 이어지게 됨.

22. 2010년부터 해운동맹간에 본격적인 저가 운임경쟁이 치킨게임식으로 벌이지기 시작함.

23. '치킨 게임(chicken game)’은 50년대 미국 갱 집단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게임임.

24. 미국에서 겁쟁이를 닭(chicken)으로 불렀는데, 양쪽 참가자가 좁은도로 양쪽끝에서 서로를 향해 달리는 것이 게임의 규칙임.

© lukewitter, 출처 Unsplash

25. 먼저 운전대를 꺾는 사람이 겁쟁이(Chicken)로 취급되며, 아무도 운전대를 꺾지않으면 두대가 정면충돌하며 큰 사고가 나게 됨.

​26. 해운동맹의 치킨게임은 선복량 세계 1위 였던 2M동맹의 머스크가 주도함.

27. 저가 운임경쟁으로 적자가 커지자, 버티지 못하는 선사들은 도산 위기에 처했고, 국가 차원에서 대응을 하기 시작함.

28. 중국은 지원금을 투입하고, 중국 선사들간 M&A를 정부가 진행해서 덩치를 키움

29. 일본도 정부 주도로 3개 대형선사의 컨테이너 부분을 1개로 합병함.

30. 현재 일본의 ONE이 그것임.

31. 한국은 정부차원에서 국내 업계 1위였던 한진해운을 살리는 것을 포기했고, 한진해운은 2016년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됨.

32. 한진해운의 적자가 많은 것도 문제였지만, 당시 회장 일가의 도덕적 해이가 정부와 국민의 반감을 샀던 점도 영향을 받았음.

33. 결과적으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는 한국 해운업의 위치가 많이 하락하는 아쉬운 결과가 됨

34. 당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업계 2위 현대상선은 'HMMHyundai Merchant Marine)이 됨

35. 한진해운이 망하면서 해운동맹은 2M, The Alliance, Ocean의 Big3로 재편하게 됨.

36. Big3중 1위 동맹은 세계 1위 해운사인 스위스 MSC와 2위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로 구성된 2M임.

37. 2위 동맹인 Ocean은 프랑스 CMA-CGM, 중국 COSCO, 홍콩 OOCL, 대만 에버그린이 소속되어 있음.

38. 3위 동맹은 The Alliance로 독일 하팍로이드, 대만 양밍, 일본 ONE에 2019년 7월 HMM이 합류를 함.

39. 2M이 전세계 정기항로의 40%를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를 다른 연맹들과 기타 해운사들이 가져가는 구조가 됨.

40. 2019년까지도 선박운임이 워낙 낮아, 돈을 벌지 못하는 해운사들은 새로운 선박 주문을 못하고, 기존선박으로 버티고 있었음.

41. 2020년 코로나가 터졌고, 2021년 상황이 급 반전을 함.

42. 백신등 의약품 수송과 가전제품, 생활용품등의 보복소비로 화물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한 것임.

43. 수요는 급증했는데, 10년이상 신규선박 발주가 거의 없다보니, 선복량이 부족했고, 공급부족은 운송요금 인상으로 이어지게 됨.

44. 컨테이너 운임은 상하이에서 출발하는 수출 컨테이너 평균운임인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를 보는게 일반적임.

45. 보통 SCFI(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가 900포인트 정도가 되면, 손익분기점을 넘어서 수익이 생기기 시작함.

46. 2019년까지는 SCFI가 800포인트 내외다 보니, 적자를 보면서 치킨게임을 해옴.

47.2021년초부터 SCFI가 미친듯이 올라가기 시작함.

48. SCFI가 피크를 친 2022년 1월에는 800포인트 내외였던 지수가 5,109포인트까지 올라갔던 것임.

49. 고객 1명당 900원만 받으면 손해를 보지않는데, 5,000원을 받아버리는 셈이니 해운사들이 엄청난 돈을 벌기 시작함.

50. 해운사들은 단 2년동안 60년간 벌어들이는 돈을 한꺼번에 벌어버린 것임.

51. 해운사들은 넉넉해진 돈으로 중국과 한국 조선소에 배를 주문하기 시작함.

52. 특히 세계 1위 해운사인 MSC가 미친듯이 배를 주문하기 시작한 것임.

53. MSC는 70년에 배1척에서 시작을 했지만, 선복량을 빠르게 늘려 2022년 400만TEU를 돌파하며 머스크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섬.

54. MSC는 2년동안 컨테이너선 306척을 주문해 선복량을 495만TEU까지 올렸고, 세계 시장점유율 18.5%를 차지하게 됨.

55. MSC는 현재 건조중인 선박이 127척에 100만6600TEU가 있고, 현재 주문을 진행중인 선박도 있음.

56. MSC는 최종적으로 633만 TEU까지 선박이 늘어나서, 1개 회사가 전세계 시장점유율 20%를 넘기게 되는 것임.

57. MSC의 633만TEU는 HMM이 소속되어 있는 The Alliance동맹의 전체 선복량 485만TEU보다 많은 수준임.

58. MSC는 2025년 1월이 만기인 2M 동맹 연장을 거부해서, 2M 해운동맹 해체를 선언함.

59. 2025년이면, 현재 건조중인 127척이 들어올 것이니, 동맹없이 MSC 단독으로 노선 운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임.

60. MSC의 급발진에 맞서서 다른 해운사들도 선복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음.

61. 선복량 350만TEU의 세계 4위 프랑스 해운사 CMA CGM도 중국에 사상최대 규모의 컨테이너선을 발주한 상태고, 나머지 해운사들도 넉넉해진 현금으로 선박 주문을 서두르고 있음.

62. 해운회사 1위와 2위가 갈라진다는 말은 세계 선박동맹이 다시 헤쳐모여를 한다는 말임.

63. MSC가 독자행동을 선언하자, 머스크는 하팍로이드와 새로운 해운동맹인 '제미니 코퍼레이션'을 만들기로 함.

64. MSC와 제미니 코퍼레이션이 1,2위 경쟁을 시작하는 것임.

65. 현재 2위 동맹인 Ocean은 프랑스 CMA-CGM, 중국 COSCO, 홍콩 OOCL, 대만 에버그린이 소속되어 있고 변화가 없음.

66. HMM이 들어있는 3위 동맹 The Alliance는 독일 하팍로이드, 대만 양밍, 일본 ONE과 HMM인데, 가장 규모가 큰 하팍로이드가 탈퇴하면 동맹이라 하기 부끄러운 규모가 되는 것이 문제임.

67. 3위 동맹인 대만,일본,한국선사들의 The Alliance 선사들은 2위 동맹인 Ocean으로 합류하든지, 남은 선사들을 영끌해서 버티는 방향으로 가게될듯함.

68. 일본의 ONE도 덩치를 키우고 있음.

69. ONE은 6년간 350억달러(47조원)를 투자해서 선복량을 300만TEU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2024년 6월 발표함.

70. 230만TEU가 목표였는데, 목표를 300만TEU로 늘려 잡은 것임.

71. HMM인수전에 세계 5위 해운사이자 HMM과 같은 The Alliance동맹인 독일의 하팍로이드가 관심을 보였었음.

72. 하팍로이드가 HMM을 인수하면, 선복량 순위가 5위에서 3위로 오르며, 머스크와 MSC의 양강구도를 3강구도로 바꿀수 있음.

73. 하팍로이드는 골드만삭스를 자문사로 선정한 뒤, 투자설명서를 받아가는 단계에서 간을 보고는 참전은 하지 않았음.

HMM 제공

74. 하팍로이드는 180만TEU의 선복량인데, HMM이 계획대로 120만TEU로 선복량을 올린다면, 합산 300만TEU로 460만TEU인 머스크 다음의 3위가 되어 비벼볼만한 규모가 되는 것임.

75. 하팍로이드(227만TEU)는 HMM인수가 아니라, 머스크와 제미니 코퍼레이션을 만드는 것으로 방향을 결정함.

76. 해운동맹의 재편성은 확실한 미래가 되고 있음.

77. 해운사들마다 선박을 늘리는 상황에서 해운동맹의 해쳐모여가 시작되면, 운임료 할인의 치킨게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됨

78. 현재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는 홍해가 막히는등의 이유로 3500까지 올라감.

​79. 2023년 8월에 869까지 내려왔던 것이 지정학적 이슈로 다시 올라간 것임.

80. 해운사들에게 현금이 다시 충전되기 시작했고, 선복량을 늘리는 추세가 더 강해지는 분위기임.

81. HMM은 현재 81만TEU인 선복량을 2024년까지 100만TEU, 2026년까지 120만TEU로 확대한다는 계획임.

82. HMM은 2018년에 2만3000TEU 규모의 컨테이너선 12척을 발주한 것이 타이밍 맞게 운항을 시작하면서 대박을 치게 됨.

83. HMM은 2021년에도 1만3000TEU 규모의 컨테이너선을 12척 발주하는 등 선복량을 계속 늘리고 있음.

84. HMM이 2024년 100만TEU 규모의 선단을 갖추게 되면 2016년 한진해운 파산 직전 한진해운(61만TEU)과 당시 HMM(43만TEU) 선복량을 합친 104만TEU를 회복하게 되는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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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문제는 여기에 들어가는 돈만 15조원이라, 지금까지 쌓아놓은 현금 대부분이 여기에 소진될듯함.

86. 해운동맹의 해체모여가 진행되면서, 계획보다 덩치를 더 키우는 것이 진행되고 있음.

87. 한국 컨테이너 선사의 선복량은 HMM 81만TEU(1TEU는 6미터 길이 컨테이너 1개)와 군소선사들을 합치면 114만TEU가 나옴.

88. 건조중인 선박까지 고려하면 144만TEU로 HMM 104만TEU, 고려해운 17만, 장금상선 16만, SM라인 7만 수준임.

89. 한국은 국적선사를 2030년까지 200만TEU까지 키우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음.

90. 50만TEU를 추가하겠다는 것이고, 대부분 HMM에서 발주가 될것임.

91. 문제는 돈임.

92. 계획대로 선복량 확대를 진행한다면 2025년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은 치킨게임을 버틸 자금이 충분하지 않을수 있음.

93. HMM을 인수하는 곳의 자금동원 역량이 중요하다는 말임

94. HMM은 정부가 매각을 진행하고 있음.

95. 문제는 인수를 하겠다고 손을 들고 나서는 곳들이 하림, 동원 정도였음.

96. HMM이 기업 자산규모 순위에서 19위(25.8조원)인데, 하림이 27위, 동원 54위로 HMM보다 작은 회사들임.

97. 이들은 자기돈이 아니라 사모펀드 같은 재무적투자자(FI)를 끼고 들어와야 하는데, 사모펀드는 투자금 회수가 최대 목표인 곳임.

98. HMM의 일시적으로 든든해진 지갑을 빼 먹는데만 집중하고, 2025년에 시작될 위기를 버틸 힘을 키우는데 관심이 높지 않음.

99. HMM의 지갑에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 12조원이 있지만, 기존 계획대로만 선박을 건조해도 15조원이 필요함.

100. 하림, 동원 보다 재정이 탄탄한 곳이 입찰에 나서면 좋다고 봤던 이유임.

101. 2025년 1월부터 해운동맹 재편에서 시작되는 치킨게임이 시작됨.

102. 과거 한진이 나가떨어졌듯이, 이번에도 누군가 나가 떨어져야 게임이 끝나는 상황임.

103. 컨테이너 운송코스는 중국에서 출발해서 한국을 찍고 미국으로 가는 코스가 메인노선임.

104. 노선버스로 치면, 출발지점이 중국이고 종점이 미국인 것임.

105. 컨테이너선이 노선버스와 다른 것은 운항의 자율성이 있는 점임.

106. 노선버스는 손님이 꽉 찼다고 노선을 스킵하지 않음.

107. 컨테이너선은 짐이 꽉 차면 목적지로 바로 가버리는 일이 생김.

108. 중국에서 짐이 꽉 차면, 컨테이너선들이 한국을 경유하지 않고 미국으로 바로 가버리는 것임.

109. 해운선사로서는 합리적인 판단이지만, 수출을 하기위해 컨테이너선을 기다리는 수출업자들 입장에서는 속이 타는 일임.

110. 대기업은 해운사와 정기 물량계획을 맺는 경우가 많아 피해를 보지 않더라도, 중소형 수출기업들은 발을 동동 구르게 되는 것임.

111. 중국이 아니라 한국에서 출발하는 한국 국적의 해운사가 필요한 이유임.

112. HMM이 치킨게임에서 살아 남아야, 한국 국적의 해운사가 유지되는 것임.

한줄 코멘트. 내년 1월에 해운동맹 재편이 일어남. 재편이 완료되면 공급을 줄이기 위한 치킨게임이 예정되어 있음. HMM이 치킨게임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돈만 빼먹고 Exit하는 사모펀드 보다는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높일 수 있고, 재무가 좋은 곳이 인수자로 나서는 것이 필요해보임. 치킨게임이 종료될때까지 현재와 같이 정부가 조금 더 가지고 가는 차선책도 있음. 꼭 열심히 하는게 정답이 아닌 경우가 있음. 때로는 일을 안하고 쉬는게 답인 경우도 있다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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