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풍산 : 우러 전쟁 장기화에 따른 155mm 포탄 부족 / 전쟁은 비극이나, 방산은 웃는다
알파카이코노미아
2023.05.12
※ 감수인 의견 가치투자의 반무덤?이었던 풍산 소개 감사 드립니다. 과거에 구리가격과 주가가 상당히 유사하게 움직였습니다. 최근에는 방산 사업 호조로 실적과 주가가 오른 듯 합니다. 조금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는 듯 하여 추가정보 드립니다. 유의사항#1 : 메탈게인 메탈게인(재고자산 재평가 이익)은 취득원가 이상으로 반영을 할 수 없습니다. 재고자산 취득을 100원에 했고, 가격이 80원으로 떨어지면 손실 20원을 장부에 인식합니다. 업과 관련이 있으면 매출원가에 반영하고, 업과 관련이 없으면 영업외 손익에 반영합니다. 시장가가 80원에서 120원으로 올랐다고 가정할 경우, 장부에는 20원의 이익만 기록합니다. 보수성의 원칙에 따라 취득가 이상으로 반영할 수 없습니다. 구리 재고도 그렇고 오일 재고도 그렇습니다. 메탈게인 자체가 투자아이디어가 되는 건 약간? 부실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자가 회계사셔서 더 잘 아실 듯). 유의사항#2 : 주가상승 원인의 지속성
충분히 고려하셔서 투자하셨으면 합니다.
요약
* 4Qsum(2022년 실적) : 시가총액 11,588억원(41,350원) 기준, 그외 연말 시총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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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 사업구조의 이해 : 신동+방산
풍산의 사업영역은 구리(Copper)를 소재로 판ㆍ대, 봉ㆍ선, 리드프레임재, 주화용 소전(주화에 도안이나, 액면가, 발행연도 등이 새겨지지 않은 원형형태의 동전) 등을 생산하고 있는 신동부문과, 소구경탄에서부터 대구경까지 이르는 각종 군용 탄약과 스포츠용 탄약 등을 생산하고 있는 방산부문이 존재합니다. 각 사업부문의 매출비중은 22년도 기준으로 신동부문 72.3%, 방산부문 27.7%에 달합니다.
동사는 최근 러우전쟁으로 인한 탄약 부족으로 인해 시장의 큰 이목을 끌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신동부문의 매출액이 방산부문의 매출액을 훨씬 상회하는 모습입니다. 이 점 고려하면서 동사의 사업구조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동사의 신동부문은 구리를 원재료로 매입하고 이를 가공하여, 판ㆍ대, 봉ㆍ선, 리드프레임재, , 주화용 소전 등 각종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실상 신동부문 내 영업이익은 원자재인 구리의 가격과 매우 큰 연동을 갖고 있습니다. 구리 가격이 떨어지면 metal gain이 하락하는 반면, 구리 가격이 상승하면 metal gain이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metal gain이란 철강 가격 상승분과 재고자산 매입가의 시세 차익을 뜻합니다. 제련업의 특성상 원자재인 재고를 많이 쌓아둘 수밖에 없는데, 원자재인 구리를 매입한 시점과 이를 가공하여 판매하는 시점 간에는 시차가 존재합니다. 구리를 가공하는 데에는 당연히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시차동안 원자재 가격은 시시각각 변하는데, 이 metal gain이 동사의 신동부문 영업이익에 지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구리 가격이 1톤에 10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상승하는 추세라고 가정해봅시다. 동사는 구리 가공을 위하여 100만 원에 구리 1톤을 매입했지만, 가공 기간 동안 구리 가격이 200만 원으로 올랐습니다. 이 경우 동사는 구리 제품을 이전보다 더 비싸게 판매할 수 있는 것입니다. metal gain이 구리가격 상승으로 덩달아서 상승한 셈입니다.
반면 구리 가격이 1톤에 20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하락하면, metal gain은 자연스럽게 하락합니다. 구리 가공을 위해 200만 원에 구리 1톤을 매입했지만, 가공 기간 동안에 구리 가격이 100만 원으로 떨어지면 구리 제품도 이전처럼 비싼 가격에 판매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처럼, 구리가격 변동에 따른 metal gain의 변동은 일차적으로는 동사의 영업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이자, 더 나아가서는 동사의 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인 것입니다.
구리 가격과 동사의 영업이익, 그리고 주가 수준을 보면 해당 지표들이 크게 연동되어 있음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10년 내 구리가격은 크게 2016년 하반기~2017년 하반기, 2020년 중순~2021년에 상승한 반면, ~2016년 하반기, 2018년~ 2020년 상반기에 하락하는 모습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구리 가격은 그대로 동사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으로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즉, 구리가격이 상승했던 2016년 하반기~2017년 하반기와 2020년 중순~2021년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익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반면 구리가격이 하락하는 2018년~ 2020년 상반기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쪼그라드는 모습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처럼 동사는 구리가격과 영업이익이 매우 큰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동사의 주가는 21년 5월 경 단기 피크를 찍고, 22년 10월 경까지 하락하는 모습을 그려주었습니다.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인하여 구리 수요가 크게 올라오지 않자 구리 가격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났고, 구리 가격이 실제로 하락하자 실적과 주가 모두 하향세를 그렸던 것입니다. 실제로 동사의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21년 2분기를 피크로 하여서, 영업이익이 22년 3분기까지 줄곧 하향세를 그려왔음을 재차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22년 10월부터는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이 사실상 폐기되고 리오프닝으로 나아감에 따라서, 중국 내 경기부양이 가속화되면서 구리 가격에도 훈풍이 불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흔히들 구리는 '닥터 쿠퍼'라는 별멸이 있을 정도로 경제의 바로미터라고 평가되는데, 중국이 리오프닝을 진행함에 따라서 경제가 다시 부양될 것이라는 기대가 구리 가격을 움직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구리 가격 상승은 그대로 동사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종합하자면 동사의 신동부문 사업의 업황은 구리 가격과 크게 연동됩니다. 구리 가격이 상승하는 추세에 있으면, 신동부문의 영업이익도 증가하고 주가도 덩달아 상승합니다. 반면 구리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에 있으면, 신동부문의 영업이익이 감소하고 주가도 덩달아 감소합니다. 따라서 동사를 투자하시는 분들에게는 구리 가격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투자포인트일 것 같습니다.
전쟁은 비극이나, 방산업체에겐 큰 기회
그런데 조금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예민하게 차트를 관찰하신 분들이라면 눈치채실 수도 있겠지만, 최근 구리가격과 동사의 주가는 오히려 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구리 가격은 23년 1월을 피크로 단기간 내에 하락하는 추세이지만, 동사의 주가는 오히려 21년의 고점을 상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리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동사의 주가가 이처럼 불붙은 까닭은 동사의 다른 사업영역인 방산부문의 호조 덕분입니다.
동사는 개인용 화기에 사용되는 5.56mm 소구경 탄약부터 박격포ㆍ전차ㆍ자주포 등에 사용되는 중ㆍ대구경 탄약까지 다양한 탄약류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방산사업부문은 특히 러우전쟁에 대한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다만 흥미로운 사실은 러우전쟁 발발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동사는 오히려 큰 움직임이 없었는데, 전쟁이 발발한지 1년이 지나고난 지금에서야 전쟁 수혜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러우전쟁 장기화에 따른 포탄 부족 덕분입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와 전쟁을 치루면서 하루에 155mm 포탄 3,000발 가량을 소모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155mm 포탄 생산량인 월 14,000발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입니다. 현재 미국 내 유일한 155mm 포탄 생산공장은 아이오와 미들타운 육군 탄약창인데, 최근에는 24시간 교대근무제와 생산공장을 한 군데 더 늘리면서 생산량을 월 20,000발까지 증가시켰습니다. 이외에도 제너럴 다이나믹스, 아메리칸 화기, IMT 디펜스 등 3개 민간 기업과도 조달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아직까지도 우크라이나의 소모량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제까지는 전쟁비축물자에서 155mm 탄약을 우크라이나에게 제공해주었으나, 이마저도 떨어질 낌새를 보이자 그 대안으로서 미 정부는 외국에서 생산되는 포탄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looking at various sources including foreign production"). 그리고 동사는 이러한 155mm 포탄의 연간 약 20~25만 발 정도를 생산할 수 있어, 미국의 155mm 탄약 부족을 어느정도 해결해줄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국회 국방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신원식 의원은 "풍산은 이미 지난해 미국만 사용하는 조건으로 10만발을 수출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155mm 포탄을 우크라이나 혹은 미국으로 수출할 것이라는 정황적 증거 역시 속속들어 나오고 있습니다. 동사는 올해 1월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155mm 대구경탄약 1,647억 원의 공급계약을 체결합니다. 155mm 대구경탄약은 탄두와 신관, 장약, 뇌관이 하나의 세트인데, 한화 측 관계자에 따르면 풍산은 이중 탄두만 공급하는 계약입니다. 155mm 탄두가 1발에 약 40만 원 정도이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계약한 금액에 따르면 동사는 약 41만 발의 탄두를 2년 간 생산하는 셈입니다.
그런데 풍산이 생산하는 탄두의 개수 41만 발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에 K9과 함께 패키지로 수출하기로 한 포탄인 최대 10만 발보다도 훨씬 많은 개수입니다. 대략적으로 30만 발 이상을 풍산이 더 생산하는 셈인데, 시장에서는 이를 우크라이나 혹은 미국으로의 수출을 위한 물량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4월에 유출된 미국의 기밀문서도 이러한 풍산의 수출을 정황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사진은 4월에 유출된 기밀문서 중 하나인 '국군 155mm 33만 개 운송 일정표(ROK 155 Delivery Timeline(330K))'인데, 155mm 포탄을 옮기는 동선과 시간이 자세하게 적혀있습니다. 동사는 2년여 동안에 155mm 포탄을 생산하기에 해당 작전에 동사의 포탄이 모두 실리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우리나라가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판매하는 형식이라서 풍산의 물량 일부도 수출되는 셈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정부는 이를 위조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여러 기사와 문건에 따르면 정황적으로 155mm 포탄에 대한 수출이 진행되는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인 것 같습니다. 동사가 155mm 포탄을 수출하는 것에 대한 정황적 증거가 나오는 상황에서, 러우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른 수혜가 예상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방산호조에 힘입어 동사는 1Q23에 엄청난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동사의 1Q23 연결 영업이익은 848억원(QoQ +98.2%, YoY +22.5%)으로, 증권가 컨센서스 영업이익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수출을 중심으로 방산 매출액이 2,385억원(+44%YoY)으로 급증하면서 수익성이 예상보다 크게 개선되었던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국민의힘 간사인 신원식 의원이 '동사가 155mm 포탄을 미국에 10만 발 수출했다'고 밝힌 내용과 동일한 맥락인 것으로 보입니다.
우크라이나에서 필요한 155mm 포탄을 중심으로 유럽향 방산시장이 크게 열리면서, 동사의 방산사업은 2016~17년을 뛰어넘는 새로운 성장기에 진입했다고도 판단됩니다. 동사의 방산 부문 매출액은 2021년 7,400억, 2022년 9,000억 가량이었는데, 올해 155mm 포탄의 수출이 본격화되면서 올해 1조원 이상으로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방산 부문은 구리 가격 변동에 민감한 신동사업보다 수익성이 안정적이면서도 높기에 동사의 이익체력이 올해에 크게 증가할 수 있으리라 판단됩니다.
향후 글로벌 경제 활성화에 따라서 구리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다면, 동사의 폭발적인 방산 부문 성장과 함께 폭발적인 영업이익 증익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결국 방산 부문의 호조는 전적으로 러우 전쟁 장기화에 따른 결과로, 언제까지 러우 전쟁이 장기화될 수 있을 것인지는 고려해야할 요소라고 생각됩니다. 투자자들의 기대보다 일찍 러우 전쟁이 종료되고 평화 무드가 조성된다면, 동사의 실적 측면이나 센티멘트 측면에서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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