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다시 돌아보는 <코메론> (feat. 저 PBR 퀀트)
아타락시아
2024.02.28
올해 들어 저 PBR주들이 급 주목을 받고 있는 모습이 보여 필자도 재미삼아 저PBR 퀀트를 한번 돌려봤다.
오로지 "내 맘대로" 기준 설정을 했고 그 기준은 아래와 같다.
- PBR 0.5 미만
- "현금성+금융" 자산 풍부
- 그래도 성장하는 기업
아무리 "저PBR 테마"라 할지라도 최소한 펀더멘털은 타협하고 싶지 않은 개인적인 의향이 반영되어있다. (담배꽁초처럼 자산이 점차 소멸되가는 기업까지 사고 싶진 않으므로...)
<Note>
i) 2023년 3분기 실적 기준의 사업보고서, 퀀트킹, 버틀러 데이터 기반
ii) Raw data의 오류, 필자의 계산 오류 가능성 감안 필요
iii) Raw data와 현재 가격 간의 시차 감안 필요
그 결과 아래와 같이 최종 17 종목이 나왔고,
이 중에서 몇 년 전 필자에게 좋은 추억을 안겨주었던 <코메론>이라는 종목이 눈에 띄어 다시 돌아보고자 한다.
아마 가치투자를 오래하셨던 선배님들은 익히 잘 아시는 종목일 듯 하다. 혹자는 "가치투자자의 무덤"이라고 표현하는 종목이기도 하다. ^^;
- 글로벌 탑 브랜드 중 하나인 KOMELON 줄자 생산 기업
- 1963년 설립. 2001년 코스닥 상장
- 중국, 베트남 생산법인 / 미국 판매 법인
- 소형/가치/소외주
시총이 800억 원인데 현금성&금융 자산이 1,000억 원이 넘는다. 뭐 대한민국에 이런 종목들이 한두 개겠냐마는 볼 때마다 미국 시장, 심지어 일본 시장이 부러워질 따름이다. (-_-;)
■ 제품
동사는 줄자, 톱, 커터 등 여러 수공구를 생산하고 있으며, 우리 일상 생활에서 종종 접할 수 있는 물건이라 꽤 이해하기 쉬운 비즈니스라 할 수 있다.
<2008년 일본 DIY 홈센터쇼>
줄자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본 글에서는 줄자에 대해서만 다루도록 하겠다.
동사의 줄자는 글로벌 Top 5 내에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디자인, 소재, 제조 모두 수직 계열화하고 있다.
줄자 제품군은 사업보고서상 아래와 같이 3개군으로 나뉘고 있는데,
가장 널리 쓰이는 게 'STEEL POCKET TAPE'쪽이니 이쪽 위주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줄자는 공사장에서도 사용되지만, 특히 외국같은 경우는 가정에서도 많이 사용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있겠다. (우리나라처럼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공화국보다는 미국 같은 나라에서 DIY를 많이 하고 있으니...)
(오른쪽 사진은 toolboxbuzz.com에서 줄자 평가단 아저씨들이 공방에 모여 테스해보고 있는 모습)
사업보고서상에서 얘기하는 줄자의 평균 수명은
- 산업용이 1~2개월
- 가정 DIY용이 1~2년
정도 된다고 한다. (공사장에서 줄자를 더 험하게 써서 그런가? 하는 뇌피셜)
위와 같은 이유("가정 DIY용")로 지역별 매출 비중은 국내보다 해외가 더 크며, 2023년 3분기 기준으로 미국이 57%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아래와 같이 '아마존 스토어' 등 미국의 대형 온/오프라인 매장에 입점되어 있고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유지하고 있다.
동사의 미국 진출 관련해서 재미난 스토리가 있다.
- 90년대초 미국 처음 진출 - 미국 한 줄자업체에 OEM으로 납품 시작
- 미국 고객사에서 중국/대만의 값싼 제품을 비교하며 가격 인하 요구
- 동사에서 OEM 계약 끊고 자체 브랜드로 수출하기로 결정
- 97년 미국 현지 법인 설립 후 자체 브랜드 영업 시작
- 월마트, 로우스 등 대형유통업체 주문 이어져
- 미국 법인 설립 몇 개월 후 토네이도 재해 발생
- 창고에 보관하던 제품들 휩쓸고 지나가 망연자실
- CNN 헬기에서 재난현장 촬영하다가 형형색색의 코메론 제품이 여기저기 널려있는 걸 포착 ("저 이쁜 색깔들은 뭐지?")
- 뜻하지 않은 홍보로 대형유통업체들 계약 규모 늘어나
말그대로 "전화위복"
■ 시장 지형
마켓리서치 업체들마다 상이하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글로벌 줄자 시장 규모가 1360~1460mil USD 정도 되고, CAGR로 3~4% 성장한다고 보는 듯하다.
전 세계 시장 규모를 14억 달러라고 가정할 때 코메론 2022년 매출이 827억원이었으니 2022년 기준으로 전 세계 시장의 약 5%를 차지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참고로 Top 5 업체들의 세계 시장 점유율 25%로 추정)
그리고 동사에 따르면, 사업실적이 "건설경기의 영향에 덜 민감한 편"이라고 하며, 그보다는 "가정에서 보유 중인 줄자의 교체 수요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 가정에서 보유 중인 줄자는 평균 3~4개라고 한다.
하지만, 시장의 심리는 주택 건설 경기에 좀 더 영향을 받는듯하다.
팬데믹 이후 많이 식어버린 주택 경기를 주가는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의 심리가 바닥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동사의 최대 Peer인 미국 '스탠리'사 주가 조차도 비슷한 추세를 그리고 있다.
그 와중에 '홈디포'는 ㄷㄷㄷ ;;
■ 클라이언트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하다보니 세계 80개국 이상 영업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유형별로는
- 일반 대형할인매장 (e.g. 월마트, 아마존)
- DIY 대형할인매장 (e.g. 홈디포, 로우스)
- 우편판매, 카달로그 배포
- 회원제 도매포장 판매
- 건축공사 전문 체인 매장
- 기타 등등
2023년 3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10% 이상 차지하는 고객이 17.87%를 차지하고 있다.
A사가 월마트인지? 로우스인지? 아마존인지? 잘 모르겠지만,
2019년 동사에 문의했을 땐 월마트:로우스 비중이 40:60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 제품 가격
제품 가격의 경우 메인 제품인 "STEEL POCKET" 타입을 주시할 필요있겠다.
그리고, 경쟁사들의 동급 제품들을 아마존 featured 카테고리에서 가격 비교해봤다. (중간이 코메론)
한국 제품이 글로벌 탑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겨누면 보통 가성비로 승부하나? 그런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우리 생각으론
'그깟 줄자가 무슨 대수라고 그냥 다이소에서 제일 싼거 사면 되지..'
'중국식 가격 전략으로 입지 다졌겠지..'
할 수 있겠는데, 동사의 사업보고서에도 나와있듯이 꼭 그렇진 않다.
개인적으로는 꼭 첨단기술만이 해자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브랜드 해자도 강력한 해자이며, 워런 버핏도 프랜차이즈(브랜드) 해자가 강력한 기업을 좋아한다고 여러번 강조한 바 있다. (아래 영상 참고)
https://youtu.be/f5XQhGKJNJ8?si=vn_nky1M9mTlHKax&t=5m2s
■ 원재료 가격
아니나 다를까 제품의 주원료인 스틸 가격이 팬데믹 기간 동안 많이 올랐다.
참고로 특수강:스탠리스강의 비중이 10:1 정도 된다고 하니 특수강의 가격을 더 주목할 필요 있겠다.
■ CAPEX
베트남 공장 설립으로 2022년 CAPEX가 급증했다. 총 300억원 이상 들어갔으며 100% 보유 현금만으로 충당.
베트남 공장 신설은 사실 2019년 초에도 얘기 나왔다가 철회한 바 있다. 그 덕에 거래소로부터 벌점 한번 먹었던 것으로 기억..
본문 후반에 '거버넌스' 섹션에서 다시 다루겠지만, 이 시기에 행동주의 펀드와의 대결이 급부상 함. 그 이슈와도 연관있지 않나하는 뇌피셜.
아무튼 타 기업들에 비해 비교적 베트남 공장을 뒤늦게 지었고 캐파가 올라오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듯하다. 물론, 장기적으론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
■ R&D
연구개발비 비중은 적은 편
주요 연구 성과를 보면
(참고 영상: https://images-na.ssl-images-amazon.com/images/I/F1-AKHXqDxS.mp4)
그냥 겉으로 보기에는 별거 아닌 것 같을 특허들을 많이 냈다. 특허가 150개가 넘고 그 중에는 세계최초도 있다고..
■ 재무지표
2021~2022년 팬데믹 영향으로 상당한 호황을 누렸고, 그 궤적이 주가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2023년은 잠정실적 반영. 영업현금흐름 미반영)
2023년은 기고효과로 인해 전년 대비 역성장을 기록.
이익률 체크
보통 10~20% 사이의 영업이익률을 보여주고 있고, 2023년은 상당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ROE는 6~12%를 왔다갔다 하고 있다. 분모인 E가 "다이어트"를 좀 하면 한 차원 더 높아질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수주잔고를 보면 (버틀러 2023년 3분기 기준)
2023년부터 또 다시 증가세? 이 부분은 23년 사업보고서 나오면 다시 체크해볼 필요 있겠음.
그리고, 동사는 현금성자산과 금융자산이 상당한데
(2023년 3분기 기준)
예금이 460억원 가량 되는 것으로 보이고, 그 외 금융자산이 600억 가량 보인다. 금융자산 관련해서는 밑에서 다시 다루기로 하고...
아래는 BPS와 주가의 괴리를 보여주는 그래프인데
2020년에도 역대급으 괴리를 기록했는데, 지금은 그보다 거의 2배나 격차가 벌어졌다.
그러다보니
2월 21일자 네이버 기준으로 PBR은 0.39, PER은 6.59를 기록하고 있다.
보유한 현금성 자산에 비해 지난 10년간 배당성향은 상당히 짠맛이 느껴지고, 작년 배당금은 2022년에서 동결된 250원으로 여전히 시가배당률 3%를 밑돌고 있어 아쉬운 부분이다.
■ PEER
동사의 경쟁사로는 국내에선 사실상 그렇다 할만한 Peer가 없고
글로벌 Peer로는 보통 위와 같이 4개 업체가 거론되고 있다.
역시나, 미국 1등 종합공구 업체 'Stanley Black&Decker'가 세계 최대의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고, 미국 'Lufkin'이 세계 두 번째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스탠리는 1998년 코메론에 OEM 공급을 제안했으나 코메론이 거절한 바 있다고..)
사업보고서 상에는 코메론이 "글로벌 3위의 인지도를 인정받고 있다"고 되어 있는데 Top 5 안에는 확실히 들지 않을까 싶다.
오프라인 대형마트에 글로벌 메이저 브랜드들과 함께 걸려있고
아마존에서도 "tape measure(줄자)"로 검색해서 "Best Seller"로 Sorting하면 늘 저렇게 동사의 스테디셀러가 전면에 노출된다.
■ 거버넌스
창업주의 아들 강동헌 대표가 1981년부터 경영을 이끌고 있고
그의 자녀 강남훈과 강성훈이 대를 이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분 현황은 아래와 같고
강성훈 베트남 법인장이 1월8일 2,225주를 매수한 바 있다.
그리고 금융자산을 살펴보면 (23년 3분기 기준)
약 600억원이 아주 다양한 곳에 여기저기 뿌려져있다.
경영자가 할 수 있는 자본배치 유형은 보통
i) 빚을 갚거나,
ii) 재투자를 하거나(CAPEX, M&A 등),
iii) 금융투자를 하거나,
iv) 주주환원을 하거나,
이 정도일 텐데
동사는 거의 무차입 상태라 빚이 사실상 없고, 최근에 베트남 공장 신설로 CAPEX를 크게 투입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시가 시총보다 더 크게 남아있어 금융자산에 많이 투여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지러울 정도로.. -_-;;)
이 중 큰 포션을 차지하는 게 사모펀드+투자조합인데, '시너지IB' 쪽에 쩐을 많이 넣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재밌게도 '시너지IB'는 2019년에 동사와 긴장관계를 형성했던 곳이다.
야금야금 지분을 모아 2018년 말 12.32%로 2대 주주까지 등극했던 곳이고
(2019년 초) 2월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벤처캐피털인 시너지아이비투자는 지분 6.48%를 보유한 코스닥 상장사 코메론에 회사 제시액(주당 140원)의 2배 이상인 350원으로 배당금을 증액하고 자사주를 소각하라는 주주제안을 했다.
- 시너지IB와 표대결 - https://www.thebell.co.kr/free/content/ArticleView.asp?key=201903120100017450001106&lcode=00
- 바이오제약 회사 3자배정 유상증자 참여 - http://www.biospectator.com/view/news_view.php?varAtcId=7537
(2019년 6월 기준)
시너지 쪽 지분은 시너지투자그룹의 계열사인 '엠아이텍'으로 넘어갔고, '소정'이라는 투자사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등 상당히 어지러운 상황이 연출되었었다. ('소정'은 아가방컴퍼니 명예회장의 부인이 경영하는 가족 투자사인듯)
게다가 한국주식들을 폭풍매도하던 외국인들이 코메론은 오히려 사들이는 기이한 현상까지..
이 시기에 동사에선 자기주식을 폭풍매수했고
회사에선 2021년 중반 최고점에 자기주식을 매도했다. @.@
2019년 초 시너지 그룹에서 행동주의에 나설 때
동사에 배당금 증액(350원 vs 2023년 아직도 250원)과 자기주식 소각을 요구했으나,
그 반대로 2021년에 자기주식 처분이 있었고
현재는 상당 부분의 캐시가 시너지쪽 투자조합에 들어가 있음.
과연 이 두 회사 간에 어떤 대화가 있었을까?
이후 금융수익이 꽤 늘어났으니 좋아해야 할까? 아니면...
아무튼 거버넌스 측면에선 영 석연치 않은 기업이긴 하다. 그래서 "밸류업" 프로그램이 제발 내실있게 정착되어 이런 저PBR 기업도 수면 위로 올라 대중의 "따뜻한 관심(?)"을 조금이라도 받아보길 기대해본다.
■ 밸류에이션
필자가 주관적으로 계산한 내재가치는 18,000원 부근(PBR로 치면 0.79쯤?)이며,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2월 28일 주가는 8,860원에 PBR은 0.39, PER은 6.52를 기록하고 있다. (네이버 기준)
개인적으로 현재 구간은 어느 정도 안전마진을 확보하고 있다고 판단하지만, 그렇다고 가격이 가치를 쉽사리 따라갈 종목이라는 생각은 안든다. 투자한다면 많은 인내심이 요구될지도 모를 종목이다.
다만, 혹여라도 정부의 5월 간담회 이후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준이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거버넌스의 질이 한층 업그레이드 된다면, 동사도 "따뜻한 관심(^^;)"을 받아 마땅한 곳 아닌가 하는 생각은 충분히 든다.
■ 투자 포인트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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