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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월 CPI 해석 - 끈질긴 라스트 마일 VS 희망의 근거들
원스
2024.02.14
1월 미국 CPI는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결과로 발표되었습니다.
선행지표를 고려할 때 유의미한 디스인플레이션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항목인 주거비는 이번에도 시장이 기대한 것보다 높은 상승 속도를 유지했습니다.
주거비의 경우, 시장의 예상보다 둔화 속도가 매우 느린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향후 주거비가 가파르게 둔화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여전하지만, 주거비가 좀처럼 둔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여러 연구결과들이 있습니다.
더불어, 인플레이션 목표(2%)를 달성하기 위한 마지막 구간(3%대 인플레이션 → 2%대 인플레이션)인 라스트 마일(last mile)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 CPI(일명 슈퍼코어 CPI)는 이번에도 상승 속도가 가팔라졌습니다.
참고 : 라스트 마일(last mile)이란?
마라톤과 같은 스포츠 경기에서 목표에 이르기 직전의 최종 구간을 의미합니다. 최근 금융시장 및 경제학계에서 2%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위한 마지막 구간의 의미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
결론적으로, 작년 12월에 이어서 올해 1월 CPI 결과는 인플레이션 라스트 마일이 예상보다 끈질길 것이라는 우려를 유발했습니다. 그러나 낙관의 근거들도 제시되었습니다.
1. 개요
미국 노동부(BLS)에 따르면, 1월 헤드라인 CPI는 전월비 0.3% 상승했습니다. 블룸버그 컨센서스(시장 예상치)는 0.2% 상승이었습니다. 전년동월비 상승률은 3.1%를 기록하면서 시장 예상치인 2.9%를 상회했습니다. 작년 12월 수치는 3.3%였습니다.
헤드라인 CPI 전월비 상승률 추이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비 0.4% 상승하면서 시장 예상치 0.3%를 상회했습니다. 전년동월비 상승률은 3.9%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 3.7%를 상회했습니다. 작년 12월 수치는 3.9%였습니다.
근원 CPI 전월비 상승률 추이
연율로 환산한 3개월 이동평균치는 3.3%에서 4.0%로, 6개월 이동평균치는 3.2%에서 3.6%로 상승했습니다. 즉, 3개월 및 6개월 인플레이션 추세가 연준의 목표인 2%에서 더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파란색 선 : 헤드라인 CPI 전년동월비 상승률 추이 / 빨간색 선 : 근원 CPI 전년동월비 상승률 추이
2. 세부 내용
① 슈퍼코어 인플레이션 - 상승 속도가 가팔라짐
파월 의장이 주목하고 있다고 널리 알려진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 CPI(일명 슈퍼코어 CPI)는 1월에 전월비 0.85% 상승했습니다. 지난 2022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 속도를 기록했습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기 마지만 단계(3%대 인플레이션 → 2%대 인플레이션)인 라스트 마일(last mile)은 이 지표에 달려 있다고 해도 큰 무리가 없습니다.
연율로 환산한 3개월 이동평균치는 올해 1월에 6.70%, 6개월 이동평균치는 5.54%를 기록했습니다.
3개월 이동평균(연율화) : 4.97%(작년 11월) → 4.02%(작년 12월) → 6.70%(올해 1월)
6개월 이동평균(연율화) : 3.95%(작년 11월) → 4.47%(작년 12월) → 5.54%(올해 1월) |
슈퍼코어 CPI에 구성 항목인 항공요금(전월비 1.4% 상승), 자동차 보험료(전월비 1.4% 상승), 의료비(전월비 0.7% 상승) 등이 가파른 상승세를 유지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슈퍼코어 CPI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라스트 마일이 순조롭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② 주거비 - 예상보다 둔화 속도가 느림
헤드라인 CPI에 약 36%, 근원 CPI에 약 45% 비중을 차지하는 주거비(shelter)는 전월비 0.6% 상승했습니다.
작년 2월 이후 가장 가파른 전월비 상승률을 기록하며 헤드라인 CPI 전월비 상승률(0.30%)의 약 75%(0.23%p)를 기여했습니다.
CPI 중 주거비 전월비 상승률 추이
주거비의 세부 항목인 임대료는 전월비 0.36% 상승, 주택소유자의 등가임대료(OER)는 전월비 0.56% 상승을 기록하면서 가파른 상승세가 지속되었습니다.
변동성이 유독 심하게 나타나는 숙박비(Lodging Away from Home)는 전월비 1.8% 급등했습니다.
CPI 중 숙박비 전월비 상승률 추이
주거비는 선행지표를 고려할 때 향후에 유의미한 디스인플레이션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대표적인 항목입니다.
그러나 시장의 당초 예상보다 주거비 둔화 속도가 매우 느린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타이트한 노동시장이 지속된다면 주거비의 둔화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따라서, 주거비가 시장이 예상하는 것만큼 가파르게 하락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며 실제로도 예상보다 느리게 둔화하고 있습니다(주거비 둔화 속도가 느릴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지지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에 주거비가 가파르게 둔화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는 여전히 있는 상황입니다.
참고 : 주거비 연구결과
주거비는 헤드라인 CPI에 약 35%, 근원 CPI에 약 44%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주거비 향방은 CPI 전망에 핵심일 수 있습니다.
주거비의 선행지표(질로우 주택가격지수 및 임대료 지수, CPI 주거비의 1년 선행)는 지난 5월에 정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1년 후인 2023년 5월부터 본격적으로 둔화되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는 예측이 가능하고, 실제로 주거비는 이때부터 정점을 찍고 현재까지 유의미하게 하락하고 있습니다.
파란색 선(좌) : 질로우 주택가격지수 전년동월비 상승률 / 빨간색 선(우) : CPI 중 주거비 전년동월비 상승률
결국, 주거비의 경우 당분간 둔화가 당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둔화 속도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샌 프란시스코 연준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주거비는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따를 경우 2024년 중반에 전년동월비 기준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캔자스시티 연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주거비는 '타이트한 노동시장'이 지속되는 한 둔화 속도가 느려질 수 있습니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노동집약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근원 상품 인플레이션은 타이트한 노동시장에 가장 작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통념과 달리,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 인플레이션보다 주거비 인플레이션이 타이트한 노동시장에 더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타이트한 노동시장이 지속된다면 주거비의 상승 압력이 지속해서 커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CPI 주거비는 위의 샌프란시스코 연준이 추정한 것보다 훨씬 느리게 둔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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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중고차
중고차 가격(Used cars and trucks)은 전월비 3.4% 급락했고, 신차 가격은 전월비 0.0% 기록했습니다. 이는 근원 상품 CPI의 하락세에 기여했습니다.
CPI 중 중고차 가격 전월비 상승률 추이
CPI 중고차 가격을 2~3개월 선행한다고 알려진 만하임 중고차 지수는 작년 10월 이후 지속해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CPI 중고차 가격은 하락세를 이어나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하임 중고차 가격지수 추이
④ 보조지표
근원 물가지수는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단기적 충격이나 불규칙한 요인들이 제외되기 때문에 '기조적인 혹은 추세적인' 물가 상승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합니다.
다만, 근원 물가지수는 필수재에 속하는 휘발유, 식품 등의 가격이 제외되기 때문에 가계의 체감물가와 괴리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연준은 보조 지표를 개발했는데 Median CPI와 16% Trimmed Mean CPI가 대표적입니다. 연준 위원들도 종종 언급하고 있는 물가지표입니다.
이 지수들은 물가지수를 구성하는 품목들의 변동성을 나열하고 상위와 하위의 품목을 제거하여 산출됩니다.
1월 Median CPI와 16% Trimmed Mean CPI의 전월비는 모두 0.5% 상승하면서 상승 속도가 전월보다 가팔라졌습니다(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에 부합하는 상승 속도는 전월비 0.2% 수준입니다).
Median CPI 전월비 상승률 추이
16% Trimmed Mean CPI 전월비 상승률 추이
3. 끈질긴 라스트 마일 우려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 세 가지 요인을 지속해서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첫째, 타이트한 노동시장으로부터 유발되는 임금 인플레이션입니다.
둘째, 원자재 가격(국제유가 등)입니다.
셋째, 팬데믹으로 유발된 공급망 병목 현상입니다.
2022년 중반 이후 인플레이션이 피크를 찍고 지금까지 순조롭게 둔화되었던 것은 두 번째 요인과 세 번째 요인의 영향이 컸습니다.
즉, 원자재 가격이 하락 안정화되고 팬데믹발 공급망 병목 현상이 해소되면서 근원 상품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렸고 이는 유의미한 디스인플레이션 기조를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첫 번째 요인은 노동시장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노동시장이 여전히 타이트하기 때문에(낮은 실업률 등) 근원 서비스 인플레이션(또는 슈퍼코어 인플레이션)은 높은 상승 속도가 유지되거나 오히려 가팔라지고 있습니다(더불어, 주거비조차 타이트한 노동시장에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따라서, 첫 번째 요인은 연준이 인플레이션 목표(2%)를 달성하기 위한 마지막 구간(3%대 인플레이션 → 2%대 인플레이션)인 라스트 마일(last mile)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칩니다.
지난 1월 FOMC에서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 가능하게 움직인다는 것에 대해 '더 큰 자신감(greater confidence)'을 가지려면 근원 서비스 인플레이션(또는 슈퍼코어 인플레이션)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슈퍼코어 인플레이션의 상승 속도는 파월 의장이 더 큰 자신감을 갖기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결국, 슈퍼코어 인플레이션이 유의미하게 하락하려면면 노동시장이 둔화(실업률 상승 등)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연준은 경제사이클 막바지에 나타나는 실업률 상승 전환도 막고 싶어 합니다.
고용과 물가의 상충관계에 직면한 연준은 '오락가락' 커뮤니케이션 전략(매파적 또는 비둘기파적 기조를 수시로 전환)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4. 낙관의 근거
결론적으로, 1월 CPI 결과는 인플레이션 라스트 마일이 예상보다 끈질길 것이라는 우려를 더 강화했습니다.
그러나 낙관의 근거들도 제시되었습니다.
첫째, '계절조정'의 영향입니다.
통상적으로, 1월과 2월은 CPI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시기입니다. 따라서, 이 두 달의 '계절조정 전' 전월비 상승률은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계절적인 요인을 감안하여 BLS(미국 노동부)는 CPI에 계절조정을 시행합니다. 이러한 조정 작업을 거치는 과정에서 1월 CPI 상승세가 과장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계절조정 전 헤드라인 CPI 전월비 상승률
둘째, 근원 상품 CPI에서 디스인플레이션 또는 디플레이션 기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월 FOMC에서 파월 의장은 '상품 인플레이션이 상당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제로 부근으로 안정될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근원 상품 CPI 전월비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전월비 0.32% 하락)하면서 디스인플레이션 또는 디플레이션 기조를 이어나갔습니다.
근원 상품 CPI 전월비 상승률 추이
근원 상품 CPI 전년동월비 상승률 추이
셋째, CPI는 연준이 기준으로 삼고 있는 PCE 물가지수보다 인플레이션을 과장할 수 있습니다.
특히, 1월 근원 CPI 상승세를 주도했던 주거비의 경우 PCE 물가지수에서 비중이 훨씬 낮습니다(약 16~17%).
더불어, 슈퍼코어 CPI 상승세를 주도했던 항공요금과 의료비 항목 등은 PCE 물가지수 산출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해당 항목들은 PPI(생산자물가지수) 기준이 적용되어 산출됩니다.
따라서, 1월 16일에 발표되는 PPI에서 해당 항목들이 CPI와 달리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나면 PCE 물가지수에서 상방 서프라이즈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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