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의 팜
WGBI 편입 확정 근황
메르
2024.10.09
WGBI는 런던증권거래소에서 발표하는 국채 관련 지표로서, 3가지 조건을 갖추면 편입대상이 될 수 있다.
3가지 요건은 1) 발행잔액 500억 달러 이상 2) 신용등급 S&P A-이상 3) 외국인 투자자 시장 접근성 충족이다.
1번과 2번은 오래전부터 충족되어 있었고, 3번째 요건인 외국인 투자자 시장 접근성을 충족하지 못해서 2009년부터 WGBI 편입 신청을 했지만 승인이 안 나고 있었다.
3번째 요건인 외국인 투자자 시장 접근성은 1) 외국인 채권 투자 비과세와 2) 외환시장 개방 확대가 해결 과제였다.
비과세는 10월 17일 시행령으로 해결이 되었고, 마지막 숙제인 외환시장 개방 확대는 2024년 7월에 시행되었다.
외환시장이 추가로 개방되면서 크게 바뀐 것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외환시장 마감이 오후 3시 30분에서 새벽 2시로 연장되었다.
외환시장 마감을 새벽 2시로 연장하는 것은 WGBI가 있는 영국 런던 외환시장 폐장시간과 맞추는 조치다.
지금까지는 외국인 투자자가 미국 CPI 발표를 보고, 다음날 오전 9시에 문을 여는 한국 증시에 투자를 하기가 어려웠다.
원화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달러를 원화로 바꿔야 하는데, 외환시장이 마감되어 환전이 안 되는 것이다.
7월부터는 현지에 있는 글로벌 금융사들을 이용해 환전이 가능해서, 다음날 한국 증시 개장과 동시에 투자가 가능해졌다.
외환시장 마감 연장으로 외환시장 추가 개방의 마지막 정량적인 요건이 충족되었지만, 정성적인 부분이 남아 있었다.
두 번째 변화로 국채 통합계좌를 도입해서 정성적인 부분에 보완했다.
지금까지는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 국채를 거래하려면,
한국에 보관은행을 선임하고, 외화, 원화계좌를 각각 개설한 후, 해당 계좌를 통해서만 환전과 국채 매매 대금 결제가 가능했었다.
마음먹고 하려고 하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관은행 선임, 계좌 2개 개설 등 번거로운 절차가 있었다.
국채 통합계좌를 도입하면, 보관은행 선임과 본인 명의의 외화, 원화계좌 각각 개설의 3가지 절차가 1번의 절차로 통합된다.
국제예탁결제기구(ICSD)가 선임한 보관은행과 ICSD 계좌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들어 신규 외국인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인 것이다.
문제는 이것을 외국인 투자자들이 해보고 개선되었다고 느껴야 한다.
WGBI 편입을 결정하는 러셀은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에게 접근성이 높아졌는지 의견을 물어보게 된다.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실제로 접근성이 좋아졌다는 답변을 많이 해줘야 정성적인 부분의 점수가 올라가서 편입 가능성이 높아진다.
WGBI 추종자금의 30% 정도가 일본 자금이라 일본 측의 긍정적인 반응이 중요하다.
기재부 차관이 싱가포르, 런던에 이어서 도쿄에서 일본 연기금 최고투자책임자(CIO)들을 대상으로 IR을 진행하는 이유다.
WGBI에는 미국, 영국, 중국 등 24개국 국채가 편입되어 있고, 이 지수를 따라서 움직이는 자금은 2.5조 달러 정도다.
WGBI에 편입되면 연기금 등의 포트폴리오 배분 정책에 따라 2.5조 달러 중의 일부가 한국으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흔싸귀비, 뭐든 흔해지면 싸지고, 귀해지면 비싸진다.
한국이 WGBI에 편입되면, 분석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50조 원(기재부 추정 90조 원)의 자금이 한국으로 들어온다.
외국인들은 한국 원화채 시장에 200조 원~250조 원 정도를 투자하고 있다.
WGBI 편입으로 50조 원이 추가로 들어오면, 환율과 한국 국채에 영향을 줄만한 규모다.
달러가 들어오니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유입자금 중 일부가 한국 국채 구입을 하게 되면 한국 국채는 비싸지게 된다.
국채가 비싸진다는 말은 국채금리가 떨어진다는 말이 된다.
다만, 당장 자금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편입이 확정되었고, 실제 편입이 이뤄지는 것은 1년 뒤인 2025년 10월이다.
러셀은 WGBI편입국에 변화가 있으면, 투자자들에게 대비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 유예기간을 주고 있다.
짧으면 6개월, 길면 3년까지 유예기간이 부여된다.
2020년 9월에 WGBI에 편입 내용이 발표된 중국도 1년의 유예기간 후 2021년 9월에 편입이 실행되었다.
1년의 유예기간은 평타로 보면 될듯하다.
다르게 말하면, WGBI에 편입되었다고 내일부터 채권 투자를 위한 자금들이 밀려 들어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1년의 유예기간 동안 준비되는 투자자부터 조금씩 들어올 것이고, 1년 뒤 편입이 실행되면 본격적으로 들어올 것이다.
하지만, 편입이 확정되었다는 것만으로 심리적인 안정을 줄 수는 있다.
다만, 조심할 부분이 있다.
WGBI 편입 기준에 미달되면, 편입에서 제외하는 데는 유예기간이 없다.
WGBI에서 퇴출되면 바로 자금이 빠져나가게 된다.
WGBI 퇴출 기준 중 중요한 것이 국가신용등급이다.
한국의 신용등급이 크게 하락하면 즉시 퇴출될 수 있고, 금융위기급으로 자금이 빠져나갈 것이다.
WGBI 편입 이후에는 국가신용등급 관리가 더욱 중요해진다.
한 줄 코멘트. WGBI 편입이 확정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1년 유예기간 후 편입이 실행되어 극적인 변화가 당장은 없지만, 심리적인 안정과 함께 준비된 사수부터 자금이 조금씩 들어오며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을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