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0

기타

PER, 어디까지 알아봤니? 회계사가 말하는 PER의 A에서 Z(이론편)

크리에이터를 응원하고 싶다면 후원하기를 눌러주세요.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2
12
0

안녕하세요.

 

오렌지보드에 처음 글을 작성하는 "투자하는회계사"입니다.

Big 4 회계법인에서 기업가치평가를 업으로 하고 있으며, 스스로도 가치평가를 활용해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PER이 무엇인지 모르는 투자자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많은 투자자들은 다른 기업의 PER와의 비교를 통해 기업가치가 고/저평가 되었다는 것을 판단합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볼까요.

 

같은 산업에 종사하는 A 기업과 B 기업이 있습니다. A의 PER는 10이고 B의 PER는 5입니다.

PER를 단순하게 이해한다면, B의 PER가 낮으니 B는 저평가되었습니다.

가치평가 끝!😝

 

아시다시피, 주식은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분명히 A의 PER이 높거나, B의 PER이 낮게 평가받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마 A와 B의 PER가 다른 이유를 설명하라고 하면 투자자의 수만큼 다른 설명이 나올 것입니다.

그러나 그 중 PER가 정확히 어떤 요소를 통해 구성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투자자는 매우 드문 것 같습니다.

 

PER이 무엇인지 알만큼 알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지 self-test 해봅시다.

  • 왜 한국 상장사의 PER가 15 수준에 수렴하는지?
  • 성장성이 낮은 리츠 기업의 PER 평균은 왜 20이나 되는지?
  • 동일 산업 내 기업간 PER가 다른 이유가 무엇일지?
  • 성장률 외 PER에 미치는 요인에는 무엇이 있을지?

  • 자본효율성(ROE)가 기업가치와 PER에 미치는 영향을 숫자로 설명할 수 있는지?

 

만약 이 질문 중 대답할 수 없는 사항이 있다면, 앞으로 설명할 내용을 통해 Valaution에 대한 insight를 얻어가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 PER를 이용하여 우리는 수백, 수천, 수억 원의 재산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PER가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해 정확히 이해도 하지 않는 것은, 투자에 있어 무척이나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PER를 통해 기업의 가치를 추정합니다. 즉, PER는 곧 기업의 적정 기업가치입니다.

PER를 이해한다는 것은 기업가치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본 글을 통해 독자님들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가져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1) PER(=적정 기업가치)의 구성요소에 대한 이해

2) 특정 기업의 PER가 높(낮)은 이유에 대한 재무적인 분석 능력

3) 투자하지 말아야 하는 기업은 무엇일까? 성장주의 함정

4) PER 실전 적용 주의사항(비경상적 손익 제외, 미래 EPS 사용시 고려해야할 점 등) - 실전편

 

바쁘신 분들을 위한  PER 이론편의 핵심 요약은 다음과 같습니다.

 

1. PER(=적정 기업가치)은 ①위험이 작을수록, ②성장률과 ③배당성향이 클수록 커진다. 이 때, 기업가치를 최대화하는 배당성향이 존재한다.

 - 역으로 적절한 배당성향(주주환원)을 하지 않는 기업의 기업가치는 훼손된다.

2. 기업가치를 최대화하는 배당성향은 요구수익률(R)과 자본이익률(ROE)를 일치하는 수준의 재투자율을 의미한다.

 - 자본효율성이 낮은 투자를 지속하는 기업의 기업가치는 훼손된다.

3. 기업간 PER를 비교하기 위해서는 위험, 성장률, 자본효율성이 동일한지 고려해야한다.

 - 실전편에서 계속

 

참고로 수식과 숫자가 많이 등장합니다. 결코 어려운 수식들은 아니지만, 이러한 수식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가독성이 낮게 보일 수 있습니다. 이 수식들은 이해하시면 좋지만, 대충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셔도 무방합니다. 중요한 것은 해당 식들이 함의하는 의미이니, 글 중간중간 강조되어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가볍게 읽으셔도 충분합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1. PER란 무엇인가?

1) PER 기초 개념

 PER는 다음과 같이 표현됩니다.

 

 PER = P(주당 가격) / EPS(주당 이익)

 

 주당가격이 100원, 주당이익이 10원인 기업의 PER은 10으로 계산됩니다.

 이 경우, 흔히 매년 10원씩 10년 이익이 발생하면 100원이 된다고 하여, PER를 회수기간 개념으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이 정도는 다들 아시는 수준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수식에 적절한 변환을 한다면, PER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인이 드러납니다.

A 기업의 당기순이익이 성장 없이 영원하게 발생하며, 모든 당기순이익을 배당한다고 가정했을 때, PER는 다음과 같이 표현될 수 있습니다.

 

PER = 1 / 할인율(=요구수익률, 이하 "R")

 

교수님! 진도가 너무 빨라요!😂😂😂

괜찮습니다. 이제부터 천천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먼저 주식 가격 P(Price)의 이론적인 가격에 대해 알아봅시다.

주식의 가치는 기업이 미래에 벌어들이는 모든 배당의 현재가치의 합으로 볼 수 있습니다.

 

P = 1년 후 배당의 현재가치 + 2년후 배당현재가치 + ··· 

 

기업이 모든 당기순이익을 배당한다고 가정하였으므로, 배당 = EPS(주당순이익)입니다.

 

P = 1년 후 EPS의 현재가치 + 2년후 EPS의 현재가치 + ··· 

 

재무관리에서 이렇게 영원히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것을 "무성장 영구현금흐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를 "무성장 영구현금흐름의 현재가치(PV = C/R)" 식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영구현금흐름의 현재가치" 식은 인터넷에서 검색하실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영원히 10원의 현금흐름을 발생시키는 자산의 할인율이 10%라고 할 시, 자산의 가치 X = 10원 / 10% = 100원입니다.)

 

P = EPS / 할인율(R)

 

예를 들어 A라는 기업이 영원히 10원의 주당 이익을 발생시킨다고 할 때, 이 기업의 할인율이 10%라면 이 주식의 가치는 

 

P(a) = 10 / 10% = 100원 

 

으로 계산됩니다.

 

PER = P(주당가격) / EPS(주당순이익) 이므로, 다음과 같이 도출할 수 있습니다.

 

PER = P / EPS

= (EPS / R) / EPS

= 1/ R

 

PER은 할인율(R)의 역수입니다.

할인율이 높아질수록 PER은 낮아지고, 할인율이 낮아질수록 PER은 높아집니다.

 

여기서 할인율은 해당 기업에 기대하는 수익률로, 기업이 미래에 벌어들이는 현금을 현재가치로 할인할때 이용되는 개념이며, (1)기업이 직면하는 위험(2)무위험이자율(안전자산의 금리)의 합입니다.

 

무위험이자율은 일반적으로 국채 이자율이 적용됩니다. 이를 통해 금리가 높아지면 기업가치가 낮아지는 이유는 바로 할인율이 높아짐에 따라 PER가 하락하기 때문임을 알 수 있습니다.

Note 1) 조금 깊게 들어가자면, 무성장 영구현금흐름의 경우 물가상승률을 가정하지 않아 할인율에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지 말아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할인율은 순수하게 기업이 직면하는 위험에 대한 프리미엄만 반영하게 됩니다.

 

또한 할인율은 기업이 직면하는 위험이 커질수록 커집니다.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과 부동산 임대업(리츠)를 영위하는 기업은 서로 직면하는 위험이 다릅니다. 반도체 사업이 더 큰 위험을 갖고 있으므로,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할 것입니다. 반대로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갖고 있는 리츠에게는 낮은 수익률을 요구할 것입니다.

다음은 네이버증권에서 확인한 '리츠 업종'의 PER입니다.(제이알글로벌리츠의 종목분석을 통해 확인)

 

PER에 대해 조금 익숙하신 분들이라면 리츠의 PER가 20이나 되는 것에 의외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PER은 성장성이 높을수록 높아집니다. 그래서 PER이 높은 주식을 성장주라고 분류하기도 하죠.

 

그런데 최근 10년 코스피의 PER의 평균이 15 수준임을 고려하면, 무성장장주인 리츠의 PER이 20 수준인 것은 의외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기 설명한바와 같이 리츠는 영업위험이 낮기 때문에 투자자의 요구수익률이 낮습니다. 비록 성장성은 낮더라도, 투자자의 요구수익률(할인율)이 낮기 때문에 리츠의 PER은 높게 형성된 것입니다.

 

PER를 역산하여 리츠의 요구수익률을 직접 구할 수도 있습니다.

 

리츠의 PER = 20 = 1/R 이므로,

리츠의 R(할인율) = 1/20 = 5%

 

로 산출되며, 리츠의 요구수익률은 5%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코스피의 요구수익률은

 

코스피 PER = 15 = 1/R

코스피 R = 1/15 = 6.7%

 

로, 코스피의 요구수익률은 6.7%입니다.

 

다만 무성장 영구흐름의 경우 물가상승을 무시하므로, 위 수식을 통해 도출한 요구수익률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지 않은 할인율입니다. 장기적으로 연평균 물가상승률이 1.5% 수준이라고 가정한다면, 리츠 및 코스피의 요구수익률은 각각 1.5%를 가산한 6.5%, 8.2%가 됩니다.

 

이 자리에서 할인율에 대해 깊이 다루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가치평가 실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CAPM 모델을 적용한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의 산출 방법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다음 제 블로그 글을 참고 부탁드립니다.

 

https://blog.naver.com/duulan/223117891735

 

Take-away

PER(=기업가치)가 할인율(위험)의 역수라는 개념은, 서로 다른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을 비교할 때 유용한 insight입니다. 같은 수준의 이익이 기대되더라도, 더 위험(이익 변동성)이 낮은 기업이 더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PER를 같은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끼리 비교합니다(삼성전자는 하이닉스와, 리츠는 리츠끼리 비교).

그리고 충분히 분산된 포트폴리오 상에서, 투자자가 직면하는 같은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위험(할인율)은 동일합니다.

 

그렇기에 PER가 위험이 높을수록 낮아진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는 같은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 사이에 PER가 다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습니다.

 


 

 

2) 성장하는 기업의 PER

1)이 무성장기업의 PER을 설명한다면, 2)는 성장하는 기업의 PER을 설명합니다.

 

성장기업의 가치평가를 할 때 가장 주의할 점은 이익의 일부를 성장을 위해 투자재원으로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이에 따라 주식의 가치 P는 다음과 같이 계산됩니다.

 

P = 1년 후 배당의 현재가치 + 2년후 배당현재가치 + ··· 

= 1년 후 'EPS * 배당성향'의 현재가치 + 2년 후 'EPS * 배당성향'의 현재가치 + ··· 

      (배당액 = EPS * 배당성향)

 

이에 성장현금흐름의 현재가치 공식(PV = C/(R-G))을 대입하면(G=성장률),

 

P = EPS * 배당성향 / (할인율(R) - 성장률(G))

 

이에 PER = P / EPS 정의를 대입하면

 

PER = 배당성향 / (할인율(R) - 성장률(G))

 

교수님! 진도가 너무 빨라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위 도출과정을 꼭 이해하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위 식이 의미하는 의미입니다.

 

PER가 할인율(위험)과의 역함수라는 것은 위에서 설명한 바 있습니다.(PER = 1/R)

즉 기업이 위험한 사업을 할수록, PER은 낮아집니다.

 

위 공식에서 새롭게 추가된 것은, 배당성향성장률입니다.

 

위 식을 보면, 성장률이 커질수록 분모가 감소하여 PER이 커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PER의 일반적인 통념과 일치합니다. 즉, 성장성이 높을수록 PER은 높습니다,

 

한편으로 PER은 배당성향이 높을수록 더 커집니다.

 

어? 이야기가 쉬워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배당성향을 높일수록 PER(=적정기업가치)가 높아집니다.

할인율이나 성장률과 달리 배당성향은 경영자가 당장이라도 바꿀 수 있는 요소입니다. 그렇다면 당장 배당성향을 100%로 만든다면 기업가치가 상승하는 것일까요?

 

당연하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익의 100%를 배당한다면, 추가적인 투자(시설투자든, 연구개발이든, M&A 든)가 불가능하여, 성장률이 0%가 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PER = 배당성향 / (R - G) 수식에 배당성향 100%, 성장률 0%를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PER = 100% / (R - 0%)

= 1 / R

 

즉, 무성장 기업의 PER 공식과 같아집니다.

 

여기서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책임을 갖고 있는 CEO 입장에서 난제가 생깁니다.

 

기업가치(PER)를 높이기 위해 배당성향을 높이자니(=투자를 줄이자니) 성장률이 낮아집니다. 반대로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 투자를 늘리자니 배당성향이 낮아집니다.

 

배당성향과 성장률 모두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요소인데, 그 둘이 서로 상충관계에 있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적정한 투자성향과 주주환원 비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이는 적정한 투자성향과 주주환원 비율을 유지하지 못하는 기업은, 낮은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 난제(투자냐? 주주환원이냐?)를 해결하는 '적정 투자수준'이 존재할까요?

 

정답은 Yes입니다.

 

 


 

3. 성장의 대가, 기업가치의 비밀

성장에는 대가가 있습니다. 매출액을 높이고 영업이익을 늘리기 위해서는 무형자산(기술개발, 브랜드가치 등)이든 유형자산(시설장치, 부동산 등)이든 추가적인 투자가 필수불가결합니다.

 

투자의 재원은 유상증자, 차입금 등이 있을 수 있지만, 안정적인 단계에 있는 회사의 부채비율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 일반적으로 회사는 순이익의 일부를 주주에게 배당하지 않고 투자재원으로 활용하게 됩니다.

 

장기적으로 기업이 이익의 일부를 재투자하여 성장을 추구한다고 가정하였을 때, 효율적인 시장에서 이익의 성장률(G)는 이론적으로 다음과 같은 함수로 나타나게 됩니다.

성장률(G) = 자본이익률(ROE) * 재투자율

(이하, "성장의 대가 함수")

(단, 재투자율 = 1 - 배당성향)

 

예를 들어 자본이익률(ROE)이 10%인 기업이 순이익의 50%를 재투자하였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성장률(G)은 다음과 같이 계산됩니다.

성장률(G) = 자본이익률(ROE) * 재투자율(=1-배당성향) = 10% * 50% = 5%

반대로 5%의 성장률을 달성하고자 한다면 이익의 반절을 재투자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자본이익률(ROE)는 단순히 회계적인 ROE(=당기순이익/자본)이 아니라, "n년 순이익/n년 총투하자본", 즉 성장의 효과를 포함한 n년의 자본이익률 개념입니다.

(이 "성장의 대가 함수"는 기업가치평가에 있어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그 함수의 논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나 간단히만 말씀드리자면, 만약 "성장률 > 자본이익률 * 재투자율"이라면 투자가 늘어남에 따라 밑에서 설명할 "자본이익률 체감의 법칙"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성장률 = 자본이익률 * 재투자율"에 수렴하게 될 것입니다.)

G=ROE*(1-배당성향) 함수를 성장기업의 PER 수식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이 전개됩니다.

PER = 배당성향 / (R - G)

= 배당성향 / (R - ROE*(1-배당성향))

 

이제 PER(=적정 기업가치)은 (1) 배당성향, (2) 할인율(R, 요구수익률), (3) 자본이익률(ROE) 세 변수의 함수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잠시 "자본이익률 체감의 법칙"에 대해 소개드릴 필요가 있습니다.

 

자본이익률 체감의 법칙이란, 한정된 투자기회로 인해 투자규모를 늘릴수록 한계 자본이익률은 체감한다는 법칙입니다.

 

직관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A라는 기업에게 a, b, c라는 3개의 투자기회가 있을 때, 각각의 자본이익률(혹은 투자이익률)이 30%, 10%, 5%라고 합시다. A는 당연히 처음에는 가장 자본이익률이 높은 a부터 투자할 것입니다. 투자여력이 남아있다면 그 다음에 b를 투자할 것이고, 마지막으로 c를 투자할 것입니다.

즉 시장상황에 변동이 없다면 기업이 투자를 늘릴수록 투자의 효용성, 곧 자본이익률이 체감한다는 것이 "자본이익률 체감의 법칙"입니다.

 

자본이익률이 체감한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그러나 자본이익률이 떨어져도 어쨌든 0보다 좋으면 투자하는 것이 이익이 아닌가? 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다시 "요구수익률"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요구수익률은 투자자가 해당 기업에 대해 요구하는 수익률입니다. 이 때 이 "수익률"에 대응되는 개념이 바로 "자본이익률(ROE)"입니다.

 

어느 기업에 투자했을 때 기대되는 이익률이 2%밖에 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예금을 하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예금에 투자하는 것보다 위험이 높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수익률(=요구수익률)이 높을 것이며, 기업 중에서도 위험이 높은 사업(예: 반도체)이 위험이 낮은 사업(예: 부동산임대업)보다 요구수익률이 높을 것입니다.

 

다시 위 예시로 돌아와서, A기업에 요구되는 수익률(R)이 10%라고 한다면, 요구수익률보다 낮은 자본이익률이 기대되는 C 투자안(5%)에는 투자하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ROE가 10%보다 높은 투자안이 있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하는 것이 투자자의 요구수익률에 부합하는 행위일 것입니다.

 

즉, 기업 입장에서 최적의 투자전략은 자본이익률(ROE) = 요구수익률(R)에 해당하는 수준의 투자전략을 갖추는 것입니다.

 

직관적으로, 최적의 투자전략(R=ROE)을 수행했을 때 최고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게 될 것입니다. 반대로 최적의 투자전략을 수행하지 않았을 때(요구수익률을 충족하는 b에 투자하지 않았거나, 요구수익률에 미달하는 b에 투자하였을 때) 기업가치는 훼손될 것입니다.

 

따라서 최적의 투자전략을 수행한 성장 기업의 PER는 다음과 같이 산출됩니다.

 

PER = 배당성향 / (R - ROE * (1-배당성향))

= 배당성향 / (R - R * (1-배당성향)) (최적 투자전략 수행시 R = ROE이므로)

= 배당성향 / R * (1 - (1 - 배당성향))

= 배당성향 / R * 배당성향

= 1 / R

 

놀랍게도 최적의 투자전략을 수행한 성장 기업의 PER(적정 기업가치)는 무성장기업의 PER = 1 / R과 동일하게 산출됩니다.

 

다만 이를 최고의 기업가치를 얻기 위해서는 '성장하지 않는 것'이 적절한 투자전략인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됩니다. 단지 수식이 같을 뿐이지, 성장 기업 PER = 1 / R에는 적정한 투자전략(R=ROE)을 수행했다는 것이 가정되어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PER = 배당성향 / (R - ROE * (1 - 배당성향)) 수식으로 돌아가봅시다.

여기서 배당성향은 사라진 것 처럼 보이지만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바로 '최적 투자전략(R = ROE)'이 곧 배당성향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R = ROE에 해당하는 투자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80%의 재투자율이 요구된다면 배당성향은 1 - 80% = 20%가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최고의 기업가치(PER)에 도달하기 위한 배당성향이 존재하며, 최적의 배당성향은 요구수익률과 자본이익률이 같은 수준에 도달하는 투자를 수행할때 도달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반대로 최적의 배당성향을 수행하지 않은 기업은 자본비효율성으로 기업가치가 본래 받아야 할 수준보다 낮게 평가될 것입니다.

 

참고로 성장기업의 PER = 1 / R은 현재 기업이 직면한 투자기회(한계 ROE)가 요구수익률과 같을 때, 위 사례로 예를 들면 b 투자안에 투자하는 시점의 PER입니다. 중단기적으로는 새로운 시장의 개화, 기술발전, 혁신 등의 요인으로 요구수익률보다 높은 투자기회(a 투자안)에 투자하는 시기가 존재할 것이며, 이 시점의 PER은 1 / R 보다 높아지게 됩니다. 성장주의 PER이 높은 수준에서 형성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반대로 설령 높은 수준의 성장률이 기대되는 기업일지라도 기대되는 자본이익률이 요구수익률보다 높지 않다면(예를 들어 너무 큰 Capex 지출이 필요한 경우), 설령 성장주라고 하더라도 PER이 낮을 수 있습니다. 같은 성장주라고 하더라도 어떤 기업은 PER이 높고, 어떤 기업은 PER이 낮은 이유입니다.

 

 


 

4. 결론

지금까지 PER의 이론적인 의미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정리하자면 PER로 분석되는 적정 기업가치는

1) 요구수익률(R, 할인율)가 낮을수록, 즉 기업의 위험이 낮을수록

2) 성장률(G)이 높을수록, 즉 더 좋은(높은 ROE) 투자기회가 있을수록

3) 최적의 주주환원을 할수록, 즉 장기적으로 요구수익률과 자본이익률을 일치시키는 투자의사결정을 할수록​

 

더 높아집니다.

이 때, 최적의 투자전략을 수행하는 시점의 PER은 "PER = 1 / 할인율"로 수렴하게 됩니다.

특히 제가 본 글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기업가치를 적절하게 평가받기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요구수익률(할인율)보다 투자수익률이 높은 투자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단순히 기업의 양적 팽창을 추구하지 않고, 자본의 효율적 배분을 통해 좋은 투자기회가 있으면 투자하고, 효율적인 투자기회가 없다면 주주에게 환원하는 것이 최적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반대로 주주환원을 등한시하고 양적 팽창만을 추구하는 회사는 낮은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마련입니다.

 

슬프게도 한국 기업의 상당수가 이에 해당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역발상으로 생각하면, 자본효율성이 높은 기업이라면 저평가가 만연한 국장이라고 하더라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본문의 내용들은 재무관리적으로 일반론적인 해석으로, 실제 개별 기업의 이슈나 이익의 변동 등 PER가 등락하는 이유는 매우 많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실전편"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위 분석을 통해 단순히 PER을 성장주, 가치주의 이분법적 분류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PER가 위험과 자본이익률(ROE) 및 배당성향의 함수임을 이해하면 PER가 저평가 및 고평가 받는 원인에 대해 통찰할 수 있는 이론적인 틀을 얻을 수 있게 되었을 것입니다.

특히 성장률이 높더라도 PER가 낮게 평가받거나(지주회사, 자동차 등), 성장률이 낮더라도 PER이 높이 평가받는 기업(리츠 등)의 기업가치에 대해 자본이익률(ROE)과 재투자율(혹은 주주환원률) 측면에서 분석할 수 있게 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같은 수준의 성장이 기대됨에도 어느 기업은 높은 가치를 평가받고, 어느 기업은 낮은 기업의 가치가 평가받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더해 한국 주식이 저평가받는 이유, 주주환원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본 글에서 실제로 본문에서 소개한 공식을 이용해 실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데는 제약이 많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PER를 이용한 실전 가치평가 기법에 대해 공유드리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크리에이터를 응원하고 싶다면 후원하기를 눌러주세요.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가치평가를 공부하고 투자에 실천하고 있는 공인회계사입니다.

팔로워 null
좋아요 12
댓글 2
2
12
0
0/1000
  • 10억모으기 · 21일 전
    이런 글 좋네요 감사합니다ㅎ 혹시 pbr이나 roe등 다른 시리즈들도 나올까요?
    • 투자하는회계사 · 21일 전
      감사합니다! Per 다름 주제가 pbr 및 roe 관련이 될 것 같습니다.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