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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이 비둘기파로 돌변한 이유 - 금리인하 논의 배경과 향후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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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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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FOMC는 모든 면에서 놀라울 정도로 비둘기파적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었습니다.

경제전망요약(SEP)에서 실질기준금리(명목기준금리 - 헤드라인 PCE 물가지수 및 근원 PCE 물가지수)가 큰 폭으로 인하된 것도 있었지만 더 놀라운 것은 파월 의장의 다소 급격한 기조 변화였습니다.

감수인) 근원 PCE 물가지수(Core PCE Price Index)는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Personal Consumption Expenditure)에서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품목의 물가 상승률을 측정하는 지표임.

지난 12월 1일에 Spelman College가 주최한 강연에서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인하에 대한 예측이 아직 시기상조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2주도 지나기 전인 12월 FOMC(12월 13일)에서 기준금리인하 논의가 더 이상 시기상조가 아니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무엇이 달라졌기에 파월 의장의 기조가 급격하게 변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연준의 기준금리인하 배경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사실, 이러한 배경들은 최근 1~2개월 동안 충분하게 관찰되었습니다.

특히, 지금까지 후행적인 경제지표를 중시하며 '데이터 디펜던트(data-dependent)'를 강조했던 연준이 기조를 다소 바꾸면서 '선제적인' 통화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을 가장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는 실업률 상승 전환 위험을 연준이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1. 배경 ① : 실제 현장에서 더 강한 경제둔화가 나타나고 있음

 

지난 9월 FOMC에서 연준은 점도표 상의 기준금리를 상당 폭 인상(2024년 말과 2025년 말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하면서 'higher for longer(높은 금리를 오랫동안 유지)'를 강조했습니다.

3분기에 미국 성장과 소비가 놀랍도록 견고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위험이 높아졌다고 평가할 수 있었고 연준은 8월 잭슨홀 미팅에 이어 9월 FOMC에서 매파적인 기조를 강화했습니다.

그러나 3주 후에 발표된 9월 FOMC 의사록에서 연준의 매파적 기조가 미묘하게 달라져 있었습니다. 연준 위원들은 통화정책 기조가 제약적인 영역에 진입했고 연준의 목표(완전고용과 과물가안정) 달성에 대한 위험이 양면적이 되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즉, 완전고용을 달성하지 못할 위험이 물가안정을 달성하지 못할 위험 정도로 커졌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성장 하방 및 소비 둔화 위험을 강조했습니다.

11월 FOMC 의사록에서 성장 하방 및 소비 둔화 위험 징후에 대한 실제 현장 사례(인터뷰, 일화성 정보 등)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일부 참가자들(some participants)'은 지금까지 집계된 (총 소비지출) 데이터에서 나타난 것보다 소비자 수요가 다소 약하다는 것을 관할 지역의 담당자들이 보고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즉, 연준 위원들은 (후행적인) 경제지표에서 온전히 보여주지 못하는 실제 현장의 경제 둔화 신호를 감지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어서 발표된 베이지북(11월 29일)에서 이러한 우려가 더 구체화되었습니다. 베이지북에서는 전체 미국경제가 '감속했다(slowed)'고 평가했습니다.

감수인) 베이지북(Beige Book)이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매년 8회 발생하는 보고서임. 미국의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이 각 지역의 경제상황을 조사하고 분석한 내용임.

'slow'는 매우 드물게 등장하는 단어이며 실제로 성장세의 유의미한 둔화가 시작되거나 이미 상당한 성장세 둔화가 진행된 이후에 활용되곤 했습니다.

12월 FOMC 기자회견에서 금리인하 시기와 (역사적으로 반복된) 연준의 실수에 대한 질문에 파월 의장은 너무 오래 기다릴 경우의 리스크를 인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더불어, 이제는 물가안정 목표뿐만 아니라 완전고용도 중요해지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즉, 연준의 뒤늦은 금리인하로 경기침체를 유발(실업률 상승 전환)한 과거의 사례들을 인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12월 FOMC 이후 뒤늦은 금리인하의 위험에 대한 의견은 연준 내에서 폭넓게 공유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연준 내 대표적인 매파로 간주되는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준 총재는 파이낸셜타임즈 인터뷰(12월 18일)에서 과도한 실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금리인하를 하기까지 지나치게 오래 기다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준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12월 15일)에서 역사적으로 실업률이 상승하기 시작하면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급격하게 상승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이 점을 신중하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준 총재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12월 18일)에서 인플레이션을 2% 목표치로 낮추는 것뿐만 아니라 고용시장에 가능한 한 혼란을 적게 주면서 부드럽게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실업률이 상승하기 시작하면 많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2. 배경 ② : 인플레이션 둔화 예상

 

지난 12월 1일에 Spelman College가 주최한 강연에서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인하에 대한 예측이 아직 시기상조라고 말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파월 의장의 극적인 의견 변화가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에 발표된 11월 고용보고서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결과도 그리 낙관적이지 않았습니다.

11월 고용보고서에서 실업률이 재차 하락했고 시간당 평균임금 상승 속도는 가팔라졌습니다. 11월 CPI에서 파월 의장이 특히 강조하는 근원 물가지수와 슈퍼코어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끈질긴 모습을 보였습니다.

감수인) 슈퍼코어 인플레이션(Supercore inflation)은 식품, 에너지, 거주 비용을 제외한 물가 상승률을 측정하는 지표임. 2%를 기준으로 상회하는 경우 인플레이션이 과열되었다고 판다는 경향이 있음.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11월 PPI가 발표된 이후 일부 연준 위원들이 점도표를 업데이트했다고 언급), 연준은 생산자물가지수(PPI)에 더 주목했을 수도 있습니다(PPI의 일부 항목은 PCE 물가지수 산출에 활용되기 때문에 연준이 더 주목할 수 있습니다).

감수인)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함께 물가 상승률을 측정하는 주요 지표임.

11월 PPI는 앞서 발표된 고용보고서와 CPI와 달리, 유의미한 디스인플레이션이 나타났습니다(헤드라인 PPI는 전월대비 0.0%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 0.1% 상승을 하회, 근원 PPI는 전월대비 0.0%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 0.2% 상승을 하회).

감수인) 헤드라인 PPI는 생산자가 판매하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표임. 원자재, 중간재, 완제품 등을 포함함. 근원 PPI는 헤드라인 PPI에서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품목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표임(헤드라인 PPI보다 변동성이 낮음. 

연준의 비공식 대변인이라고 불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11월 CPI와 PPI 결과에 기반한 월가 추정치에 따르면, 11월 헤드라인 PCE 물가지수의 전월대비 상승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근원 PCE 물가지수는 전월대비 0.06% 상승에 불과할 수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발표된다면, 근원 PCE 물가지수의 6개월치 전월 대비 상승률을 연율로 환산했을 때 연준의 목표인 2%보다 낮은 1.9%(11월 기준)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3. 배경 ③ : 장기국채금리 안정 필요성

 

고조되고 있는 장기국채금리 안정을 위해 미국 재무부는 지난 분기조달계획(11월 1일)에서 재정증권(만기가 1년 이하인 국채)이 차지하는 비중이 권고 범위인 15~20%를 '일시적으로' 초과해도 괜찮다는 입장을 재확인했고, 장기국채 입찰 규모를 기존에 제시했던 것보다 더 줄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연준도 재무부의 이러한 노력에 화답하며 11월 FOMC에서 '비둘기파'적인 기조를 보였습니다. 즉, 정책당국이 미국 장기국채금리 안정을 위해 공조했다는 해석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12월 FOMC도 이러한 노력(장기국채금리 안정)의 연장선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 재무부가 지속해서 재정증권 비중을 20% 이상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11월 기준 약 21.6%). 결국, 재정증권 발행 비중을 낮추고 장기국채 발행 비중을 늘려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

전체 미국국채 발행 잔액에서 재정증권이 차지하는 비중 추이, 출처 : 미국 재무부

 

더불어, 지금까지는 역레포 자금이 시장에 공급되는 재정증권에 투자한 덕분에 재무부는 원활하게 대규모 재정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역레포가 가파르게 감소하면서 현재는 약 7240억달러 규모만 남아있습니다(12월 18일 기준). 역레포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거나 소진되면 재무부가 재정증권을 대규모로 발행하기 어려워질 수 있고(역레포의 지원이 제한되기 때문), 결국엔 장기국채 발행을 늘려야 할 것입니다.

 

역레포 잔액 추이

 

따라서, 2024년 1월 말 ~ 2월 초의 분기조달계획(국채발행계획) 이후 장기국채 발행 증가를 고려해 정책 당국 입장에서 지금보다 낮은 장기국채금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4. 실업률 상승 전환 위험을 주목하기 시작한 연준

 

12월 FOMC에서 연준의 급격한 기조 변화를 두고 시장의 해석이 분분하고 있습니다(정책공조, 음모론 등 포함). 물론, 지난 역사를 돌이켜 봤을 때 연준이 정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정치를 고려하기 전에 연준의 양대 목표인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분명한' 명분이 있어야 연준이 움직였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지금까지 후행적인 경제지표를 중시하며 '데이터 디펜던트(data-dependent)'를 강조했던 연준이 기조를 다소 바꾸면서 '선제적인' 통화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을 가장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실업률 상승 전환' 현상을 이번 사이클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미국 실업률은 '사이클'의 특성을 가지며 국면전환을 판단할 때 역사적으로 가장 유용한 지표였습니다.

 

미국 실업률 추이 / 회색음영은 NBER이 정의한 미국 경기침체 구간 / 실업률이 지속해서 하락하는 국면을 경기확장국면, 실업률이 최저점을 찍고 상승하기 시작하는 국면을 경기수축국면으로 정의할 수 있음. 실업률이 최저점에서 평균적으로 약 0.55%p 상승했을 때 미국의 경기침체가 시작되었음

 

 

즉, 실업률이 최저점에서 상승 전환하면서 부정적인 피드백 루프를 유발했을 때 미국경제는 매우 높은 확률로 수축국면(경기침체)에 진입했습니다.

참고 : 부정적인 피드백 루프

 

실업률 상승 시작 → 가계 소득 및 소비 감소 → 기업이익 둔화 → 실업률 상승 → 소득 및 소비 감소 → ...... → 경기침체 발생

 

그리고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경험적인 법칙이 '샴의 법칙'이였습니다. 

 

현재 많은 연준 위원들이 실업률 상승 전환 위험을 강조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챕터 1 참고). 앞으로도 연준 내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로 논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연준 위원들은 통화정책 외부시차(누적된 긴축정책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파급 시차) 등을 고려해 실업률이 상승 전환할 위험이 있고 이를 차단하기 위해 선제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과거 역사에서 실업률이 상승 전환했을 때 연준이 뒤늦은 기준금리인하를 시행했고(과잉긴축), 결국 경기침체를 유발했습니다.

현재는 연준이 이러한 과거 사례를 충분하게 인지하고 있고, 선제적인 통화정책을 언급할 수 있을 정도로 디스인플레이션이 유의미하게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연착륙(또는 골디락스)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감수인) 골디락스(Goldilocks)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함을 표현하는 말임. 경제에서는 실업률이 적당히 낮고, 물가도 적당히 안정되어 있는 겅제 상태를 골디락스라고 표현함.

그러나 연준의 의도와 달리 끈질긴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금리인하를 시기적절하게 시행하지 못할 수 있고(특히,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위한 마지막 단계(라스트 마일)에서 인플레이션 하락이 순로롭지 못할 가능성), 통화정책 외부시차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지금의 고강도 긴축정책이 향후 경제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섣부른 예측과 전망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국, 구체적인 해답은 노동시장 향방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확장국면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라스트 마일(last mile)'에서 인플레이션 하락이 순조롭다면 연준의 금리인하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연착륙(골디락스) 시나리오를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감수인) 라스트 마일은 마라톤과 같은 스포츠 경기에서 목표에 이르기 직전의 최종 구간을 말함.

그러나 라스트 마일에서 끈질긴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연준의 금리인하가 시기적절하게 시행되지 않고, 노동시장에서 수축국면 진입 신호가 나타나면 경기침체 시나리오에 부합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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