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의 팜
직장생활썰 (feat 보금자리론, 주택연금)
메르
2024.07.26
직장생활썰을 하나씩 합치고 있습니다.
너무 최근일은 신상이 드러날 수 있을듯해서, 시간이 좀 지난일들 위주로 먼저 정리하고 있습니다.
아래 글에서 빠진부분이 꽤 있어서 시간날때 하나씩 추가해서 올려봅니다. .
https://blog.naver.com/ranto28/223280232996?trackingCode=blog_bloghome_searchlist
주절주절...직장생활썰 (feat 버크셔 헤더웨이, 금융위기 )
직장생활과 관련해 몇편으로 나눠서 개인적인 경험을 쓴적 있는데, 합쳐봤습니다. '1%를 읽는힘'...
개별로는 주절주절 카테고리에서 에피소드로 쓴적이 있는 내용이라 읽은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대리 때 이야기다.
당시 하는 일은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일이었다.
어느 날, 다른 회사의 과장이라는 사람에게 금융상품과 관련한 면담 요청이 왔다.
금융상품을 개발하려면, 전문 영역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일상이라 그러려니 하고 면담 약속을 잡았다.
과장과 미팅이라면 대리인 내가 가야지 하면서, 팀장에게 외부 미팅 보고를 하고 약속시간에 맞춰서 찾아갔다.
약속장소는 과천이었다.
과장이라고 해서 30대로 생각했는데, 50대 이상으로 보이는 중후한 아저씨가 회의실로 들어와서 명함을 내밀었다.
아래 명함이 그때 받은 명함이다.
물어보는 말에 의견을 이야기해주고 돌아왔다.
복귀해서 보고를 하니, 상사들이 발칵 뒤집어졌다.
팀장은 과장은 과장인데, 같은 과장이 아니라는 논리적으로 이상한 이야기를 하면서 거품을 물고 있었다.
대략 하는말을 들어보니, 직급이 과장이 아니라 과를 맡고 있는 과장이라는 말이었다.
재정경제부 세제실 소득세제과는 꽤 힘이 있는 부서고, 그곳의 과장은 대리가 혼자 털레털레 찾아갈 곳이 아니라는게 결론이었다.
ㅈㄴ복잡하네 하면서 넘어갔다.
하여튼, 이 과장분이 나를 부른 이유는 역모기지(Reverse mortgage) 때문이었다.
원래 출장을 다녀오면 막내가 출장 보고서를 쓰기 마련이다.
미국 모기지(주택구입자금 대출) 시장을 벤치마킹 다녀와서, 출장 보고서를 쓴 적이 있었다.
출장 보고서를 쓰다 보니, 생각보다 재미가 있어 탄력이 붙었다.
미국 모기지 시장 구조, 대출 상품, 보증 방식, 신용평가, 유동화 구조 등을 적다 보니 보고서가 150page를 넘어간 것이다.
스테이플러로 찍기에는 너무 두꺼워서, 회사 앞 복사점에서 제본을 해서 팀장에게 제출했다.
출장보고서를 쓰라 했더니 책을 만들어 오니, "요새 일을 적게 줬나?"라는듯한 표정으로 팀장이 보고서를 받아서 넘겨보기 시작했다.
잠시 후 팀장은 10부를 더 제본해오라고 했고, 며칠 후에는 100부를 제본하라고 했다.
팀장이 보고서를 타부서 여기저기에 돌린듯했고, 이것이 다시 복사본으로 사외로 퍼진듯했다.
지금처럼 해외정보 수집이 쉽지않고, 정보 보안이 강하지 않던 시절이라 가능했던 이야기다.
그 복사본 중 하나가 재경부 소득세제과 과장에게 들어간듯했다.
내가 정리한 내용 중 재경부 과장이 관심을 가졌던 부분은 역모기지(Reverse Mortgage) 였다.
역(Reverse)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일반적인 모기지(주택구입자금대출)과는 반대의 개념이라서 그렇다.
일반적인 모기지는 집을 구입하는 자금을 일시금으로 대출받은 뒤 몇십 년간 갚아나가는 방법이다.
역모기지는 집을 담보로 대출금을 월급처럼 분할해서 받는 방법이다.
주로 연금이 부족한 노년층들이 집을 담보로 필요한 자금을 연금처럼 받는 것이다.
그 과장은 고령화사회에 대비해서 한국에 역모기지 도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벽에 막혀 있었다.
그때, 내 책(?)을 읽게 되었고,
책에서도 해결이 안 되는 몇 가지 의문이 있어 저자(?)인 나를 부른 것이다.
전문가를 불렀는데, 생각보다 어린ㄴ이 와서 놀란듯하고, 생각보다 늙은 분이 불러서 나도 놀랐다.
당시 그 과장이 해결 못한 숙제는 대출한도가 넘었을 경우에 대응이었다.
노령층이 집을 담보로 매달 연금처럼 분할해서 대출을 받는데, 사람은 생각보다 오래 살 수도 있고 일찍 죽을 수도 있다.
일찍 죽으면 문제가 없지만, 오래 살면 문제가 생긴다.
일반적인 미국의 역모기지는 지급기간을 정하는 방식이다.
60세에 월 100만 원씩 20년간 매달 연금 형식으로 받을 경우, 80세에 연금이 끊기고 집이 넘어간다.
그런데, 80세 노인을 연금 지급기간이 지났다고 살던 집에서 내쫓을 수도 없다.
지급기간이 끝났다고 연금을 중단하는 것도 쉽지않다.
80세 노인에게 연금을 중단하고, 이것때문에 노인 신상에 문제가 생길경우, 한국은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당시 과장에게 해답으로 연금과 보험의 믹스를 제안했다.
한국에서 역모기지가 시장에 먹히려면, 죽을 때까지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려면, 보험의 성격을 역모기지에 넣어서, 기대수명보다 오래 살 때는 연금보험으로 연금을 죽을 때까지 계속 지급하는 방식이다.
기대수명보다 오래 생존하는 사람만 보험금 지급 대상이 되니, 보험료가 비싸지는 않을 것이고, 보험료는 매달 지불하는 대출금에서 자동적으로 감액되게 상품을 구성하면 될 것 같다고 답변을 한 기억이 난다.
직접 만난것은 이때 뿐이었지만, 답을 찾은듯한 반응을 보면 면담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고, 훈훈하게 끝났다.
이후 이 과장님은 조금 더 승진을 한듯하다.
주택금융공사가 출범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00580956
새로 출범한 주택금융공사가 유동화 모기지 상품을 만들 때, 금융권 대표 실무자로 공식 차출 요청이 왔다.
나를 추천한 것이 그때 재경부 과장님이라는 이야기를 뒤에 들었다.
팀장의 "사람도 안 주면서 빼가네 ㅅㅂ " 하는 투정을 뒤로하고,
6개월 정도 주택금융공사로 출근을 하면서 정시 출퇴근의 꿀을 빨았다.
당시, 금융권에서 대표선수로 차출된 나를 포함한 4명과 주택금융공사 직원이 만든 상품이 지금의 보금자리론이다.
유동화(MBS)가 쉽게 상품구조를 짜고, 대출약정서등 계약서를 만드는등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다.
보금자리론은 당시 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이라는 이름으로 나왔지만,
역모기지는 한동안 조용해서, '그냥 검토만 하고 끝났구나'하고 생각했다.
나는 회사를 옮겼고, 얼마 후 역모기지는 주택연금이라는 이름으로 주택금융공사에서 출시되었다.
역모기지(Reverse Mortgage)가 일반인에게 부정적인 이미지의 용어라고 보고 주택연금으로 네이밍을 한듯하다.
당시 이야기했던 장애요인들을 대부분 해결하고 출시가 되었고, 내가 이야기한 부분들이 모두 반영된듯 했다.
부부가 주택연금을 가입하면, 주택 소유자(주로 남편)가 사망해도 연금이 끊긴다든지, 배우자가 집에서 쫓겨나지 않는다.
배우자가 살아있으면, 부부 모두 사망시까지 거주할 수 있고, 기존 연금과 100% 동일한 금액이 부부 모두 사망 시까지 지급된다.
두 명 모두 사망했을 경우, 주택금융공사는 주택을 가져가서 매각한 후, 연금으로 지급했던 돈과 비용을 회수하는 구조다.
주택 가격이 하락해서 생각보다 낮은 가격에 매각이 되면, 주택금융공사가 손해를 보고 상황이 끝이 난다.
주택 가격이 올라서, 매각을 했을 때 주택금융공사가 받을 돈(원금+이자+보증료)을 받고 남으면, 그 돈은 상속인에게 넘겨준다.
주택연금을 받고 부부 모두 사망을 하면 자녀에게 선택권이 생긴다.
집의 시세가 5억 원인데, 어르신들이 오래 장수하다 보니 주택연금을 7억 원 받았다고 하자.
2억원 손해는 주택금융공사가 책임을 지고, 자녀들에게 추가 청구 하지 않는다.
집의 시세가 5억인데, 갑자기 병에 걸려서 1억만 주택연금을 받고 사망을 했다고 가정하자.
자녀들은 주택공사가 집을 판매해서 정산하고 남는 돈을 받든지, 아니면 1억의 채무를 안고 5억짜리 집을 가질 수도 있다.
자녀 입장에서 돈이 되면 주택을 인수하고, 돈이 안되면 포기하면 되는 것이다.
주택연금은 시간이 갈수록 더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본다.
나부터 자녀에게 부양을 받는다는 개념이 없다.
내 노년은 내가 알아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재산은 자녀와 무관한 내 것이고, 상속은 죽을 때까지 쓰고 혹시 남으면 누군가 가져가는 것이라고 본다.
재경부 과장사건 이후,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사전에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고 나가는 습관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