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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업은행이 HMM 매각을 서두르는 이유와 HMM 인수 후보들

레드버드

2023.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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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이 HMM 매각 공고를 내고 매각 작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산업은행이 HMM 매각을 서두르는 이유는 산업은행의 재무구조를 안정화하기 위함이다.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있는 한국전력은 2022년에 32조원이라는 기록적인 적자를 기록하면서 재무구조가 위험해졌다.

 

한국전력이 망할 일은 없겠지만 한국전력이 위험해진다는 것은 곧 국내 전기 인프라에 큰 위험이 생기며 한국전력 산하에 있는 6500여개의 협력사에도, 국내 산업계에도 커다란 위기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

 

당장 올해 한국전력이 한전채라고 불리는 채권을 발행하면서 한국전력 채권 사태가 일어나자 다른 기업들이 채권시장을 통해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

 

그 여파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자 산업은행에게 대출을 요청한 SK그룹은 대출을 거절당하면서 SK하이닉스 교환사채 발행이 이뤄졌다.

 

교환사채가 발행된 다음 날 SK하이닉스는 -4% 하락했다. 

 

한국전력은 가지고 있는 자산유동화를 통해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로 결정했는데 한국전력을 유지하고 정상화하는데는 엄청난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국전력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보유지분가치가 떨어지게 되고 이는 산업은행의 대차대조표에 악영향을 주는 효과가 연쇄적으로 일어나게 된다.

 

강석훈 산업은행장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한전의 적자가 1조원 늘어날때마다 한전의 BIS(자기자본비율) 비율은 0.06% 떨어진다고 밝혔다.

 

작년 한해만 한국전력 기업 한 곳으로 산업은행의 BIS가 2%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한국 전력의 BIS 비율은 2020년 15.96%에서 2021년 14.88%, 2022년 13.4%로 꾸준히 악화되어왔다.

 

23년 현재는 13.11%로 우리나라의 BIS 규제 비율인 10.5%, 국제결제은행의 권고 비율 8%에 비해 여유가 있지만 기업들의 원할한 자금조달을 위해서 한국은행이 제시한 산업은행의 적정 BIS 비율은 13% 이상이다.

 

산업은행이 그렇게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재무구조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산업은행은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기업들에게 대출을 많이 해줬고 대차대조표 강화 및 여신 한도 관리를 위해서 가지고 있는 관리 기업들의 매각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관리하고 있는 기업이라는 것 자체가 과거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산업은행이 관리에 들어간 것이고, 일하고 있는 근로자 및 협력업체가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기 때문에 산업은행이 통제했던 곳이기 때문에 매각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2022년 6월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취임하면서 산업은행이 관리하고 있던 기업들의 매각이 속도가 붙었다.

 

2002년부터 산업은행이 관리하던 대우조선해양은 2022년에 한화에 매각되면서 한화오션이 되었고, 과거 금호생명이었던 KDB 생명 역시 2023년 7월 하나금융지주가 인수 제안서를 단독 제출하면서 현재 매각대기중이다.

 

그리고 현재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관리기업 중 가장 몸집이 큰 HMM을 매각하게 되면 산업은행의 대차대조표에 큰 도움이 된다.

 

이번에 강석훈 회장이 밝힌 바에 따르면 HMM의 주가가 1000원, 대략 5% 정도 올라가면 현재 산업은행의 BIS 비율이 0.07% 정도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산업은행은 HMM을 매각하면서 현금을 확보하고자 한다.

 

산업은행이 이번에 매각하려고 하는 HMM의 최대주주는 20.69%를 가진 산업은행과 19.96%를 가진 한국해양진흥공사다.

 

 

산업은행의 HMM 매각 공고를 보면 해양진흥공사의 지분을 함께 묶어서 총 198,790,156주를 매각하려고 하며, 산업은행이 가지고 있는 4,000억원의 전환사채, 6,00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함께 인수하는 것이다.

 

이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모두 현금으로 전환하면 매각하려고 하는 약 198,790,156주의 주식에 다시 2억주가 추가 되는 것이다.

 

HMM의 전체 영구채(전환사채+신주인수권 부사채)는 총 2조 6천억원의 규모인데 이 중 올해 10월 만기의 1조 규모만 매각을 결정했다.

 

차후 남은 영구채는 인수자와 협의해서 처리를 결정하기로 했다.

 

현재 HMM의 시가총액은 9조 3천억으로, 198,790,156주의 가치는 약 3조7천억원이다.

 

여기에 함께 매각하는 영구채 1조원의 가치를 합치면 매각가는 4조 7천억 이상이다.

 

영구채를 함께 매각하는 것은 두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번째는 법적인 문제로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10월이 도래하면 이는 배임혐의가 될 수 있다.

 

향후 국정감사에서 지적당할 수 있고 시민단체가 산업은행에 문제를 제기하면 문제가 생길 여지가 충분히 있다.

 

두번째 이유는 HMM의 잠재주식수이다.

 

산업은행이 가지고 있는 영구채의 규모는 약  2조 6천억인데 현재 HMM의 상장 주식 수는 489,039,496주로, 영구채의 행사가격 5,000원은 현재 주가 19,100원과 차이가 있다.

 

산업은행이 영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 향후 HMM의 주식수는 총 1,025,039,496 주가 되며 현재 상장 주식 수의 두배가 되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에게 50% 이상의 보유 지분 가치 훼손이 일어나게 된다.

현재 HMM 소액주주들은 46.94%로 총 48만명이 HMM 주식을 들고 있다.

 

개인주주들에게 엄청난 손해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지분과 영구채 1조원을 합치면 예상되는 매각 대금은 최소 5조원이다.

 

여기까지 보면 이제 인수 대상자를 받아서 매각하기만 하면 끝나는 일이지만 가장 큰 문제가 남았다.

 

바로 인수할만한 기업이 없다는 것이다.

HMM은 코로나 봉쇄로 인한 운임상승 수혜를 보면서 한때 흠슬라로 불리며 소액주주들의 인기주식이 되었지만 SCFI(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가 경기침체 및 리오프닝 영향으로 폭락하면서 실적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2021년 7조원, 2022년 9조 9천억의 영업이익을 냈던 HMM은 올해 이익이 1조원대로 떨어지고 24년에 컨센서스는 아직 이익을 본다고 전망이 나와있지만 심할경우 적자전환 할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글로벌 경제 상황이 빠르게 악화되면서 인수대금만 5조원이 들어가는 HMM 인수는 난항에 부딪히게 되었다.

 

2022년에 산업은행은 HMM을 매각하기 위해 국내 대기업에게 인수 의사를 타진했으나 경기침체 영향으로 대부분의 기업이 인수를 거절했다.

 

 

그 사이에 HMM 주가는 빠르게 하락하여 2021년 고가 52,000원에서 현재 19,100원으로 50% 이상 하락한 상태다.

 

HMM을 매각하는 것은 일반 기업을 매각하는 것 보다 난이도 높은 일이다.

 

가장 먼저 한진해운이 부도가 난 뒤로 한국에 유일하게 남은 대형 국적선사는 HMM 뿐이다.

 

해운은 국가 기반 사업이자 국적선사는 국가 전략 자산으로 분류되는 만큼 외국계 자본에 매각할 수가 없다.

 

또한 규모가 작은 기업에게 매각하기도 어렵다.

 

자금 조달 능력이 떨어지는 기업이 가져가게 되면 운영능력이 한계가 있다.

 

과거 한진해운이 망하고 2020년 코로나 물류 대란이 일어나자 국적선사가 HMM 밖에 남지 않아 국내 기업들이 수출에 여러 불편을 겪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 어느때보다 신중한 매각 작업이 필요하다.

 

HMM에서 일하는 항해사 및 해운 인력은 고급 인력으로 다시 인력을 육성하기도 힘들고 현재 국내 HMM에서 일하는 고급 인력은 외국계 기업보다 낮은 임금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는데 이들이 민간으로 가게 되면 국가 기반 산업인 HMM을 운영하는데 큰 차질을 빚게 된다.

 

또한 과거 한진해운이 망한 여파를 2020년 뼈저리게 느낀 우리나라고 글로벌 공급망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면서 그 어느때보다 해운업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HMM은 매각은 그 어느때보다 신중하고, 빠르게 진행되어야 한다.

 

이번에 매각공고를 내면서 산업은행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기업이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인수후보로는 SM그룹과 현대차그룹, CJ, LX그룹, 포스코가 있다.

 

하지만 각각의 이유로 인수하기가 어렵다.

가장 먼저 CJ그룹은 돈이 없다.

 

CJ대한통운으로 물류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연관성은 있지만 최근 있던 CJ CGV의 1조원 유상증자에 이어서 CJ ENM, CJ제일제당과 같은 주요 계열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부채가 크게 늘었다.

 

그런 과정에서 5조원이 넘는 현금을 당장 동원하기에는 자금 여력이 부족하다.

LG그룹에서 분할되서 나온 LX그룹은 자금조달능력이 있고, LX인터내셔널이라는 종합상사와 LX판토스라는 항공물류 전문 기업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2022년 시장에서 잠재적인 인수 후보로 거론되었다.

 

LX인터내셔널은 연결 기준으로 현금 1조 3천억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은행 대출 및 다른 계열사로 부터 자금을 모으면 인수자금을 조달하는 것까지는 어떻게든 가능할 수 있겠지만 인수할 이유도 여유도 없다.

 

 

LX그룹의 지주사인 LX홀딩스의 대표이사 회장인 구본준 회장은 올해 나이 71세로 현재 구형모 LX홀딩스 경영기획부분 전무에게 승계를 준비하고 있다.

 

지분 상속 이슈 때문에 LX그룹은 LX인터내셔널 및 LX세미콘의 배당률이 매우 높다.

 

배당을 받아 재원을 마련하여 향후 상속세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승계가 훨씬 중요한 이슈이기에 LX그룹이 HMM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포스코는 자금여력이 충분하고 사실상 공기업으로 취급받고 있기 때문에 인수후보로 거론되었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 초에도 인수를 단호하게 선 그으면서 사실상 후보에서 멀어졌다.

 

또한 포스코 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9%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인데 한국에서 공기업 취급이라고 하지만 돌려말하면 주인 없는 기업으로 미국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기업이 많지만 해운업이라는 특성상 책임경영이 필요하기에 주인 없는 기업에 주인 없는 기업을 매각하는 형태는 산업은행이 원하는 형태의 매각방식이 아니다.

 

그렇게 되면 남는 것은 SM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다.

 

SM그룹은 2022년에도 HMM을 인수하고 싶어하여 인수 의향을 드러냈고, 현재 매각 공고가 올라온 시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유일한 그룹이며 우오현 회장도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SM상선을 운영하고 있고, 우오현 회장의 말에 따르면 계열사 전체가 인수전에 참여하고 은행 대출을 통해서 인수자금을 최대 4조 5천억까지 조달가능하다고 하여 자금력이 없지 않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작년에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SM그룹에게 HMM을 매각하지 않은 이유는 앞서 말한 몇가지 조건에 SM그룹이 어긋나는 점이 많기 때문이다.

 

SM그룹이 HMM 지분을 6.56%까지 매입하면서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였는데 문제는 SM그룹 자체가 M&A를 통해 성장한 기업이기 때문에 M&A를 잘하는 곳이긴 하지만 SM그룹 전체 자산 규모가 약 13조원인 것에 비해 HMM은 전체 자산만 25조원이라 작은 곳이 큰 곳을 인수하려는 격이라 문제가 된 것이다.

 

또한 자금조달 방식을 보면 SM그룹 계열사들의 현금을 다 긁어모아도 1조원이 안되는데 4조 5천억까지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룹 전체의 현금의 3배 이상을 빚으로 조달한다는 뜻이다.

 

만약 HMM을 인수해가고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HMM의 자산을 매각하기 시작한다면 이는 곧 해운업의 국가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해양진흥공사가 산업은행보다 더 격렬하게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SM상선은 과거 한진해운이 망했을 때 한진해운의 미주,아주 노선을 가져와 영업을 시작한 곳인데 SM상선이 한진해운의 일부를 인수했을 때 당시 벌크선 기업이었던 SM상선이 인수하는 것에 대한 반대가 많았지만 인수할 곳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매각했는데 당시 SM상선이 인수 후 투자를 하지 않고, 해양수산부에 여러 무리한 요구를 해오면서 관계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우오현 회장이 산업은행이 영구채를 함께 매각하면 인수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산업은행의 영구채 매각의지가 워낙 강해서 서로 타협점을 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게 되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현대자동차그룹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미 물류업을 영위하고, 해운업 경험이 있는 현대글로비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자금력 또한 충분하다.

 

그리고 과거 산업은행이 주도한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정몽구 회장이 건설업과는 연관이 없는 현대차그룹이 인수전에 참여하고 현대그룹과 경쟁하면서 현대건설을 인수한 이유가 정주영 회장의 현대그룹의 맥을 이었다는 정통성인데 HMM을 인수하게 되면 그런 행보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

 

과거 정부에서도 이러한 점을 감안해 2016년 현대글로비스를 포함한 현대자동차 그룹에게 인수제안을 했지만 당시 해운업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현대자동차 그룹이 이를 거절했다.

 

현재 HMM의 대표이사로 과거 현대차그룹에 있던 김경배 전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가 있다.

 

김경배 대표이사가 30년간 현대차그룹에 근무하다가 HMM으로 이직한 것은 현대차그룹과 HMM, 산업은행간의 모종의 교류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해볼 수 있지만 컨테이너선의 업황이 좋지 않을 것은 기정 사실이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과연 HMM 인수전에 참여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한화오션의 사례가 의미있다고 생각하는데 한화오션 글에서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조건을 보면 엄청나게 파격적인 조건이다.

 

산업은행은 손해를 감수하면서 까지 매각하는데 더 의의를 두었다는 점이다.

 

HMM은 당장 자금 수혈이 급하지 않기 때문에 유상증자 형태의 인수는 불가능하지만, 산업은행의 지분만 넘겨받아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현재 HMM에 2조 3천억의 현금이 있다.

만약 HMM을 인수하게 되면 현금자산으로 산업은행이 가진 영구채를 회사돈으로 상환하여 자사주로 둔 후 향후 소각하거나 자사주로 지배구조를 공고히 하는 방향도 가능하기 때문에 HMM 인수전이 완전 무산될 가능성 역시 적다고 생각한다.

 

HMM은 대한민국 유일 대형 국적선사다.

 

산업은행이 HMM을 매각하겠다는 의사가 굳건하고, HMM의 주가가 많이 내려온 만큼 이번 인수는 인수 기업과 피인수기업인 HMM 모두 호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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