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의 팜
식욕의 과학

동물원
2026.01.04
식욕이 위와 장에서 분비되는 강력한 호르몬의 영향을 받고, 그로 인해 먹는 음식과 먹는 양이 크게 좌우되며 식욕은 의식적으로 조절되기보다는 새롭게 발견된 호르몬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식욕은 의식적으로 조절되지 않으며 따라서 그런 생각으로는 살을 뺄 수 없다. 몸이 가벼워지려면 몸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신호를 바꿔야 한다.
지방의 기능은 에너지 저장에 그치지 않는다. 에너지 사용량을 조절하는 곳도 지방이다.
지방은 효율성이 높고 열 손실을 막아주는 가벼운 에너지원이다. 각각의 지방 세포는 나중에 필요할 때를 대비해 에너지를 저장해두는 독특한 기능이 있다. 저장된 에너지가 많을수록 세포는 부풀어 오르고 ‘크기가 커진다. 살이 찌기 시작할 때는 지방 세포가 늘어나지 않는다. 세포 수는 그대로고 지방 세포마다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하면서 부풀어 올라 원래 크기보다 여섯 배까지 커진다. 그러다 세포 내부에 더 이상 에너지를 저장할 공간이 없으면 세포 수가 늘어난다.
비만의 단기 해결책으로 지방흡입술로 지방 세포를 제거하는데 그러면 몸이 사라진 세포를 채우려고 더 많은 세포를 만들어내는 안타까운 결과가 초래된다.
물은 지방보다 훨씬 무겁기 때문에 간은 상당히 무거운 에너지원이다. 섭취 열량을 크게 줄이면 가장 먼저 간에 저장된 에너지부터 사용된다. 간에 있던 당이 다 소진되고 나면 물도 배출되므로 며칠 사이에 체중이 많이 빠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줄어든 체중은 대부분 물이지 지방이 아니다. 대부분 다이어트법의 핵심 전략이 바로 이것이다. 사람들은 체중이 줄어드니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 체액이므로 체중 감량 효과는 금방 끝난다.
먹는 음식을 질적으로 바꾸지 않고 그저 덜 먹고 더 움직이는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아무리 열심히 몸무게를 줄이려고 애를 써도 강력한 음성 피드백 메커니즘에 따라 결국 원래 체중으로 돌아오고 만다.
렙틴은 지방 세포에서 분비된다. 특별한 신호에 반응해서 분비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분비된다. 따라서 지방이 많을수록 혈액에 분비된 렙틴의 양도 많다. 렙틴 자체가 인체에 지방을 얼마나 축적해야 하는지 시상하부에 알리는 신호로 작용한다.
소를 살찌우는 첫 번째 전략은 원래 소가 먹는 먹이, 즉 수백 년 전부터 여러 세대에 걸쳐 먹어온 먹이를 주지 않는 것이다. 그 먹이는 바로 풀이다. 소에게 풀 대신 곡류와 식물성 기름이 혼합된 사료를 주면 덩치가 커져서 나중에 팔 때 훨씬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다. 소에게 곡물과 기름이 섞인 고열량 먹이를 주고 우리에 가둬두면 몸집이 급속도로 커진다. 어려운 내용은 아니다. 요지는 인간도 식생활을 바꿔 곡류와 기름이 주원료인 음식을 먹게 되면 몸집이 바뀐다는 것이다.
평생 다른 곳에서 따로 살아온 일란성 쌍둥이는 성인이 되었을 때 BMI가 약 75퍼센트 일치했다. 가정 환경이 두 쌍둥이의 BMI 일치도에 끼치는 영향은 10퍼센트에 불과했다.
비만이나 마른 체형과 관련된 유전자는 종류가 다양하다. 그중 최초로 밝혀진 것이 FTO 유전자다. 이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체중이 평균 3킬로그램 더 나간다. 체중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진 유전자는 그 밖에도 몇 가지가 있다. 입맛과 관련된 유전자와 포만감과 관련된 유전자는 개개인이 자연스럽게 먹고 싶다고 느끼는 음식의 양을 좌우한다.
남성 한 명이 하루에 섭취하는 에너지는 평균 약 2,500Kcal다. 줄 단위로 바꾸면 일일 약 1,050만 줄이다. 하루는 86,400초이므로 남성 한 명이 1초 동안 사용하는 에너지율은 약 120와트다. 인체에 필요한 에너지는 전구 하나를 켜는 데 필요한 전력과 동일한 셈이다. 하지만 이 결과는 평균일 뿐이다. 실제로 사용하는 전력은 적게는 60와트에서 많게는 240와트가 넘을 수도 있다.
갈색 지방은 에너지를 저장하는 백색 지방과 달리 UTP-1이라는 단백질을 갖고 있다. UTP-1는 DNP처럼 음식으로 얻은 에너지를 열로 전환시킨다. 그러나 아쉽게도 성인의 몸에는 갈색 지방이 그리 많지 않고 인체의 남는 에너지를 연소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최근에는 자연적인 에너지 연소 물질을 찾기 위한 연구가 갈색 지방에서 근육으로 향하고 있다.
1990년대에 위장관에서 그렐린과 펩타이드(PYY)라는 호르몬이 발견됐다. 식욕을 촉진하는 것으로 밝혀진 그렐린은 위의 상부에서 만들어진다. 먹는 양이 부족하면 체내 그렐린 농도가 상승한다. 일반적으로 그렐린의 영향은 우리가 매일 최소 세 번은 식사를 하게 만들 정도로 강력하다. 음식을 먹으면 혈중 그렐린 농도가 감소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렐린이 뇌의 보상 센터도 자극해서 음식을 먹을 때 맛이 훨씬 더 좋아지게 한다는 것이다.
렙틴은 인체의 에너지 저장량을 좌우하는 주 조절 장치다. 뇌가 무의식적으로 가장 안전한 체중이라고 인지하는 체중 설정값과 실제 저장된 에너지의 양이 다르면 렙틴은 그 격차를 없애려고 한다. 대부분 의식적으로 다이어트를 해서 몸무게를 줄였을 때 나타나는 결과다.
비만인 사람들에게 렙틴을 주사해도 체중이 감소하지 않았던 연구 결과에서도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참가자들은 렙틴을 투여받기 전에 이미 체내 렙틴 농도가 높았다. 원래 높은 농도를 더 높였으니 아무런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렙틴은 있지만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임신기와 청소년기에 렙틴 저항성이 적당히 발생해야 한다. 성장과 번식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인류가 멸종하기 때문이다. 건강에 유익한 렙틴 저항성과 비만을 유발하는 렙틴 저항성은 징후가 똑같이 극심한 허기와 피로로 나타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허기로 에너지를 유입시키고 피로로 에너지를 보존하는 것이다. 십 대 청소년이나 곧 엄마가 될 사람에게서 허기와 피로가 나타나면 생존을 위한 반응으로 봐야 하지만, 비만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에게서 이러한 행동이 나타난다면 생각을 다시 해야 한다.
논문에서는 렙틴 저항성의 원인을 다양하게 설명한다. 지금도 무엇이 원인인지 논쟁은 계속되고 있지만,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혈당 조절 호르몬 인슐린: 포도당이 함유된 음식을 먹을 때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인슐린은 혈액의 포도당을 에너지로 쓸 수 있도록 세포에 운반
염증 반응을 통제하는 단백질 TNF-알파: 뇌 체중 조절 센터의 염증, 인슐린 분배 촉진
렙틴과 인슐린은 시상하부의 동일한 세포로 신호를 보낸다. 신호를 보내는 세포는 같지만 세포를 전달받는 수용체, 즉 세포 우편함은 서로 다르다. 문제는 어느 한쪽의 메시지가 전달되면, 세포 전체의 신호전달 경로가 겹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세포는 인슐린과 렙틴이 각각 보낸 메시지를 동시에 읽지 못한다. 인슐린이 신호를 보내면 렙틴이 보낸 메시지는 읽히지 않는 것이다.
인슐린이 렙틴 저항성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것은 인슐린도 체중 설정값 조절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슐린 농도가 높아질수록 렙틴 저항성은 커지고, 렙틴 저항성이 커질수록 체중 설정값은 높아진다.
TNF-알파가 분비되면 연달아 특정 반응이 촉발되고 그 결과 염증이 발생한다. 위협을 가한 자를 체포하고 손상된 곳을 고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정상적인 염증 반응이다. 비만이 되어 지방 세포가 위험할 정도로 커지면 이 세포 경찰이 호출되어 조사를 시작한다. 세포 경찰이 부피가 커진 지방 세포에 만성적으로 반응하면 몸에 생기는 염증이 늘 정상 수준보다 많아진다. 비만이 염증을 촉진하는 것이다.
서구식 식단은 오메가-6 지방산 대비 오메가-3 지방산의 비율이 낮은데 이런 식생활도 TNF-알파를 분비시키는 요인이 된다.
염증 반응이 시상하부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새롭게 밝혀지고 있다. 시상하부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렙틴 신호를 토대로 체중 설정값을 계산하는 체중 조절 센터다. 시상하부에 발생한 염증은 렙틴 저항성의 원인이 된다.
진화 관점에서는 우리가 아프거나 크게 다쳐서 염증 반응이 일어날 때 렙틴 저항성도 함께 발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다친 곳이 나으려면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된다. 이를 위해 렙틴의 작용은 차단되고 허기가 강해지면서 더 많은 에너지가 유입된다.
TNF-알파는 인슐린 기능에 영향을 끼치고 그 영향은 다시 렙틴에게 간다. 비만으로 염증이 발생하는 것처럼 혈중 TNF-알파 농도가 증가하면 인슐린 기능이 차단된다. 인슐린의 원래 기능은 세포로 포도당을 운반하는 것인데 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의학 용어로는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한다.
임신 기간에 면역 기능이 조정되지 않으면 태아는 외래 물질로 인식되고 그로 인해 아기를 없애려는 면역 반응이 일어나면 임신이 종결될 수 있다. 임신기에 TNF-알파 농도가 증가하면 인슐린 기능을 둔화시키는 작용도 그만큼 강력해진다. 실제로 임신기에 당뇨가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많은 연구자들이 TNF-알파가 임신성 당뇨의 원인이라고 추정한다. 임신 중에 TNF-알파 농도가 증가하면 유익한 영향과 함께 렙틴 저항성이 증가하고 에너지 유입이 촉진된다. 그 결과 체중이 증가한다.
제2형 당뇨로 인해 인슐린 농도가 더욱 높아지고 렙틴 저항성도 더욱 높아졌을 것이다. 렙틴 저항성이 일으킨 극심한 허기와 체중 증가라는 악순환에 빠져 심각한 비만이 됐을 것이다. 이런 경우, 지방에서 발생한 잘못된 대사 신호로 인해 지방이 더욱 늘어나므로 지방이 종양과 흡사한 성격을 띠게 된다.
저지방, 무가당 라벨을 보면 무슨 의미인지 헷갈린다. 저지방이어도 설탕 함량은 높을 수 있고 첨가당은 없어도 지방 함량은 높을 수 있다.
오메가-3가 포함된 조직은 굉장히 유연하고 빠르고 적응성이 뛰어나다. 이는 오메가-3가 인체에서 담당하는 중요한 특징이다. 차이점은 오메가-3가 오메가-6보다 훨씬 빨리 산화된다는 것이다. 즉 산소에 노출되면 더 쉽게 분해되거나 부패한다. 음식을 아무렇게나 방치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산화되서 갈색으로 변하고 부패한다. 그냥 두면 금방 변질되는 신선식품은 오메가-3의 함량이 높은 경우가 많다. 생선 등이 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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