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OCI로 알아보는 거품과 교훈: 버핏이 말하는 능력 범위
에이버리
2023.04.18
※ 감수인 의견 교훈을 주는 글입니다. 능력범위는 철학으로는 이해가 되는데, 구체화하기 참 어려운 영역인 듯 합니다. 저부터도 (투자뿐 아니라 많은 경우에) 실패하고 나서야 '내가 뭘 몰랐구나' 를 알게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독자께서는 (능력범위를 체감하는데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 속도보다 방향을 중요하게 여기셨으면 합니다. 방향이 맞으면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주 방문하는 피우스님 블로그 내용을 일부 발췌했습니다. 원문 링크. 문제될 시, 삭제하겠습니다.
*앱을 설치하시면, 구독하시는 크리에이터에 대한 새글 알림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오렌지보드' 로 검색하셔서 설치 부탁 드립니다. 지속 개선 중! Orangeboard.CT가 작성한 글에 댓글로 피드백 주시면, 본인이 원하는 기능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참여 부탁 드려요. |
이 게시물에서는 국내 대표적인 태양광 기업 OCI에 대한 분석을 다루고자 합니다. 다만 OCI의 현재와 미래가 아닌 과거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버핏이 말하는 '능력범위'(Circle of Competence)를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례이기에 글 말미에 이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능력범위를 논할 때 주로 하는 말이 "제대로 알고 투자해야 한다"와 같은 말입니다. 이는 주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나 경쟁사, 재무현황 등에 대한 세세한 분석을 하라는 말로 해석되지만 이는 잘못 해석한 경우입니다.
물론 비즈니스 모델, 경쟁사, 재무현황 등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기본이나 이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간과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하나 더 숨어있습니다. 글을 끝까지 읽으시면 알 수 있으실 겁니다.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
OCI가 주는 교훈
OCI는 태양광 발전 설비를 위한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비교적 근래에 ESG나 탄소중립과 같은 친환경 테마가 부각되면서 다시금 주목을 조금씩 받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OCI의 사업 부문은 사업보고서 상 폴리실리콘 등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베이직케미컬, 카본 블랙과 벤젠 등을 생산하는 카본케미컬 부문과 이에 더해 에너지솔루션, 도시개발사업, 기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카본케미컬 부문이 그래도 꾸준한 수익을 내는 가운데 지금까지 회사 전체의 수익성은 대체로 폴리실리콘의 수요와 가격에 달려 있다고 봐도 크게 과장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OCI 2012-2022 사업부문별 매출/영업이익 요약]
*도시개발 부문은 21년도에 기타부문에서 분리됨
본 글은 OCI의 현재와 미래를 논하고자 하는 글이 아닙니다. 저희는 OCI가 처음으로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기 시작한 2008년 전후의 시기를 살펴볼 것입니다. 그리고 해당 시기를 살펴봐야 OCI라는 기업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OCI의 과거 주가를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하겠습니다.
[OCI 주가 추이]
(출처: 인베스팅닷컴)
OCI의 주가는 2011년 4월 29일 64만 원까지 올라갔으나 현시점에는 10만원 초반의 가격에 주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위의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OCI는 사명을 변경하기 전 동양제철화학 시절 주가는 1~3만원 정도 하던 매우 평범한 화학기업이었습니다. 그러던 기업이 태양광 산업에 뛰어들자 엄청난 기대감을 받았고 실제로 2008년 폴리실리콘 첫 생산 이후 실적이 급격히 상승하자 기대는 확신으로 바뀌게 됩니다.
2008년 OCI의 영업이익은 7,323억 원으로 전년의 2,702억 대비 무려 170% 상승했으며 11년도에는 영업이익 1조 원을 돌파하게 됩니다. 당시 태양광에 대한 기대는 엄청났으며 일각에서는 곧 태양광시장의 규모가 메모리 반도체를 따라잡을 거라는 예측을 하기도 했으며 삼성, LG, 한화, 웅진, KCC, 코오롱 등 유수의 대기업들도 태양광이 미래의 먹거리라며 앞다퉈 해당 시장 진출을 선언하게 됩니다. 아래 사진들로 말미암아 당시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연히 증권사들도 앞다퉈 장밋빛 전망이 담긴 보고서를 연거푸 내놨을 것이라는 점은 굳이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너도나도 태양광이 미래라고 여기게 된 데는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독일에서는 신재생에너지 관련 법안을 개정해 태양광에 대한 적극적인 혜택을 주기 시작했고 이러한 것이 살인적인 유가와 석유고갈 우려, 환경보호와 같은 이데올로기적 대의가 맞물려 태양광 대세론이 자리잡게 됩니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폴리실리콘 가격은 공급부족현상을 겪으며 2003년 kg당 평균 28달러 하던 것이 2008년 한 때 kg당 475달러에 육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발 금융위기, 유가폭락, 각 국의 보조금 축소 및 투자계획 철회 등에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되려 공급과잉 사태가 불거지게 됩니다. 2009년 하반기의 폴리실리콘 가격 범위는 kg 당 55~60달러까지 떨어지게 됩니다.
그런데 2010년 말부터 2011년 초까지 폴리실리콘 가격은 수요의 일시적 증가로 갑작스러운 반등에 성공해 kg 당 80달러까지 회복합니다. 여기에 더해 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대지진이 발생해 원전사고까지 터지자 태양광에 대한 기대가 다시금 올라와 OCI의 주가는 4월에 최고가를 기록합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되던 폴리실리콘 가격은 다시금 공급과잉으로 그해 5월과 6월에 다시금 kg당 55달러로 떨어졌고 9월이 지나자 kg당 30달러 밑으로 곤두박질 칩니다. OCI를 포함해 여러 기업들이 투자를 중단했고 수많은 태양광 관련 기업들이 파산하기에 이릅니다.
2012년이 되자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문을 닫게 된 기업들이 보유한 재고를 덤핑하면서 가격하락을 더욱 부채질해 kg당 15달러까지 밀리게 되는 초유의사태가 일어납니다. OCI는 그해 전년도 7,765억의 영업이익을 창출한 신재생에너지 사업부에서 1,112억의 적자를 기록해 전체 영업이익이 1조 1170억 원에서 1547억 원으로 86% 감소합니다. 주가도 당연히 급락해 오늘날까지 오게 됩니다.
OCI의 당시사업보고서를 보게 되면 재밌는 점을 몇 가지 발견할 수 있습니다. 2010년까지 기초화학사업, 화합물 제조사업, 기타부문으로 구분하던 OCI는 2011년부터 폴리실리콘 판매호조에 힘입어 이를 신재생에너지, 석유석탄화학, 무기화학 및 기타로 재편해 태양광 산업에 대한 의지를 표명합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내부에서는 태양광 사업이 순풍을 탈 것으로 기대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사업 부문 재편한지 2년 만에 다시금 사업 부문 재편성을 단행하게 됩니다. 이는 너무나 노골적으로 숫자를 조금이라도 덜 나빠 보이게 다듬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같은 회계연도를 기록한 다른 연도의 두 표를 한 번 비교해보시면 결과는 같지만 확연한 차이를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기업이 실적이 괜찮아 보이도록 사업보고서를 다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LG이노텍의 경우 17년 사업보고서까지는 사업부문에 기타부문이 없었으나 후에 일부 수익성이 낮거나 접을 예정인 사업을 기타로 몰아넣은 전례가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전혀 불법도 아니고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이 과정에서 경영진의 의중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단서가 됩니다.
OCI의 경우 이외에도 경영진이 당시 많이 당황했다는 것이 느껴지는 단서를 사업보고서에서 찾을 수 있었는데요. 바로 ‘제품의 가격변동추이’라는 항목에서입니다. 아래 첨부한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다시피 2009년까지는 간략히라도 언급된 폴리실리콘은 2010년도 사업보고서부터는 아예 빠지게 되었습니다. 아마 경영진 내부에서도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2012년 실적 대폭락의 원인이 폴리실리콘 가격 폭락이었음에도 이를 공시에서 누락한 점은 다소 실망스럽습니다. 평소보다 해당 공시 분량이 두 배가 되었음에도 폴리실리콘에 관한 언급이 누락된 것은 유감입니다.
해당 사례에서 저희가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정부가 밀어주고, 기업이 실제 투자에 나서며, 금융권에서 각종 장밋빛 전망만 제시해도 망할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례가 아주 흔하지는 않겠지만 역사적으로는 충분히 많이 존재합니다. 가장 유명한 것으로는 2000년 초반 닷컴버블이 있을 것이며 1900년대 초 자동차산업 역시 버핏이 자주 언급하는 사례입니다. 1903년 헨리 포드가 포드자동차를 설립한 이래 미국에서만 2000개가 훌쩍 넘는 자동차 생산기업이 설립됐고 그 중 대부분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그 중 살아남은 GM, 크라이슬러, 포드 중 포드만이 파산에 따른 회생절차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테슬라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그는 이 사례를 언급하면서 본인은 당시 그 무수한 자동차 기업 중 승자를 가려낼 능력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이는 본인의 능력 범위(Circle of Competence) 밖에 존재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자신은 그러한 기업이나 산업에 대해 의견을 가질 필요가 없기에 투자를 잘 할 수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종족의 본성입니다. 물론 주식 투자라는 것은 그리고 어느 정도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가 좋고 많은 정보를 취합해도 미래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본인은 미래를 알 수 있다고 믿으며 알 수 없는 것을 알 수 없다 얘기하지 않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끼워 맞춥니다.
버핏이 투자를 잘 할 수 있던 이유는 본인이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지식이 월등함에도 본인이 모르는 영역을 구분할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남들과 다르게 의견을 내지 않을 능력이 있던 것입니다. 그것은 주로 미래에 관한 것이며 과거 버핏이 기술주를 등한시 한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너무나 빠르게 세상이 바뀌는 와중에 승자를 가려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오늘날에야 애플, 구글, 아마존과 같은 기업이 당연하겠지만 그들도 과거 치열한 경쟁을 하며 차고에서부터 시작했다는 점을 잊으면 안됩니다. 역으로 2005년 뉴욕 타임즈에는 아마존을 분석한 애널리스트 15명 중 13명이 매도나 홀드 의견을 냈다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는 것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세상에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메타버스나 ESG, 전기차, AI 등의 분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개인적으로도 기대가 됩니다. 아마 상상도 못한 일들이 연거푸 일어날 것이라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Disclaimer
- 당사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콘텐츠에 수록된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로서, 당사 및 크리에이터는 그 정확성이나 완전성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어떠한 경우에도 본 콘텐츠는 고객의 투자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에 대한 증빙 자료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 모든 콘텐츠는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없이 크리에이터의 의견이 반영되었음을 밝힙니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