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환경 규제가 드라이벌크 시장에 미치는 영향
레드버드
2023.06.19
※ 감수인 의견 좋은 글 공유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벌크운임지수가 무지하게 많이 빠졌습니다. 개인투자자는 무한정 들고 갈수 있으니 이런 타이밍이 공부하기 좋습니다. 공급을 탄력적으로 조정하지 못하는 상품이 대개 아래의 흐름으로 움직입니다. 아래위 급격하게 요동치면서 우상향하는 식입니다. 완만하게 상승하면 좋겠지만, 공급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기 어려워, 수요가 상승/하락하면 가격이 급등/급락하고, 공급이 부족/초과하면 가격이 급등/급락하는 구조입니다. 이런 과정이 순차 발생합니다. 반도체, 조선, 해운, 항공, 자동차, 철강, 우유, 달걀 등등의 산업이 그러합니다.
이런 종류의 산업에 대한 투자는 살아남은 자가 죽은 자의 몫보다 더 많이 가져가므로 ‘물(업황)이 빠졌을 때’, 목숨이 더 질길 것 같은 기업을 구분해 놓으면 좋습니다. 저는 한진해운이나 HMM의 경쟁 우위는 평가하기 어렵지만, HMM이 살아남아서 (한진해운의) 몫까지 누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돈버는 것보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살아남는 게 더 중요함을 강조하는 회사가 위기에 강한 듯 합니다. 삼성전자는 잘되든, 못되든 맨날 위기라고 함 (위기라고 한지 25년은 넘은 듯). 조선업 관련 무료자료는 여기가 제일 좋습니다. 1)한국해양진공사 보도자료, 2)한국해양진흥공사 정보서비스
같이 읽어보면 좋은 글 [NYSE : BDRY] 벌크업황에 투자하는 방법 (by 양파, 202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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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을 분류할 때 여러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가장 큰 카테고리로 나눈다면 완제품을 나르는 컨테이너 운송과 원자재를 나르는 벌크 시장으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벌크 시장은 다시 드라이벌크와 리퀴드벌크로 나눌 수 있다.
용어 그대로, 액체 원자재를 나르는 유무로 나눌 수 있는데, 큰 카테고리 안에서 비슷하게 가지만 살짝 다르다.
출처: 대우조선해양
그 중에서 내가 집중해서 투자하고 있는 분야는 드라이벌크다.
드라이벌크의 대표적인 상품은 철광석, 곡식, 석탄이다.
이 3가지를 제외한 나머지를 마이너 벌크라고 부른다.
발틱운임지수는 BDI 운임지수라고 부르며 철광석, 곡물, 석탄 등의 원재료를 운반하는 선박의 화물운임과 용선료등을 종합해 산정하는 지수로, 배들이 원자재를 마나 많이’ 싣고, ‘얼마나 자주’ 돌아다니는지를 알려주는 지표다.
운반하는 내용물이 생산의 기초가 되는 원재료이기 때문에 이 배들이 활발히 움직인다는 것은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즉 생산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 때문에 BDI는 경기선행지표의 역할을 한다. 또한 원재료 수요가 늘어 교역량이 증가하면 선박의 운송비용이 올라 BDI가 높아지는데, 이는 그만큼 물류를 운반할 배가 많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해운업과 조선업의 주가는 뛰게 된다.
BDI는 1985년 1월 4일을 기준(=1,000)으로 놓고 그 움직임을 관찰하는데, BDI가 높아지면 경제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낮아지면 반대로 해석할 수 있다.
출처: 한국관세물류협회
현재 BDI 운임지수는 1074로, 드라이 벌크 시장에 투자하고 불과 1년전에는 3500이었고, 2년전 코로나로 인해서 HMM을 비롯한 컨테이너 선사들이 각광받을 때는 5500까지 상승했던 것이 BDI 운임지수였다.
올해 초에는 계절적 비수기와 중국의 코로나 제한이 연장되면서 500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금까지 드라이벌크 시장에 투자하고 있던 투자자들의 주요 아이디어는 "막혀있는 공급, 수요는 최악만 아니면 괜찮다."였다.
그리고 투자자들은 두가지 호재를 기다리고 있었다.
23년부터 시작되는 EEXI/CII 환경 규제와 중국의 리오프닝이었다.
출처: GNK 23 1Q IR
전 세계 원자재의 수입량의 46%가 중국에서 사용된다.
강력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원자재를 수입-가공하여 수출하는 것이 중국의 주요 역할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약했고, 해운업과 같은 시클리컬 투자에서 수요가 좋아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최악만 아니면 되는데 중국의 수요는 최악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사람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드라이벌크에 접근했던 주요 투자아이디어였던 막혀있는 공급은 여전히 유효한 아이디어다.
출처: S&P GLOBAL
2020~2022년은 컨테이너선의 초호황기였다.
국내 대표선사인 HMM은 2020년 3월부터 2021년 중순까지 10배가 오른 대표적인 텐버거 기업이 되었다.
위 사진을 보면 왼쪽은 컨테이너선의 공급을 나타내는 그래프인데 컨테이너선의 초호황기에 컨테이너선의 발주량은 꾸준히 늘었고 오른쪽 드라이벌크선에 대한 공급은 증가하지 않았다.
출처: splash 247
이는 조선소의 도크 용량의 문제로 드라이벌크선보다 컨테이너선과 LNG선이 상대적으로 더 고부가가치 선박이기 때문에 조선사들이 벌크선을 수주하지 않고 LNG선 위주로 조선소의 도크를 채웠기 때문이다.
한국은 2024년부터 벌크선은 아예 건조하지 않는다.
그동안은 중국이 저부가가치 선박인 벌크선을 만들어왔는데 한국 조선업의 인력 부족 현상과 도크 부족으로 LNG선의 남은 물량을 중국이 조금씩 가져가면서 벌크선을 건조할 도크는 점점 줄어들게된다.
현재의 운임수준으로는 충분히 만족할만한 수준의 이익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벌크선에 대한 발주 주문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
앞서 있던 중국의 원자재 슈퍼사이클 시기의 안좋은 기억이 벌크선을 발주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시장에 남겨두고 있다.
출처: GNK 23 1Q IR
04~08년, 중국의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있던 시기에 벌크선의 발주가 증가했고, 09~12년에 벌크선의 공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전체 운용 선대의 증가로 운임이 폭락, (BDI 12000 -> 1000) 그 여파로 드라이벌크 사업을 주력으로 하던 STX 그룹은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STX팬오션은 매각되어 현재의 하림그룹으로 넘어오게 된다.
그 당시 많은 선사들이 큰 손해를 봤기 때문에 운임 수준이 높아지고, 장기적인 드라이벌크 호황이 찾아오기전에 신규 선박 발주는 더더욱 어렵다.
그리고 지금부터 설명할 두개의 환경 규제가 신규 선박에 대한 발주를 더 어렵게 만든다.
출처: 해양수산부
23년 1월 부터 EEXI 규제가 시행되었다.
출처: 해양수산부
EEXI란 현존선 에너지 효율지수로써 선박의 운항 과정에서 1톤의 화물을 1해리 운송하는데 배출되는 CO2 량을 기관 출력, 중량 톤수 등 선박의 제원을 활용하여 계산하여 지수화한 값을 말한다
출처: 해양수산부
2023년부터 적용되는 EEXI 지수를 만족하지 못하면 현재 존재하는 모든 선박들은 아주 강한 제한 조치를 받게 된다. (운행 중단, 운행 속도 감소, 입항 제한, 벌금 등)
EEXI 규제를 만족하기 위해 많은 선박들은 황산화물 저감 장치인 스크러버를 부착하여 기존 HFO(Heavy Fuel OIL) 연료를 사용해야 하고 엔진의 출력을 제한하여 규제를 만족시킨다.
이렇게 되면 화물 운송 비용이 증가하고, 리드타임이 길어져서 운임이 오르게 된다.
출처: 한국선급
다른 하나는 CII 등급제이다.
출처: 해양수산부
CII는 총 톤수 5,000톤 이상의 선박에 적용하는 규제로, 선박의 실제 연간 연료소모량 및 운항거리를 기반으로 선박 효율성을 계산하여 CII 허용값 대비 CII 달성값 정도에 따라서 A~E등급으로 선박을 평가하는 제도다.
화주와 용선계약을 체결할 때, 일정 수준이상의 등급을 충족해야 하고, 높은 등급을 유지해야하는 의무가 부과된다.
이를 지키지 않는 선사와 화주에게는 벌금이 부과되며 운송회사는 벌금을 물지 않기 위해 선박의 운송 속도를 줄이게 된다.
이러한 조치들은 앞서 설명한 EEXI 규제 처럼 선박의 운송 시간이 길어져 리드 타임의 증가를 불러오고 운임의 상승을 불러온다.
현재 BDI 운임지수가 이런 환경 규제 조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1000대에 머물고 있는 것은 중국의 영향이 가장 크지만, 현재 중고선가와 폐선량을 보면 공급이 적어도 시장에는 벌크선이 아직 많다.
출처: 해양진흥공사
드라이벌크선의 중고선가는 여전히 높은 편으로 드라이벌크선에 대한 수요가 건재하다.
출처: 하이투자증권
2021년과 2022년에 벌크선의 해제량은 얼마되지 않았는데 내가 위에 정리한 글을 시장참여자들이 모두 알고 있어서 벌크선의 호황을 예측, 폐선하지 않고 운영했기 때문이다.
공급이 줄어드는 것을 모두 알고 있지만 시장에는 여전히 꽤나 많은 선박이 남아있는 것이다.
외항상선의 운용 선대 수를 해양수산부에서 올해 초부터 제공 중인데, 23년 1월에는 529척이, 23년 5월에는 515척이 운행 중이다.
출처: 팬오션 23 1Q IR
국내 대표 벌크선사인 하림그룹의 팬오션의 운용선단 역시 별로 줄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EEXI 와 CII 규제가 해가 가면 갈수록 더 강해지고 현재 공급이 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선박의 연령이 노후화될수록 폐선을 할 수 밖에 없다.
출처: 해양진흥공사
고철 가격 역시 나쁜 수준이 절대 아니기 때문에 선주들이 폐선하는데 꺼릴 이유는 별로 없다.
출처: 팬오션 23 1Q IR
팬오션 역시 23년 이후 폐선량이 증가한다.
출처: GNK 23 1Q IR
드라이벌크선의 공급 절벽은 23년 이후로 더욱 더 심해진다.
드라이벌크 투자의 핵심 아이디어는 막혀있는 공급이지, 수요를 기대하고 투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공급은 현재 나와있는 데이터로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수요는 예측하기가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섹터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빛을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의 심화, 간단하지만 강한 투자 아이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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