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해외

연준 유동성(역레포, 지급준비금, TGA) 변동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원스

2024.01.29

4
0

이전 글에서 연준 대차대조표 상의 부채 항목인 지급준비금, 역레포, TGA의 정의를 살펴보고, 해당 항목들의 상호작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출처 : https://blog.naver.com/cswcul?Redirect=Log&logNo=223305535834&from=postView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기본 내용을 바탕으로 실제 사례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즉, 팬데믹 이후 지급준비금, 역레포, TGA의 변동 이유, 그리고 이 변동이 금융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팬데믹 이후 연준 무제한 양적완화 영향

2. 2021년 초 이후 역레포 급증 이유와 영향

3. 2021년 12월 이후 지급준비금 급감 이유와 영향

4. 2023년 3월 은행시스템 불안 발생 이유와 영향

5. 2023년 6월 이후 역레포 급감 이유와 영향

6. 역레포 감소 및 소진의 의미

(이전 글의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셔야 이해가 편하실 수 있습니다)

 


 

1. 팬데믹 이후 연준 무제한 양적완화 영향

 

지난 2020년 3월에 팬데믹 위기가 본격화되자 연준은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양적완화 정책이란 연준이 유통시장에서 다양한 만기의 국채 및 MBS를 매입하는 정책을 의미합니다.

연준 자산은 3월 초 4조3000억달러에서 12월 말 7조4000억달러로 약 3조1000억달러 증가했습니다.

연준 대차대조표 상에서 자산이 증가했다면 부채 항목인 지급준비금, TGA, 역레포 등도 증가해야 할 것입니다.

이 기간 동안 지급준비금은 약 1조5000억달러 증가했고(1조7000억달러 → 3조2000억달러), TGA는 약 1조2000억달러 증가했습니다(4000억달러 → 1조6000억달러). 역레포와 나머지 기타 항목은 거의 증가하지 않거나 소폭 증가했습니다.

 

팬데믹 이후 연준 자산(파란색 선), 상업은행 지급준비금(빨간색 선), TGA(연두색 선), 역레포(보라색 선) 추이

 

팬데믹 이후의 양적완화 정책은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양적완화 정책과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습니다.

연준이 금융시장(지급준비금)뿐만 아니라 정부의 재정정책(TGA)을 지원했기 때문입니다(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양적완화는 전적으로 상업은행 지급준비금을 늘리는 정책이었습니다).

즉, 미국 정부가 재정정책을 위해 대규모로 국채를 발행했고(TGA 증가), 연준이 양적완화 정책으로 공급된 국채를 매입했습니다.

 

TGA 추이

 

연준과 정부의 정책 공조 덕분에 미국은 팬데믹 위기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팬데믹으로 유발된 경기침체 기간은 단 2개월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역사상 가장 짧은 경기침체 기간이었습니다.

 

참고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정책과 팬데믹 위기 이후 경제정책의 차이점

 

통상적으로,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정책은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에 현금을 공급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실물경제와 인플레이션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재정정책(소득보전 정책)은 정부가 가계에 직접 현금을 공급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실물경제와 인플레이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가령,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준이 1, 2, 3차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했음에도 경제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고 높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 통화정책이 주로 활용되었고 재정정책은 소극적으로 활용되었기 때문입니다.

 

반면, 팬데믹 이후 국가 재난이라는 명목하에 막대한 규모의 재정정책 시행이 용인되었습니다. 통화정책은 재정정책을 적극 지원하였으며 이는 TGA 급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 2021년 초 이후 역레포 급증 이유와 영향

 

팬데믹 초기에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지급준비금과 TGA가 크게 증가했지만 다른 부채 항목인 역레포는 팬데믹 초기에 거의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역레포는 2021년 초부터 급격하게 증가했습니다.

 

역레포 잔액 추이

 

역레포 급증 이유는 크게 두 가지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첫째, 재정증권(T-bill, 만기가 1년 이하인 국채) 공급 감소입니다.

팬데믹 발발 이후, 미국 재무부는 대규모 소득보전정책을 시행하기 위해 신속하게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만기가 짧은 재정증권 발행에 크게 의존했습니다.

미국 순 국채발행 규모 추이, 출처 : 미국 재무부

 

이에 따라, 정부부채 총액 중 재정증권 비중은 25%를 상회했습니다. 이는 재무부 차입자문위원회(TBAC)의 권고 범위인 15~20%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였습니다.

2021년 이후, 재무부는 지나치게 높은 단기 채무 비중을 낮추기 위해 만기가 돌아오는 재정증권을 순상환했고 중장기국채(Notes 및 Bonds) 발행을 대폭 늘렸습니다. 재정증권 비중은 지속해서 하락하면서 2022년 말에 15% 수준까지 하락했습니다. 

 

정부부채 총액 중 재정증권 비중 추이, 출처 : 미국 재무부

 

이에 따라, 유통시장에서 재정증권 '품귀'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MMF에 자금이 풍부했지만 유통시장에서 MMF가 투자할 만한 재정증권이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만기가 짧은 일부 재정증권의 경우 '마이너스' 금리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적당한 투자처를 찾고 있었던 MMF가 발견한 것은 연준의 역레포였습니다. 다만, 당시의 연준은 제로금리(0~0.25%)를 시행하고 있었고, 역레포 금리는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 하단인 0%가 적용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금리 차원에서 투자 매력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둘째, 2021년 6월에 연준은 초과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역레포 금리를 5bp 인상했습니다. 즉, 역레포 금리가 기준금리 하단보다 5bp 높게 설정된 것입니다.

 

파란색 선 : 연방기금목표금리 상단 / 빨간색 선 : 연방기금목표금리 하단 / 검은색 선 : 역레포 금리

 

머니마켓(단기자금시장)에 마이너스 금리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역레포가 주는 플러스 5bp의 프리미엄은 MMF 입장에서 매력적인 투자 조건이었습니다.

결국, 역레포에 천문학적인 MMF 자금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2021년 초까지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역레포 잔액은 연준의 첫 기준금리인상(2022년 3월) 이전까지 약 1조6000억달러 규모로 증가했습니다.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시작된 이후 역레포금리도 함께 상승했습니다. 더불어, 2022년에도 재무부의 재정증권 순상환은 지속되었습니다(재정증권 공급 부족 현상 지속 → 재정증권 금리 하락 압력).

역레포금리는 재정증권 금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MMF는 역레포 투자를 더 늘렸습니다. 2022년 12월 말에 역레포 잔액은 2조5500억달러까지 증가했습니다.

 

파란색 선(좌) : 역레포금리 / 빨간색 선(좌) : 1개월물 재정증권금리 / 검은색 선(우) : 역레포 잔액

 

이러한 역레포 급증은 미국증시와 은행시스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참고 : 역레포가 급증한 또 다른 요인 - SLR(Supplementary Leverage Ratio,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 규제

 

역레포가 급증한 또 다른 요인을 연준의 SLR 규제 완화 철회 조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SLR 이란 연준이 상업은행에 부여한 자본규제 중 하나입니다. 총자산이 2500억달러 이상인 미국 대형은행에 적용되는 레버리지 비율을 의미합니다. 이 규제에 따라, 미국 대형은행은 총자산(국채, 대출, 지급준비금, 파생상품 등이 포함) 대비 자기자본을 3% 이상 유지해야 합니다.

 

 

팬데믹 위기 이후 연준은 상업은행의 자본규제 중 하나인 SLR 규제를 완화해 주었습니다. 즉, SLR의 총자산에 국채와 지급준비금을 제외해 주었습니다.

 

이러한 완화 조치로 상업은행은 늘어난 지급준비금에 대해 자기자본을 추가로 확보할 필요가 없었고, 대규모로 유입되는 예금을 안전하게 보유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021년 3월에 연준이 SLR규제 완화 조치를 철회하면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즉, SLR의 총자산에 다시 국채와 지급준비금이 포함되었습니다(위의 식 참고).

 

상업은행들은 총자산이 증가했기 때문에 자신들의 SLR이 낮아진 것을 확인했고, SLR을 조정하기 위해 유입되는 예금을 거부하거나 방출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MMF는 자신의 은행 계좌에 현금을 예치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가장 안전한 투자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연준의 역레포였습니다.

 

연준이 SLR 규제 완화를 철회한 이후부터 역레포는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MMF가 은행 계좌 대신 역레포에 자금을 예치했기 때문이었습니다.

 

3. 2021년 12월 이후 지급준비금 급감 이유와 영향

 

연준은 매달 1200억달러 규모의 양적완화를 지속했고 연준 자산은 2022년 4월에 약 8조9600억달러 규모로 증가했습니다.

 

연준 자산 추이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지급준비금은 2021년 12월에 약 4조3000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지급준비금은 정점을 찍고 가파르게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연준의 양적긴축 정책이 시작(2022년 6월)되기도 전에 지급준비금은 3조3000억달러로 급감했습니다.

당시 지급준비금의 급격한 감소는 연준의 다른 부채 항목인 TGA역레포가 증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2021년 12월에 부채한도 협상이 타결되었습니다(28조9000억달러 → 31조4000억달러). 재무부는 바닥나 있는 TGA를 채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했습니다. 다만, 재정증권의 순상환은 지속되었고, 중장기국채 순발행을 크게 늘렸습니다(챕터 2 미국 순 국채발행 규모 차트 참고).

 

참고 : 미국 부채한도란?

 

미국 재무부가 국가 부채를 얼마만큼 부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한계를 의미합니다. 즉, 미국 재무부가 정부 지출을 위해 합법적으로 빌릴 수 있는 최대 금액을 의미합니다.

 

미국이 부채한도를 법으로 제정한 시기는 1917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전까지 미국은 제한 없이 의회 승인 아래 채권 발행을 통해 정부지출을 할 수 있었습니다.

 

1917년에 전쟁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할 목적으로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의회 승인 절차를 없애기 위해 부채한도를 설정했습니다. 이후 재무부는 의회의 승인 없이 부채 한도 내에서 국채를 재량적으로 발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의회가 설정한 한도는 지켜지지 않았고, 도입 이후 최근까지 100차례가 넘게 한도가 확대되거나 적용이 유예되었습니다.

 

미국 정치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부채한도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어 왔지만 증액 실패로 미국 정부가 디폴트에 빠진 적은 없었습니다.

 

2021년 12월에 TGA 잔액은 600억달러에 불과했지만 2022년 5월에 9600억달러로 증가했습니다(약 9000억달러 증가).

 

파란색 선(좌) : 지급준비금 / 빨간색 선(우) : TGA

 

더불어, 재무부의 재정증권 순상환과 재정증권 품귀 현상은 지속되었습니다. MMF는 은행 계좌에서 예금을 인출해 역레포 투자를 늘렸습니다. 이 기간 동안 역레포 잔액은 1조6000억달러에서 2조달러로 약 4000억달러 증가했습니다.

 

역레포 추이

 

결국, 2021.12 ~ 2022.05 기간 동안 TGA와 역레포가 동시에 증가(각각 9000억, 4000억 증가)하면서 지급준비금이 급감(1조달러 감소)하게 된 것입니다(2022년 3월까지 양적완화 정책이 지속되었기 때문에 지급준비금 감소 폭이 일부 줄어듦).

지급준비금의 급격한 감소는 미국증시 조정(당시 S&P500은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의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파란색 선(좌) : 지급준비금 / 빨간색 선(우) : S&P500

 

(이전 글에서 지급준비금은 연준의 금융시장 부양 의지(유동성)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신호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물론, 미국증시 조정의 이유가 지급준비금 급감 때문만이라고 보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이 밖에 2022년 1,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 기록, 고조되고 있는 인플레이션과 연준 금리인상 우려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2022년 6월에 연준은 양적긴축 정책을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급준비금(금융시스템 유동성)이 지속해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습니다(이 당시에 금융시장에서 '적정' 지급준비금 논의와 양적긴축 조기 종료 가능성이 활발하게 제기되었습니다).

다만, 2022년 5월 이후 재무부는 TGA에서 자금을 지속해서 방출하기 시작했습니다(2023년 6월 부채한도 유예 결정 이전까지). 이는 지급준비금의 빠른 감소를 막아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4. 2023년 3월 은행시스템 불안 발생 이유와 영향

 

2022년 6월에 연준의 양적긴축 정책이 시작되었고 역레포 잔액은 높은 수준이 유지되었습니다. 따라서, 지급준비금은 지속해서 하락 압력을 받았습니다.

2023년 3월에 지급준비금이 3조달러 이하로 하락하자 SVB(실리콘밸리 은행) 파산 사태가 발생했고 은행시스템 우려가 본격화되었습니다.

이에 연준은 BTFP(Bank Term Fudning Program)이라는 새로운 대출 프로그램을 개설했습니다. 상업은행은 국채 및 MBS를 담보로 연준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BTFP는 기존의 대출 프로그램이었던 재할인 창구와 달리 담보의 시가평가 및 할인적용 원칙이 적용되지 않았고, 대출기간은 1년이었습니다(재할인창구는 3개월).

BTFP 사용량은 3개월 만에 1000억달러 증가했습니다. 이로써, 일부 취약한 상업은행은 부족한 지급준비금을 충당할 수 있었습니다.

 

BTFP 사용량 추이

 

당시 금융시장 일각에서 연준의 BTFP 정책을 '유사 양적완화(not-QE)' 해석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저도 이러한 해석에 상당 부분 동의했습니다.

 

참고 : 유사 양적완화(Not-QE)란?

 

유사 양적완화, 이른바 'not-QE'란 지난 2019년 7월 단기자금시장에서 발작 현상(금융불안정)이 나타난 이후 연준이 양적긴축 정책을 종료하고 대규모의 재정증권(만기 1년 이하의 국채) 매입을 시행했을 때 나타난 용어였습니다.

 

처음에 연준은 대규모 재정증권 매입이 양적완화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not-QE). 그러나 댈러스 연준 총재였던 로버트 카플란은 2020년 1월에 재정증권 매입이 양적완화 효과를 내고 있다고 처음 인정했습니다.

그는 연준의 해당 정책이 수익률곡선에 따라 국채를 매입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양적완화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자산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양적완화의 파생(derivative of QE)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연준이 재정증권을 매입하면 시장에 추가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자산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형식상으로는 양적완화가 아니지만 양적완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유사 양적완화, not-QE).

 

한편, BTFP는 대출 형태의 '일시적인' 유동성 공급 정책입니다(연준 대차대조표 상의 자산 항목인 대출이 증가, 부채 항목인 지급준비금 증가).

 

따라서, 국채 및 MBS를 '영구적'으로 매입하는 양적완화 정책과 '기능적인' 측면에서 분명히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문제가 발생하면 연준이 언제든 유동성을 풀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심리적인 측면)를 부추긴다는 측면에서 양적완화와 유사한 효과(Not-QE)가 발생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2023년 1월에 부채한도에 도달했기 때문에 TGA는 부채한도 유예가 결정된 6월 초 이전까지 지속해서 감소했습니다(부채한도에 도달하면 부채를 추가로 늘릴 수 없기 때문).

결국, BTFP 증가와 TGA 감소로 지급준비금은 추가로 감소하지 않고 약 3조2000억달러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은행시스템 불안은 심각하게 확산되지 않았습니다.

파란색 선(좌) : 지급준비금 / 빨간색 선(우) : TGA

 

5. 2023년 6월 이후 역레포 급감 이유와 영향

 

연준은 은행시스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재정정책을 위해 역레포 감소를 적극적으로 유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시도들은 성공적이었습니다.

 

① 연준 : 역레포 사용 자격 기준 강화와 매파적 기조 강화

위에서 살펴봤듯이, 역레포의 지속적인 증가는 금융시장 유동성 축소와 은행시스템 불안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이었습니다.

연준은 은행시스템 불안을 해소하고 금융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연준 내에 고여 있는 막대한 유동성(역레포)을 더 넓은 금융시스템(지급준비금)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었습니다.

2023년 4월 25일에 연준은 역레포를 사용하는 금융기관들의 자격 기준을 일부 수정했습니다. 원래 목적과 달리 역레포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려는 일부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자격 기준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는 역레포 사용에 제한을 두겠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6월 FOMC 9월 FOMC에서 점도표 상의 기준금리 경로를 인상하면서 매파적 기조를 강화했습니다. 이는 연준 기준금리와 강하게 연동되는 재정증권금리(단기금리)가 역레포금리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② 재무부 : 재정증권 대규모 발행

2023년 6월 초에 의회에서 부채한도 유예(2025년 1월)가 결정된 이후, 재무부는 이번에도 바닥나 있는 TGA를 확충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사례(2021년 12월)와 달리 이번에는 재정증권을 대규모로 발행하여 TGA를 확충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2021년 12월 부채한도 협상 타결 이후 중장기국채를 대규모로 발행하여 TGA를 확충).

지난 2021년과 2022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재정증권을 충분히 순상환했기 때문에 재정증권 비중은 15% 수준으로 충분히 낮아져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재정증권을 대규모로 발행할 수 있는 여력이 있었습니다.

6월 이후 재무부는 남은 회계연도 동안 재정증권을 약 1.3조달러 순발행했습니다(2023년 회계연도 기준 재무부의 총 국채 순발행 규모는 2조달러, 이중 재정증권 순발행 규모는 1.62달러로 약 81%를 차지). 이에 따라, 재정증권 비중은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부채 총액 중 재정증권 비중 추이, 출처 : 미국 재무부

 

결국, 연준과 재무부의 노력으로 재정증권금리는 역레포금리보다 지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재정증권 공급 증가 → 재정증권금리 상승 압력). 즉, MMF 입장에서 역레포보다 재정증권의 투자 매력도가 높아졌습니다.

 

파란색 선 : 역레포금리 / 빨간색 선 : 1개월물 재정증권금리

 

6월 초에 역레포 잔액은 2조2500억달러에 육박했지만 11월 말에 8900억달러를 기록하며 약 1조3500억달러 급감했습니다. 즉, MMF가 역레포에서 자금을 인출해 공급된 재정증권에 전적으로 투자했습니다.

 

역레포 추이(2023.06~2023.11)

 

같은 기간 지급준비금은 2000억달러 증가했고, TGA는 7000억달러 증가했습니다.

 

지급준비금(파란색 선, 좌) 및 TGA(빨간색 선, 우) 추이 (2023.06~2023.11)

 

양적긴축은 매달 평균 750억달러, 6개월 동안 약 4500(750 * 6)억달러가 진행되었습니다.

결국, 지난 6월 이후 연준 부채는 약 4500억달러 감소(1조3500억달러 - 7000억달러 - 2000억달러)했으며 이는 같은 기간 양적긴축 규모와 거의 일치합니다.

다만, 이 기간 동안 양적긴축이 진행되고 TGA가 큰 폭으로 증가했음에도 지급준비금이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이는 역레포 감소 폭이 더 컸기 때문이었습니다.

 

6. 역레포 감소 및 소진의 의미

 

팬데믹 이후 2조달러를 상회했던 역레포는 연준 양적완화의 흔적 또는 초과 유동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역레포 감소는 초과 유동성의 감소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상황에 따라 잘못된 해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역레포 감소가 지급준비금 증가로 이어진다면 양적완화와 유사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역레포 증가가 지급준비금 감소로 이어진다면 양적긴축과 유사한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역레포 감소 → 지급준비금 증가 ≒ 연준 양적완화

역레포 증가 → 지급준비금 감소 ≒ 연준 양적긴축

(이전 글에서 역레포에 고여 있던 자금이 더 넓은 은행시스템(지급준비금)으로 이동한다면 금융시장 유동성 증가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글에서 역레포의 지속적인 증가가 지급준비금 감소를 유발해 금융시장 유동성 축소와 은행시스템 불안을 유발한 사례를 살펴보았습니다(2022년 미국증시 조정, 2023년 SVB 파산 사태).

반대로, 2023년 6월 이후 역레포가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지급준비금이 증가하는 사례를 살펴보았습니다(연결고리는 재무부의 대규모 재정증권 공급이었습니다). 즉, 이 시기에는 역레포 감소로 인한 양적완화 효과가 실제 양적긴축 효과보다 더 컸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르게 말씀드리면, 연준이 제공하고 있는 유동성 환경이 그리 나쁘지 않고 오히려 개선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일각에서 역레포가 빠르게 소진되면 금융시장의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고, 양적긴축이 조기에 중단되거나 종료될 수 있다고 주장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상황에 따라 잘못된 해석이 될 수 있습니다.

가령, 역레포가 최근 속도로 급감하면서(현재 역레포 잔액은 약 7900억달러) 2024년 상반기 즈음에 소진된다면 양적긴축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지급준비금은 지금 수준보다 오히려 증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다만, TGA가 지금 수준보다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이 필요).

따라서, 역레포가 빠르게 소진되면 유동성 환경이 추가로 개선되고 연준의 양적긴축이 더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동인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역레포가 완전히 소진되고 양적긴축이 지속되면 이부터 지급준비금은 정점을 찍고 하락할 수 있습니다(다만, TGA가 양적긴축 속도보다 빠르게 감소한다면 지급준비금이 상승할 수도 있습니다). 이후엔 '적정' 지급준비금이 다시 핵심 이슈가 될 것입니다.

 

(양적긴축, 지급준비금, 역레포, TGA 변동의 향후 시나리오와 전망은 다음 글에서 더 자세하게 다루어 보겠습니다)

 
 
 
 
 

Disclaimer
- 당사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콘텐츠에 수록된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로서, 당사 및 크리에이터는 그 정확성이나 완전성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도 본 콘텐츠는 고객의 투자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에 대한 증빙 자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 모든 콘텐츠는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없이 크리에이터의 의견이 반영되었음을 밝힙니다.

 
 
 

거시(매크로) 경제와 투자에 대한 내용을 다룹니다.

팔로워 null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