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의 팜
직장생활썰 2 (feat 이직, 팀 만들기, 회식)
메르
2024.07.27
https://blog.naver.com/ranto28/223525944645
직장생활썰을 하나씩 합치고 있습니다. 너무 최근일은 신상이 드러날 수 있을듯해서, 시간이 좀 지난일들 ...
에피소드로 여기저기 나눠진 직장생활썰을 주말 시간날때 하나로 합치고 있습니다.
읽어보신 분들도 있을듯하지만, 조금 더 구체적인 내용으로 보완이 되었습니다.
1. 이직후 팀 만들기
인도인 직장상사는 나를 싫어했다.
상사가 나를 싫어한 이유는 내가 전무 낙하산 이었기 때문이다.
전 직장에서 제안을 하나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여파가 커져서 마음이 싱숭생숭 한 일이 있었다.
마침 그때 헤드헌터사에서 연락이 왔다.
내 몸값이 얼마인지 알아나 보자고, 이직제안에 응했다.
이직에 절실하지 않은 애매한 정신 상태다 보니, 이직 과정에 건방을 많이 떨었다.
면접한다고 업무시간에 회사를 자주 나올 수가 없으니, 면접은 한 번만 하게 해달라고 헤드헌터사에 요구했다.
결국, 그 회사의 기획담당 임원과 1 대 1 면접을 1번만 하는 것으로 결정 되었다고 연락을 받았다.
면접 당일,
면접 약속시간 십 분 전에 도착을 했다.
나를 면접할 임원의 비서가 다음과 같은 말을 하며 차 주문을 받았다.
“사장님이 급하게 부르셔서, 전무님이 방금 사장실에 올라가셨어요.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
내 판단에 잠깐이라는 시간은,
최장 10분,
예의를 갖춘다면 15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딱 15분간 기다린 후, 전무가 나타나지 않자 그곳을 나왔다.
전무비서가 당황해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이 회사와의 인연은 이게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후,
면접도 없이 채용이 확정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팀장 보직,
대리에서 차장으로 두 등급 직급 상향,
2년 연봉 사이닝 보너스,
기존 회사에서 받는 급여 대비 1.5배 상향등 제시하는 조건도 나쁘지 않았다.
2년 연봉 사이닝 보너스는 내가 봐도 말이 안되게 우기는 것이었는데 이것도 수용한 것이다.
말이 안된다는 이유는 내 논리가 이렇게 허접해서 였다.
"회사가 희망퇴직을 얼마전에 했다. 2년간 연봉이 희망퇴직금 이었다. 니들이 조금만 빨리 나에게 제안을 했으면 나는 희망퇴직금을 받고 이직했을 것이다. 그러니 내놔라"는 논리가 말이 안된다는 것은 나도 알았다.
내가 울컥해서 이직의향을 밝혔는데, 사실 별로 이직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이렇게 표현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까지 받은 것이다.
뒤에 들은 이야기다.
기획담당 전무는 내가 기다리지 않고, 그냥 가버렸다는 비서 말에 필이 꽂혔다고 한다.
원래, 아이스크림을 먹기 직전에 바닥에 떨구면, 생각보다 많이 아깝다.
그 사람에게 내가 먹기 직전에 떨어뜨린 아이스크림처럼 보였던 듯하다.
© christinhumephoto, 출처 Unsplash
결국 면접 한번 없이 채용이 되었고, 바로 출근을 하게 되었다
직속상사와는 인터뷰 한번 하지않고, 바로 출근을 하게 되었고, 전무 낙하산이라는 소문이 난 원인이 되었다.
인도인 직장상사는 이런 내가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원래 신설팀을 만들어 팀장이 오면, 기존팀에서 팀원을 한두명씩 빼서 기본적인 조직을 갖춰주는게 일반적이다.
인도인 직장상사는 사람을 주는게 아니라 예산을 줬다.
딱 3억원
3억원은 내가 채용할 수 있는 직원의 총 연봉 한도다.
연봉 1억대 과장 1명에 연봉 6천만원의 대리 3명 정도를 뽑을 수 있는 예산이었다.
조금 과거 이야기라서 연봉이 낮아 보일것이다.
보통 20명내외에서 팀이 만들어지는데, 3억원으로는 아주 작은팀을 만들수 밖에 없는 예산이었다.
대리로서 팀원 생활만 하다가 처음 팀장이 된 상태라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
팀원이 많은 것에 특별한 부러움이 없었고, 사람을 뽑기 시작했다.
2. 홍대 클럽 죽순이
일을 하다보면, 여러 사람을 만난다.
그들이 하는 PT를 듣다보면, 저 친구 좀 치는데 하는 느낌이 드는 사람이 있다.
평소 업무상 방문하는 거래처 사람이 신입사원을 받았다고 데리고 왔고, 몇번 PT를 듣다보니 물건이라는 감이 온 친구가 있었다.
금요일 저녁 6시가 되면, 탈의실에서 복장을 바뀌입고 홍대로 달려가는 클럽 죽순이였다.
클럽 죽순이면서도, 대학원생인 남자친구를 헌신적으로 케어하는 독특한 삶의 스타일이었다.
같이 일해보자고 제안을 했다.
그 친구 입장에서는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하는 것이고, 급여도 꽤 점프를 하니 적극적으로 수용의사를 보였다.
내가 미안한 것은, 그 친구를 데리고 다니며 교육시키던 상사 였다.
그 친구가 워낙 튀는 스타일이라, 조직장 입장에서 관리하기 예민한 스타일은 맞다.
하지만, 관리할 가치가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 회사는 중소기업 규모라서, 저 정도 급여에 저정도 능력의 신입사원을 다시 쓰기는 힘들 것으로 보였다.
어느날, 그 상사에게서 면담요청이 와서 만나게 되었다.
상사는 그 친구의 사용설명서(?)를 알려주었다.
- 업무성향을 보면, 세세하게 과정 관리를 하는 것 보다는 맡겨두고 결과 관리를 하는게 낫다.
- 실적을 가져가지 마라.
- 겉은 약해보여도 속은 마쵸다.
사용설명서의 골자는 위 3가지 였다.
자기를 떠나는 직원을 위해, 다른 회사를 찾아가서 사용설명서(?)를 알려주는 그 친구의 상사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 기업을 키워서, 코스닥에 상장한 후, 얼마전 최대주주겸 대표이사가 되었다
일을 같이 하다보면, 퀄리티 있는 사람은 표시가 난다.
3. 농땡이
두번째 채용한 직원은 전 직장의 농땡이 였다.
해외 핵심인력 채용으로 들어온 그 친구는 학벌은 글로벌 탑급, 일에 대한 의욕은 글로벌 꼴찌로 한국 조직문화에 적응을 전혀 못하는 일명 '조직 부적응자' 였다.
생각은 많고 똑똑하다.
그런데, 딱 그정도다.
한국에서는 보통 이런 사람을 입만 살았다고 한다.
항상 부서에서 가장 낮은 고과는 그 친구 차지였다.
그래도, 그 생각의 퀄리티가 아까와서 합류 요청을 했다.
바로 승낙을 받았다.
4. 근면성실
세번째 합류멤버는 전 직장에서 승진을 누락한 대리 였다.
본인이 일을 못한 것이 아닌데, 승진에 누락된 선배를 승진시키는데 동의해서 본인이 탈락한 것이다.
인성이 좋고, 주변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고, 근면 성실한 스타일이다.
크게 잘 하는것은 없지만, 크게 실수하는 것도 없이, 꾸준하게 중상정도의 퀄리티가 나왔다.
뭐랄까..부서가 큰 문제없이 안정적으로 돌아가게 하는데 최적인 인물이었다.
부서내 유일한 과장이 되었다.
이렇게 3명을 채용하고, 1명을 여유로 남겨둔채 팀 세팅을 끝냈다.
그리고, 예산에 카운트 되지않는다는 신입사원 한명이 추가로 합류했다.
신입사원은 전력에 별 도움이 되지 않지만,
인사팀에서 신입사원은 인건비 예산에 카운트 되지 않는 공짜라고 해서 받았다.
그런데, 받고나서 인사팀장이 바뀌었고, 새로온 인사팀장은 여유로 남겨둔 1명의 잔여예산을 가져가 버렸다.
있을때 써야하는게 회사 예산이라는 것을 알게된 때다.
5. 회식
사무실이 여의도니 홍대에서 주로 회식을 했다.
여의도에서는 아무리 비싼것을 먹어도 업무의 연장 같아서 재미가 없었다.
기존 사무직 여직원 1명을 포함해서, 전체 팀원은 나 포함 6명이었다.
6시에 출발해서 6시30분에 회식을 시작하면, 7시30분에 농땡이 여대리는 봐야하는 드라마가 곧 한다고 일어섰다.
6명이서 맥주 4병을 마시고 8시에 헤어졌을 뿐인데, 다음날 아침 신입사원은 취해서 오전 반차를 쓰겠다고 연락이 온다.
나를빼고 2차를 달린게 아니라 그만큼 술이 약하다는 말이다.
당나라 군대 같지 않은가?
그런데, 생각보다 팀이 잘 돌아 갔다.
농땡이 여대리와 근면성실 남과장을 2인 1조로 묶으니, 여대리가 아이디어를 지르고 남과장이 마무리하는 환상의 조합이 나왔다.
홍대클럽 죽순이 여대리는 회사 원탑을 자랑하는 미모의 껍질을 쓰고, 마쵸의 심성으로 타부서와 협의에서 승승장구 하고 돌아왔다.
술이 약한 신입사원은 언제나 말짱한 정신으로 선배들의 지원을 잘 했고, 심지어 기존 조직에서 받은 사무직 여직원까지 날라다녔다.
뭐랄까..
한명 한명은 어딘가 하자가 있는데, 모아놓으니 시너지가 나오는, 팀으로는 드림팀이 구성된 느낌이었다.
이들과 많은 일을 했고,
5명으로 시작한 내 부서원은 3년만에 250명까지 늘어나게 되었다.
6. 바보가 되자.
승진을 하며 부서원이 백명을 넘어가자 업무스타일을 바꾸기 시작했다.
5명일때의 나는, "나를 따르라" 스타일 이었다.
전체적인 방향과 업무흐름을 세세하게 내가 잡은 다음, 부분 부분 나눠서 팀원들에게 일을 맡기는 방식이었다.
소규모 조직에서는 내 방식이 효율이 높았지만, 조직원이 늘어날수록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바보가 되기로 했다.
너무 많이 알다보니, 너무 디테일한 지적을 하는 나를 발견한 것이다.
내가 지적을 받는 입장이라면, 일이 너무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팀장들을 통해 업무를 챙기면서 다른 부서 동향과 시장, 세상이 돌아가는데 신경을 쓰기 시작한 때이다.
지금와서 돌아보면, 초창기 5명의 직원중 1명이 임원이 되었다.
홍대 죽순이는 회사를 그만두고 남편따라 유학을 갔다가 S대 교수부인으로 귀국했다.
농땡이는 집이 금수저라 일이 재미없다고 회사를 그만두고 돈쓰는 재미로 살고 있다.
근면성실남이 임원이 된 주인공이다.
한국 사회는 너무 튀는 사람보다, 적당히 똑똑하면서 조직관리도 잘하고 무난한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다만, 나는 무엇인가 문제가 있지만 잠재능력이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착하고 무난한 사람들을 데리고 일을 하면, 회사생활을 잠깐 편하게 할 수 는 있지만, 성과를 내기 힘들다.
하자가 있지만, 엣지도 있는 사람이 타부서에 저평가로 방치되어 있으면, 데리고 오는 경우가 많았다.
하자가 큰 문제가 되지않게 케어하고, 장점만을 발휘하게 업무를 맡기면 보통 성과가 나왔다.
하지만, 하자가 있는 사람과 삐뚤어진 사람은 확실히 구별했다.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매사에 부정적이고 마음이 삐뚤어진 사람들이 있고, 이들이 능력자로 포장된 경우가 많았다.
삐뚤어진 고평가자와 하자가 있는 저평가자들을 교환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하자가 있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케어하는 것 만으로 성과가 올라갔다.
사람은 자기 자리가 있는듯하는 생각을 하게 된 때다.
한줄 코멘트. 결국 사람들이 모인것이 조직이고 회사인것 같다. 사람을 보는 눈은 사람을 많이 만나면 만날수록 좋아지는것 같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자영업자 사장님들의 사람보는 눈을 무시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금융은 시스템과 사람으로 돌아가는 사업이다.
https://blog.naver.com/ranto28/223280232996
주절주절...직장생활썰 (feat 버크셔 헤더웨이, 금융위기 )
직장생활과 관련해 몇편으로 나눠서 개인적인 경험을 쓴적 있는데, 합쳐봤습니다. '1%를 읽는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