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장기채권이 금융기관에 미칠 수 있는 영향
에이버리
2023.03.24
※ 감수인 의견 에이버리님, 좋은 글 올려 주셔서 정말 감사 드립니다. 위기가 터지고 난 뒤에 버핏께서 과거 하신 말씀을 되새겨 보면, 버핏의 놀라움을 한번 더 발견하고는 합니다. 보험업의 재무제표 읽는 방법이 하나 늘었네요. 당시 일화를 말씀 드리면, 1980년대, 초반 폴 볼커(당시 연은 총재)는 금리 인상을 공격적으로 단행했습니다. 엄청나게 올렸습니다. 목숨을 위협받을 까봐, 총을 가지고 다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곤조 있는 투자자는 영상보다 활자를 읽는게 도움이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사고의 양적인 측면에서 비교가 안 됩니다. 동영상이 난무하는 시대이기에 글읽기의 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한 활자로 많이 접하시길... 이런 류의 글은 직접 투자에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구루의 과거 발언을 통해 현재를 재조명하고, 재무제표 읽는 법을 향상시켜 줍니다. 다만, (작가로 활동하시기에) 저자의 블로그에는 일정기간의 엠바고를 주시거나, 본 기고글에는 내용 변화를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b |
장기 채권에 관한 본 글은 원래 <<보험사는 정말 금리 인상 수혜주인가?>>라는 제목으로 언젠가 작성하려고 묻어둔 주제였습니다. 일반적인 보험사(혹은 여타의 연기금)는 21년 초까지 유지되던 매우 낮은 금리로 인해 금리가 조금이라도 높은 장기 채권을 대량으로 보유하는 경우가 흔했기 때문이며 장기 채권은 금리 상승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많은 이들이 금리가 오르면 채권 금리가 올라 보험사와 같은 금융 기관의 이익이 개선되기에 금리 인상의 수혜를 볼 것이라는 잘못된 상식과 배치됩니다.
그런데 최근에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실리콘 밸리 은행 (이하 SVB)의 파산이 이처럼 금리 상승에 따른 장기 채권의 평가손에 따른 것임에 기인합니다. 원래 다루려던 주제와 실질이 완전히 같은 것이죠. 이번 기회에 장기 채권이 이들 기관에 어떠한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는지에 관해 핵심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채권은 주식보다 안전한 자산으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버핏은 수차례 장기 채권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했으며 이는 주식보다 장기 채권이 위험하다는 것을 내포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84년 서한에 WPPSS 장기 채권을 매입하면서 덧붙은 설명입니다. (사실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례는 아닙니다.) 그는 장기채인 WPPSS 채권을 꽤나 큰 규모로 매입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습니다.
버핏:
On our final observation regarding WPPSS purchases: we dislike the purchase of most long-term bonds under most circumstances and have bought very few in recent years. That's because bonds are as sound as a dollar -and we view the long term outlook for dollars as dismal.
WPPSS 매입에 대한 저희의 마지막 논평은 다음과 같습니다. 저희는 거의 모든 장기채를 거의 모든 상황에서 매입하기 꺼려 하며 근 몇 년간 매우 소수만을 샀습니다. 왜냐하면 채권은 달러만큼 안전하고 믿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달러의 장기 전망이 어둡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1984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 서한 중
왜 버핏은 장기채와 달러의 전망을 어둡다고 표현했을까요? 왜 단기채는 놔두고 굳이 장기채의 전망이 어둡다고 이야기한 것일까요? 그것은 장기채가 다음과 같은 특성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1) 만기가 매우 길다
2) 쿠폰이 고정되어 있다
사실 이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장기 채권의 특성입니다. 특별할 것이 없죠. 그리고 2)의 경우 모든 채권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안입니다. 그렇지만 이 두 특성만으로도 대부분의 경우에 장기 채권의 장기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빈약하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언제나 인플레이션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죠.
[미국 1960-2021 인플레이션]
1984년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10%를 돌파하며 날뛰던 대 인플레이션의 기억이 생생하던 시기입니다. (참고로 2022년 미국 인플레이션율 평균은 8%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폴 볼커의 급진적인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율은 5% 이하로 떨어진 시기였죠.
비록 인플레이션이 잠잠해졌다 한들 이는 장기채의 장기적 경제성에 치명적으로 작용합니다. 단 2%의 인플레이션율만으로도 30년 후 화폐의 가치는 거의 반 토막이 나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이익(쿠폰)이 10~30년가량 고정되는 장기 채권은 마찬가지로 훗날 원금은 물론 거기서 나오는 산출물의 가치가 크게 훼손될 것입니다.
이는 버핏과 멍거가 일반적으로 채권보다 주식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주식은 (물론 제대로 된 주식을 골라야 하겠죠?) 이익의 일부를 기업 내부에 유보해 재투자해 이익을 증가시킬 수 있으며 이는 인플레이션으로부터 입는 피해를 일부나마 상쇄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올린 2023년 데일리 저널 주주총회에서도 멍거가 데일리 저널이 국채 대신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이유가 인플레이션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는 점을 기억하시는 분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논리를 완전히 그들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식은 사실상 채권과 같고, 역시나 채권 역시 주식과 그 실질에 있어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식, 채권을 다른 자산 군으로 이해하며 따라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주식과 채권을 7:3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버핏과 멍거는 이 두 자산이 사실상 같다고 이야기하며 심지어 부동산처럼 산출물이 나오는 자산이기만 하면 이 역시 주식, 채권과 그 실질이 같은 자산이라고 주장합니다. 이것을 이해해야 금리라는 것이 어떻게 금융 시장의 중력과도 같은 것인지, 그에 따라 각 자산의 가치를 어떻게 일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실한 이해를 할 수가 있습니다.
분명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이해했다고 생각하지만 분명 어딘가 마음 한편에 찝찝함이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감히 이것이 와닿지 않는 이유는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주식은 기업의 일부"라는 관점을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것에 기인한다고 주장해 보겠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이를 정말로 받아들인 사람을 딱히 본 적이 없습니다. 저 역시 한때 이를 당연히 이해했다고 생각했지만 이것이 진정으로 와닿는데 5~6년은 족히 걸렸던 것 같습니다. 어려운 내용은 아니지만 본성을 거슬러 관점을 바꿔야 하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조금이라도 찝찝함이 느껴진다면 아직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한 번 잘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 그들이 정의하는 투자와 투기의 구분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이가 드물다는 점에도 기인합니다.
이러한 그들의 정의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면 여러분은 세상이 돌아가는 행태에 분명 기이함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의 국민연금과 같은 대규모 연기금은 물론 보험사 그리고 이번 SVB처럼 거대한 금융 기관들 역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줄곧 수익률이 2% 남짓한 채권을 대규모로 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혹여나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이렇게 문제가 될 수 있었음에도 말입니다.
반면 역시나 보험사가 주력인 버크셔는 거대한 주식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습니다. 그리고 근 몇 년간 버핏과 멍거는 줄곧 금리가 너무 낮아 채권은 아무런 매력이 없다고 입이 닳도록 이야기했죠.
하지만 관점을 바꾸지 못해 채권과 주식이 사실상 같은 자산이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고, 아무리 봐도 주식이 채권보다 위험해 보인다면 원금을 지켜야 하는 기관 입장에서 보면 빈약한 산출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채권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밖에 없던 것이 당연합니다. 물론 아무리 전문가들이라 한들 주식을 직접 고르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거의 모든 자금을 인덱스 펀드에 넣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운용역이나 애널리스트 등에 지불하는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것은 덤입니다.
하여간 워낙 채권 전체의 수익률이 낮다 보니 많은 기관들은 수익률이 단 몇 % 라도 높은 장기 채권에 투자하게 되었고, 이례적으로 (지난 십여 년이 아닌 수십, 수백 년의 역사에 비추면 당연하게) 금리가 크게 오르자 만기가 아직 한참 남은 장기 채권을 대량으로 보유한 SVB와 같은 기관은 문제에 직면한 것입니다.
많은 기관들이 SVB처럼 장기채 포트폴리오를 큰 규모로 갖고 있었음에도 유독 이 은행의 문제가 크게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것은 일반적인 은행과 달리 주로 특정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했기 때문입니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 은행의 주요 고객층은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 기업과 소수의 부유한 개인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고객 한 명 한 명의 이탈이 일반적인 시중 은행보다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금리가 상승하고 자금 조달 비용이 비싸짐에 따라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들은 자금을 조달하기 힘들어지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본질적으로 대부분이 영업 적자를 내면서 덩치를 키우는 스타트업의 특성상 자금줄이 마르자 은행에 예치한 돈을 계속해서 찾아갈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고객의 요청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금리의 상승에 따라 가격이 크게 하락한 장기 채권을 시장에 울며 겨자 먹기로 팔아야 했으며 이는 SVB에 큰 재무적 부담을 안겨주었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해당 은행이 손실을 발표하자 불안에 휩싸인 예금자들은 지난 목요일 단 '하루'만에 고객들은 갑작스럽게 420억 달러의 인출을 요청했고 이는 SVB 자산 전체의 1/4에 해당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 어떤 은행도 하루 만에 자산의 1/4이 이탈하는 것은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위의 SVB의 재무상태표를 직접 보시면 이해가 더 용이하실 것입니다. 22년 말 SVB의 전체 자산은 대략 2,110억 달러 수준이며 그중 매도 가능 증권(Available-for-sale securities)과 만기 보유 증권(Held-to-maturity securities)의 합이 1,170억 달러가 넘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대출 규모, 전체 예금, 자본 역시 체크하시면 이해하는데 보다 수월할 것입니다.
[SVB 매도 가능 증권 포트폴리오]
SVB의 증권 포트폴리오를 보면 만기가 5년 이상 남은 증권의 규모가 1,000억 달러가 넘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반면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증권의 규모는 고작 11억 달러에 불과합니다.
여기서 저희는 회계를 알아야 하는 이유를 하나 배울 수 있습니다. 바로 만기 보유 증권의 경우 시가 평가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죠. 이는 증권 보유 목적에 따른 구분에 따른 결과입니다. 만기 보유 증권의 경우 그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시장에 되팔지 않고 만기까지 보유해 이자 수익을 얻기 위한 증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굳이 시가평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회계 규정이 명시한 것이죠.
이를 이해하고 현 시점의 장기 채권과 금리의 상관 관계를 이해하고 있다면 재무상태표에 기재된 숫자가 실질보다 뻥튀기되어 있다는 점을 쉽게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현 시점에 금리가 상승하기 이전에 발행된 장기채를 대량으로 들고 있는 거의 모든 금융 기관에 적용됩니다.
사실 SVB가 보유한 대부분의 증권은 미국 정부 및 기관의 보증을 받고 있기 때문에 기다리기만 하면 적어도 원금의 손실은 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파산하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실제로 이러한 유형의 증권에 대해 SVB는 예상 손실액 (ECL; Estimated Credit Loss)을 0으로 잡았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아래가 그 원문입니다.
하지만 기다리면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과는 별개로 당장 고객들이 공포에 휩싸여 돈을 내놓으라고 아우성치기 시작하면 어떻게 손쓸 도리가 없습니다. 저금리 시절에 발행됐으며 현재 만기가 5~10년 이상 남은 증권을 팔면 아무도 이를 액면가에 사주지 않을 테니까 말이죠. 이자를 더 많이 주는 채권을 쉽게 살 수 있는데 적은 이자를 제공하며 장기로 원금이 묶여야 하는 자산은 큰 디스카운트가 들어가지 않는 이상 아무도 사지 않을 거라는 점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위의 표를 참고하시면 SVB가 갖고 있는 대부분의 증권의 금리가 2%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쉽게 확인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설령 SVB처럼 당장 고객 자금의 대규모 이탈을 경험하지 않은 금융 기관일지라도 이는 상당한 곤경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SVB처럼 대부분의 장기 채권을 만기 보유 증권으로 분류해 놓았을 경우 이를 보다 수익률이 높거나 하는 등의 증권으로 교체하고자 하면 이는 곧장 시가 평가의 대상이 되어 재무상태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본은 크게 깎여나가게 될 것이고 그렇다면 이는 재무 건정성 등을 유지하기 위한 각종 규제에 걸려 일이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각종 금융 기관들은 매도 가능 증권을 만기 보유 증권으로 재분류해 자산과 자본이 깎여 나가는 것을 최대한 막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래가 관련 기사입니다.
그런데 이와 아주 유사한 일이 정확히 40여 년 전에도 일어났습니다. 네 맞습니다. 바로 앞서 언급한 80년대 초의 대 인플레이션 시기이죠. 역사를 살펴보면 본질적으로 이와 굉장히 유사한 사례들을 쉽사리 찾아볼 수 있습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워낙 이례적인 저금리가 오래 지속되어 다수의 기억에서 희미해졌지만, 여러 금융 기관이 금리 상승기에 고통받는 것은 거의 공식과도 같습니다.
그중 우리는 버핏이 1980년 서한에 기술한 보험 업계에 관한 글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여러 사건과 버핏이 당시 보험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야기한 것이 본질적으로 얼마나 유사한지 살펴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 한 번 읽어보시지요. (가능하신 분은 버크셔 홈페이지에서 원문 전체를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버핏:
불행하게도 대체로 보고되지 않았으나 특히나 치명적인 문제가 산업의 고통을 지속시키고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보험계약에서 기록적인 손실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보험사들로 하여금 앞다투어 새로운 계약을 맺도록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러한 시기는 이에 관한 보험사들의 노력을 두 배로 늘리도록 할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채권 가격이 떨어지는 와중에 보험 회계가 전통적으로 채권을 -시장가치와 상관없이- 상각 후 원가로 장부에 기재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다수의 보험사들은 순자산의 2~3배에 이르는 장기 채권을 상각 후 원가 측정 기준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만약 3배를 보유하고 있다면 당연히 채권 가격 중 1/3만큼이 줄어들고 이 손실이 인식된다면 순자산이 모조리 사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줄어들었습니다. 몇몇 가장 크고 가장 잘 알려진 손해보험사들은 만약 채권이 시장가로 평가될 경우 아주 미약한, 혹은 심지어 음의 순자산을 보유하게 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당연히 그들이 보유한 채권 가격이 오를 수도 있습니다. 가격은 일부, 혹은 가능하건대 완전히 회복되어 명시된 순자산의 신뢰를 회복시켜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더 떨어질 수도 있겠죠. (저희는 주가와 채권 가격에 대한 단기 전망이 쓸모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전망은 그러한 전망을 제시한 사람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알려주지만 정작 미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얘기해 주지 못합니다.)
보험사의 주식 포트폴리오 가격이 순자산을 상당한 수준으로 감소시킬 만큼 떨어진다면 보험사의 생존이 위협받는다는 것을 고려할 때, 채권 가격이 훨씬 큰 규모로 감소했음에도 아무런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사실이 몇몇 분들에게는 기이하게 비칠 것입니다. 산업 전체는 채권의 현재 가격이 어떠하든 채권은 만기가 되면 원금을 상환 받을 것이고 일시적 가격 하락은 결국 해결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함으로써 대응했습니다. 아마 20, 30, 혹은 40년까지도 걸릴 수도 있지만 결국은 액면가만큼의 가치를 가질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물론 이들이 만약 상대적으로 더 나은 가치를 가진 비슷한 채권으로 이를 교체하려 한다면 해당 손실은 당장 기록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역시 마찬가지로 발행된 순자산은 손실분만큼 즉시 하향 조정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환경 하에서는 여러 매우 좋은 투자 기회가 사라지게 됩니다. 아마도 수십 년 동안 말이죠. 예를 들어 대규모 보험 계약 손실이 발생될 것으로 예상될 때 면세 채권을 과세 채권으로 교체하는 것은 매우 훌륭한 사업상 논리일 것입니다. 주요 채권으로부터의 손실을 인식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가 이러한 합리적 움직임을 막게 되는 단 하나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규모의 미실현 채권 손실에 따른 완전한 함의는 현명한 투자를 막아선다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합니다. 그 채권을 매입하고 계속 보유하는 자금의 원천은 (계속 바뀌는) 보험 계약자와 청구인으로부터 온 것입니다. 사실상 보험사에 잠시 예금을 든 것이죠. 자금의 크기가 유지될 수 있는 한 어떠한 채권도 팔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지만 사업 규모가 유의미하게 줄어들어 자금의 규모 역시 줄어든다면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갖고 있는 자산을 팔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자산이 만약 거대한 미실현 손익을 포함한다면 손실은 빠르게 인식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순자산을 삭제해버릴 것입니다.
따라서 채권 시장 가치의 위축으로 인해 명시된 순자산이 위협을 받으며, 충분하지 못한 보험료 수준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확실히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 확실한 보험사들은 두 가지 선택권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보험사가 이제 다수가 있죠.) 경영진이 갖는 첫 번째 옵션은 보험 계약 시 노출된 위험에 상응하는 적절한 수준의 보험료를 받는 것입니다. "1달러 비용에 더해 예상되는 손실 비용을 반영한 프리미엄을 확실히 받아야 한다"라고 손해사정사 지시하는 것이죠.
이러한 지시의 결과는 예측 가능합니다. (a) 대부분의 사업이 가격에 민감하며 매년 갱신할 수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 장부에 기록된 다수의 계약을 꽤나 빠르게 경쟁자에게 빼앗길 것이며, (b) 보험료 수입 규모가 유의미하게 줄어들게 됨에 따라 조금 시간이 걸리겠지만 부채(미경과 보험료와 미지급 보험료) 규모가 줄어들게 될 것이며, (c) 자산(채권)은 부채의 하향분을 맞추기 위해 팔아야만 하며, (d) 이전에 실현되지 않은 순자산의 소실은 일부 실현되어 보험사의 재무제표에 기술될 것입니다. (그 정도는 채권 판매 규모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우울한 사건의 변화는 기술된 순자산에 약간의 페널티를 부과합니다. (c) 상태에 있는 몇몇 기업들은 이미 시장가로 평가된 주식이나 보다 적은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근래에 매입한 채권을 팔고자 할 것입니다. 이처럼 가장 큰 패배자들을 남기기 위해 더 나은 자산을 파는 타조처럼 안일한 행위는 단기적으로는 덜 고통스럽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승자가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두 번째 옵션은 훨씬 간단합니다. 그저 현 수준의 보험료 규모, 자산, 부채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보험료 수준이나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큰 장래 보험 계약 손실 전망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보험 계약을 맺는 것이죠. 그리고 보험 계약 혹은 채권 가격에 밝은 내일이 있기를 기도하는 것입니다. 업계 언론에서는 "현금 흐름" 보험계약에 관한 여러 비판이 다뤄졌습니다. 이는 지금의 높은 금리 수준에 투자할 자금을 얻기 위해 보험 손실 전망을 고려하지 않고 보험 계약을 맺는 것을 의미하죠. 이 두 번째 옵션은 "자산 유지" 보험 계약이라고 적절히 이름 붙일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갖고 있는 자산을 유지하기 위해 끔찍한 계약을 맺는 것이죠. 당연히 여러분은 어떠한 옵션이 선택될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큰 보험사들이 두 번째 옵션을 선택하고자 하는 유인이 유지되는 한 보험 인수 분야에 더 나은 내일이 없을 거라는 점 역시 자명합니다. 왜냐하면 만약 업계의 다수가 가격이 적절하냐를 떠나 보험료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고 느낀다면 모든 보험사들은 그 가격을 비슷하게나마 따라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에게 큰 재무적 문제가 엄습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다음으로 최악의 곤경은 대규모의 경쟁자들이 재무적 문제를 "어떤 가격에라도 팔겠다"라는 정책으로 이연 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출처: 1980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 서한 중
*긴 분량으로 인해 원문은 맨 아래에 따로 작성해 놓았습니다.
위의 글은 금리 상승으로 갖고 있는 채권 가치가 박살 난 보험사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가를 다룬 내용입니다. 짧게 요약하자면 상각 후 원가 기준으로 표기된 장기 채권의 실제 가치가 크게 감소하자 보험사들은 이를 최대한 숨기기 위해 최대한 채권의 재분류를 실시하였으며 보험계약 규모가 감소해 재무상태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손해가 커지는 와중에도 보험 계약을 마구잡이로 맺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오늘날에 얼마나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관하여 몇몇 보험사의 재무제표를 통해 조금만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삼성생명이 경우 우선 시장가 평가 대상인 매도가능금융자산 중 채무증권의 규모가 1/10 이하로 줄어든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해외유가증권과 기타유가증권의 규모 역시 유의미하게 줄어들었습니다. 이중 전부가 단순히 증권을 재분류해서 일어난 현상은 아닐 것입니다. 여전히 매도가능증권으로 보유한 증권의 가격 하락과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증권의 가치 하락에 따른 결과 역시 반영되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보면 만기보유금융자산으로 재분류된 증권의 규모가 무려 96조 7,500억 원이 넘습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자산 총계가 300조 원이 조금 넘는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실로 엄청난 규모입니다. 그리고 친절하게 재분류되지 않았을 경우 5조 원에 가까운 평가 손실이 장부에 반영되었을 것이라는 점 역시 공시하고 있습니다.
한화 생명의 경우 역시 애초에 존재하지 않던 만기보유증권 계정이 새롭게 생겼으며 매도가능증권의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재분류하지 않았다면 한화생명의 경우 6조 원의 손실이 재무제표에 추가로 반영되었을 것이 눈에 띕니다.
국내에서 가장 큰 생명보험사인 두 기업의 자본은 재분류가 없었다면 21년도 말 대비 각각 50%, 90% 줄어들었을 것입니다. 이외에도 농협생명처럼 이미 자본잠식에 빠진 보험사도 존재합니다.
각 보험사마다 처해 있는 환경이 다를 것입니다. 이자율 헷징을 비교적 많이 한 보험사도 있을 것이고 상대적으로 만기가 짧은 채권 위주로 들고 있는 보험사도 있었을 것입니다. 국내 보험사에 대해 아주 잘은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두 생보사 중 확실히 삼성생명이 한화 생명보다 (적어도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방식으로 운영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이 두 기업은 국내에서 가장 큰 보험사이기에 이 정도의 손실은 아마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수익성 개선은 별개의 문제지만 말입니다. 아마 다른 대부분의 보험사들도 큰 이변이 없는 한 보유한 금융 자산이 문제를 일으켜 망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제가 국내 보험사 전부를 자세히 살펴본 것도 아니고 보험업계가 돌아가는 것도 잘은 모르기에 확신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다만, 경제 시스템은 결국 인간이 만든 것입니다. 따라서 자연의 물리법칙처럼 자연스럽게 모든 것이 흘러가지 않습니다. 실리콘 밸리 은행이나 크레디트 스위스와 같은 금융 기관들 역시 예금자들이 불안에 떨지 않고 믿어줬다면 좋지 않은 결말을 맞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는 결국 전 세계 국가와 사람들이 코로나를 무서워하지 않았다면 항공사가 큰 고초를 겪지 않았을 것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얘기입니다.
본디 금융기관은 신용이 필요한 업종입니다. 내가 맡긴 돈을 어떻게든 안전하게 지켜주고 맡긴 대가를 충분히 지급할 것이라는 믿음 말입니다. 따라서 그들은 어떻게든 고객의 마음을 안정시켜야 하는 임무를 갖고 있습니다. 어떠한 금융기관이든 이러한 신용에 의문을 갖게 만든다면 언제든 무너질 수 있습니다. 1856년에 설립된 유서 깊은 크레디트 스위스 역시 예외가 아니었죠. 이것이 우리가 금융업과 관련하여 꼭 기억해야 하는 본질입니다.
감사합니다 :)
버핏:
And, unfortunately, a largely unreported but particularly pernicious problem may well prolong and intensify the coming industry agony. It is not only likely to keep many insurers scrambling for business when underwriting losses hit record levels - it is likely to cause them at such a time to redouble their efforts.
This problem arises from the decline in bond prices and the insurance accounting convention that allows companies to carry bonds at amortized cost, regardless of market value. Many insurers own long-term bonds that, at amortized cost, amount to two to three times net worth. If the level is three times, of course, a one-third shrink from cost in bond prices - if it were to be recognized on the books - would wipe out net worth. And shrink they have. Some of the largest and best known property-casualty companies currently find themselves with nominal, or even negative, net worth when bond holdings are valued at market.
Of course their bonds could rise in price, thereby partially, or conceivably even fully, restoring the integrity of stated net worth. Or they could fall further. (We believe that short-term forecasts of stock or bond prices are useless. The forecasts may tell you a great deal about the forecaster; they tell you nothing about the future.)
It might strike some as strange that an insurance company’s survival is threatened when its stock portfolio falls sufficiently in price to reduce net worth significantly, but that an even greater decline in bond prices produces no reaction at all. The industry would respond by pointing out that, no matter what the current price, the bonds will be paid in full at maturity, thereby eventually eliminating any interim price decline. It may take twenty, thirty, or even forty years, this argument says, but, as long as the bonds don’t have to be sold, in the end they’ll all be worth face value. Of course, if they are sold even if they are replaced with similar bonds offering better relative value - the loss must be booked immediately. And, just as promptly, published net worth must be adjusted downward by the amount of the loss.
Under such circumstances, a great many investment options disappear, perhaps for decades. For example, when large underwriting losses are in prospect, it may make excellent business logic for some insurers to shift from tax-exempt bonds into taxable bonds. Unwillingness to recognize major bond losses may be the sole factor that prevents such a sensible move. But the full implications flowing from massive unrealized bond losses are far more serious than just the immobilization of investment intellect. For the source of funds to purchase and hold those bonds is a pool of money derived from policyholders and claimants (with changing faces) - money which, in effect, is temporarily on deposit with the insurer. As long as this pool retains its size, no bonds must be sold. If the pool of funds shrinks - which it will if the volume of business declines significantly - assets must be sold to pay off the liabilities. And if those assets consist of bonds with big unrealized losses, such losses will rapidly become realized, decimating net worth in the process.
Thus, an insurance company with a bond market value shrinkage approaching stated net worth (of which there are now many) and also faced with inadequate rate levels that are sure to deteriorate further has two options. One option for management is to tell the underwriters to keep pricing according to the exposure involved - “be sure to get a dollar of premium for every dollar of expense cost plus expectable loss cost”
The consequences of this directive are predictable: (a) with most business both price sensitive and renewable annually, many policies presently on the books will be lost to competitors in rather short order; (b) as premium volume shrinks significantly, there will be a lagged but corresponding decrease in liabilities (unearnedpremiums and claims payable); (c) assets (bonds) must be sold to match the decrease in liabilities; and (d) the formerly unrecognized disappearance of net worth will become partially recognized (depending upon the extent of such sales) in the insurer’s published financial statements.Variations of this depressing sequence involve a smaller penalty to stated net worth. The reaction of some companies at (c) would be to sell either stocks that are already carried at market values or recently purchased bonds involving less severe losses. This ostrich-like behavior - selling the better assets and keeping the biggest losers - while less painful in the short term, is unlikely to be a winner in the long term.
The second option is much simpler: just keep writing business regardless of rate levels and whopping prospective underwriting losses, thereby maintaining the present levels of premiums, assets and liabilities - and then pray for a better day, either for underwriting or for bond prices. There is much criticism in the trade press of “cash flow” underwriting; i.e., writing business regardless of prospective underwriting losses in order to obtain funds to invest at current high interest rates. This second option might properly be termed “asset maintenance” underwriting - the acceptance of terrible business just to keep the assets you now have. Of course you know which option will be selected. And it also is clear that as long as many large insurers feel compelled to choose that second option, there will be no better day for underwriting. For if much of the industry feels it must maintain premium volume levels regardless of price adequacy, all insurers will have to come close to meeting those prices. Right behind having financial problems yourself, the next worst plight is to have a large group of competitors with financial problems that they can defer by a “sell-at-any-price” poli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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