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의 팜
주절주절.. 조선업..HMM..한화 오션 이야기…
메르
2024.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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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제공=한화오션) |
댓글에서 다른 조선사와 다르게 한화 오션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는 내용이 꽤 많이 보입니다.
개별 기업은 잘 언급하지 않는데, 오늘 저녁에 올릴 예정인 해운업 관련 글과 연결되는 내용이 있어서, 가볍게 정리해 봅니다.
한국 조선 3사들은 모두 아픈 손가락을 한두 개씩 가지고 있다.
한화오션도 아픈 손가락이 몇 개 있다.
첫 번째 아픈 손가락은 적자 수주 비중이 조선 3사 중 가장 높은 것이다.
한국 조선 3사는 2021년 6월까지 현장을 돌리기 위해 건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적자 수주를 받았다.
23년 상반기 기준으로 보면, 적자 수주 선박의 건조 비중이 한화 오션 54%, 현대중공업 49%, 삼성중공업 37%가 나온다.
적자 선박 건조 비중은 매달 인도가 되면서 줄어들고 있다.
한화 오션은 올해 하반기에 적자 수주 선박 건조 비중이 20% 이하로 떨어지고, 내년 상반기에 10% 내외가 된 후, 내년 하반기에 적자 수주 인도가 완전히 끝이 난다.
상대적으로 적자 선박 인도가 오래 지속되니, 조선 3사 중 한화 오션의 흑자전환 속도가 가장 늦을 것이라고 본 이유다.
한화 오션의 두 번째 아픈 손가락은 과거 대우해양조선 시절, 좋은 인력들의 이탈이 많았고, 충원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서, 현장인력의 숫자 측면에서는 충원이 완료된 상황이지만, 현장이 원활하게 잘 돌아가는지는 다른 문제다.
선박을 만드는 숙련된 용접공이 부족한 상황이고, 외국인 노동자가 단기 교육을 받아서 이것을 보완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세 번째 아픈 손가락은 본사와 현장의 단절 분위기가 있다는 점이다.
대우조선해양이 한화로 넘어가면서,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이 구매부서를 현장인 거제 옥포에 두지 않고, 서울 본사로 통합한 것이다.
납품업체와 밀착된 현장 비리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막고, 대량 구매로 원가절감을 하겠다는 취지였다.
취지는 좋은데, 한국 조선업의 장점이자 단점인 현장의 탄력적 대응능력(또는 유도리)이 줄어든 것이 문제다.
일정을 맞추기 위해, 급하면 웃돈을 주더라도 자재 등을 확보하는 현장의 대응능력이 많이 줄어든 것이다.
임원진도 조선업에서 경험을 쌓은 기존 임원들을 한화의 임원들로 교체하다 보니, 상층부와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소리가 나온다.
마지막 아픈 손가락은 과거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벌어진 것을 아직도 만회하기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화 오션이 HMM에 수주를 받아서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인도하기로 한 컨테이너선 6척이 있다.
한화 오션은 2021년에 동일한 선박 6척씩을 현대와 같이 수주받았다.
수주도 같이 받고, 인도일도 현대와 비슷했는데, 현대는 7월 26일에 마지막 1척의 인도를 완료했다.
보통 1개월은 납기지연을 양해하는 계약이 있어서, 현대는 7월까지 전체 선박을 인도해서 6척을 모두 지연 없이 인도를 한 것이다.
한화오션은 3~6월에 인도해야 할 6척(총 수주금액 8811억 원) 중 2척을 2~3달 늦게 인도했다.
아래가 그중 1척의 사진이다.
한화 오션은 지난달 19일 거제도 옥포조선소에서 HMM에 1만 3000 TEU 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루비 호를 인도했다. 당초 인도하기로 한 3월 4일에 비해 두 달 이상 지체됐다. 사진 HMM 제공
나머지 4척은 6월 말 인도 일정을 지키지 못하고, 올해 11월까지 인도하겠다고 지연 공시를 했다.
인도가 1개월 이상 늦어지면 지연배상금을 줘야 한다.
4척을 공시대로 11월 말까지 인도한다고 하더라도, 6척 합산 1800만 불(250억 원) 정도 지연배상금이 나온다는 분석이 있다.
만약, HMM과 합의한 연기 시한인 11월 말까지 인도를 하지 못하면, 지연배상금은 훨씬 커지게 될 것이다.
1분기에 흑자전환했던 한화 오션이 2분기에 다시 분기 적자로 전환했다.
인도 지연을 줄이기 위해, 야근, 특근에 추가 인력까지 투입하면서 400억 원에 가까운 외주비용이 추가 지출되었고, 인도 지연에 대한 지연배상금을 미리 손실로 인식하는 등으로 1400억 원 정도의 1회 성 비용이 2분기에 나왔다고 한다.
아직 정식 재무제표가 나오지 않아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한화 오션의 공식 컨콜에서 담당자가 밝힌 내용이니 맞을 것이다.
한화 오션의 가동률이 낮은 것은 아니다.
올해 1분기 조선 3사의 평균 가동률은 삼성중공업 106%, 한화 오션 101%, 한국 조선해양 98% 순이다.
작년 4분기에 삼성중공업 97%, 한화 오션 97%, 한국 조선해양 81%에 비해서는 모두 가동률이 올라와서 풀가동 상태가 되었다.
가동률은 생산가능량 대비 실제 생산량을 말한다.
한화 오션이 특근, 야근 등으로 가동률을 100% 이상 올렸지만, 납기일 지연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컨콜에서 한화 오션 담당자는 문제점들이 해결되어 정상화 궤도에 올랐기에, 앞으로는 일정대로 인도가 가능할 것이라는 답변을 했다.
7월 6일 1독에서 두척의 LNG 운반선이 일정보다 1주일 단축해서 진수되는 등 어느 정도 생산이 정상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남은 문제는 정기 임금 단체협상이다.
조선 3사 노조 중에서 한화 오션 노조가 가장 세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직영 노조뿐만 아니라, 하청업체 노조도 건조 중인 유조선을 점거하고 장기간 투쟁한 과거가 있을 정도로 노조가 강한 곳이다.
현재, 한화 오션 노조와 사 측은 RSU와 관련해서 민감하게 다투고 있다.
RSU는 성과보상을 주식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한화 오션이 대우조선을 인수할 때, 사업 계획 목표를 달성하면 기본급의 300%에 해당하는 RSU를 지급하기로 노사합의했다고 한다.
한화오션은 최초 합의된 내용대로 목표를 달성하면 지급을 하겠다는 입장이고, 노조는 경영목표 달성은 선언적 문구이고, 목표 달성에 관계없이 RSU를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것이 전면파업으로 갈 수 있는 불씨가 될 수 있어 보인다.
© austriannationallibrary, 출처 Unsplash
현재 수주를 받은 물량과 남아있는 적자 수주 물량 등을 감안하면 3분기에는 다시 흑자전환이 가능해 보이고, 비싸게 수주를 받은 물량이 본격적으로 공정에 투입되는 2024년 4분기부터는 흑자가 계속 커질 것이 기본적인 예상이다.
생산공정이 회사 발표대로 정상화가 될 것인지 와 임단협이 파업으로 이어지면서 납기가 더 늘어지는 것이 변수다.
한 줄 코멘트. 한화 오션은 남아있는 저가수주 물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인도 지연까지 생기면서 분기 적자로 전환했다. 4척의 인도 지연 선박을 8월, 9월에 한 척씩 계속 인도할 것이라고 하니, 한두 달만 지켜보면 인도가 정상화되는지 확인할 수 있을듯하다. 돈이 되는 고가 수주건이 본격적으로 생산에 투입되는 시기가 24년 4분기이고, 2027년까지는 고가로 수주받아 돈 되는 물량이 확보된 상태다. 흔들리더라도, 가라앉지 않고 몇 년간은 순항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