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의 팜
바이든과 네타냐후는 싸운 뒤, 결론을 냈다(feat 대화의 행간 읽기)

메르
2024.10.11
백악관은 10월 9일에 바이든과 네타냐후가 30분간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아래가 백악관의 발표 내용이 기사로 나온 내용이다.
"양 정상은 가자 전쟁과 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충돌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이스라엘 방어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공약을 재확인하며,
이스라엘을 향해 지난 1일 대규모로 미사일을 발사한 이란을 규탄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가자 전쟁의 인질들을 석방하고 헤즈볼라와 충돌 중인 레바논에서 민간인들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외교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백악관은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내용이 오고 갔는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이날 통화가 직설적이고 생산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두 정상이 "향후 수일간 긴밀한 소통을 하기로 뜻을 모았다"라고 백악관은 전했습니다."
위 기사에는 주목할 표현이 있다.
통화가 직설적이고 생산적이었다는 표현과 "수일간 긴밀한 소통을 하기로 뜻을 모았다"라는 말이다.
외교 용어로 직설적이라는 말은 싸웠다는 말이다.
바이든과 네타냐후가 전화로 싸웠다고 백악관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생산적이라는 말은 어떻게든 결론은 나왔다는 말이다.
결론이 나오기는 했지만, 합의를 했다거나, 좋은 결론이 나왔다는 말은 아니다.
"내 맘대로 하겠다. 관여하지 마라"로 결론이 나도, 일단 결론이 났으니 생산적이라고 표현을 할 수 있다.
바이든과 네타냐후가 한바탕 싸운 뒤에, 합의를 했든, 일방적 통보를 했던 결론을 내기는 냈다는 말이다.
며칠 내로 이스라엘의 행동이 있을 것 같다.
"향후 수일간 긴밀한 소통을 하기로 뜻을 모았다"라는 말은 수일 내 이스라엘이 행동을 할 것이고, 공격한 뒤가 아니라, 공격전에 미국에 목표 등을 알려는 주겠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직설적이나 생산적 같은 은유적인 외교 용어는 해석하는 방향이 나름 정리되어 있다.
사례를 보자.
바이든과 시진핑의 회담이 솔직하고 심도 높은 회담이었다는 기사가 나온 적이 있다.
직설적인 대화를 했다는 것은 싸웠다는 말이지만,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라는 말은 의견이 맞지 않았다는 말이다.
심도 높은 회담이었다는 말은 민감하거나 중요한 주제에 대해 논의를 했지만, 서로 할 말만 하고 합의 없이 끝났다는 말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하고 합의 없이 헤어진 것이 2022년의 미중 정상회담이라는 것을 솔직하고 심도 높은 대화를 했다는 짧은 표현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렇게 외교 용어는 단어의 행간을 잘 읽어야 한다.
회담 후에 "전적으로 의견을 같이 했다"라고 발표가 나면, 분위기는 좋았지만 특별히 합의할 만한 것은 없었다는 것이다.
"건설적인 의견을 나눴다"라고 하면, 회담이 별 알맹이 없이 그저 그랬다는 의미다..
"상호 이익을 위한 협력을 하기로 했다"라고 하면, 회담이 괜찮게 진행되었나 보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아니다.
이 말은 서로 손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협력하겠다는 뜻이다.
서로 손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협력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말로,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았을 때 사용되는 표현이다.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다"라는 말은 군사적 공격을 할 수 있다는 경고로 사용된다.
이런 은유적 표현이 정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 연준이나, 한국은행장의 표현에서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장의 '당분간'은 3개월, 상당 기간은 '6개월', 충분히 장기간은 '1년 이상'으로 해석하면 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발언을 했다면, 1년 이상 통화긴축을 하겠다고 하는구나"라고 숫자로 바꿔서 해석해야 상황 판단이 된다.
"신중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하면,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당장 정책 변화는 하지 않을 것이고, 경제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고 결론을 내리겠다"는 표현이다.
2021년 코로나 팬데믹 때 한은 총재는 "완화적 기조를 당분간 유지할 필요가 있다"라고 발언했다.
완화적 기조는 돈을 풀고, 금리를 인하해서 경기가 침체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말이다.
이들이 이렇게 표현하는 것은 의사소통 훈련의 결과다.
의사소통 훈련의 목표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하되, 꼬투리 잡히지 않고, 빠져나갈 구멍을 확보하는 데 있다.
만약 "다음 달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하겠다"라며 직설적으로 발언했다고 해보자.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면 책임이 발언을 한 쪽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갑자기 경제 상황이 변해도, 한번 공언을 하면 이것을 되돌리기 힘들어진다.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으면서, 정책 방향을 암시하는 정책 신호 전달 방식을 훈련받게 되는 것이다.
문서도 마찬가지다.
경제 보고서나 통화정책 발표문에서 신중한 언어를 사용하는 공식 문서 작성법이 따로 있다.
공식적인 발언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고, 정책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우회적 표현을 사용하도록 훈련받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표현은 재미가 없고, 은유적 표현이 많아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얼마 전, 한국은행의 금융 안정 보고서를 가지고, 보고서 뜯어보기라는 제목으로 해석을 한 적이 있다.
이런 상황을 알고 아래 링크글을 읽으면 조금 더 이해가 높아질 수 있다.
https://blog.naver.com/ranto28/223497817456?trackingCode=blog_bloghome_searchlist
보고서 뜯어보기 (feat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부동산PF)
며칠전 한국은행 보고서를 링크해줬는데, 댓글을 보니 읽다가 포기했다는 분들이 많았다. https://www.bok....
우리가 갑이 아니다.
이들을 바꿀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이들의 막연한 표현을 공부 해야 한다.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외국어 공부라고 생각해도 될듯하다.
쓰다 보니, 글이 주제와 먼 곳으로 가버려서, 주절주절 카테고리로 올려야겠다.
한 줄 코멘트. 수일 내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할 듯하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이란의 군사시설을 공격하는 것인데, 합의가 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이스라엘이 원하는 목표는 따로 있어보인다. 이란의 핵 개발시설은 이스라엘이 보유한 재래식 무기로는 도달하기 힘든 지하 깊은 곳에 있다. 이스라엘이 전술 핵무기로 이란 핵시설을 공격하는 극단적인 가정이 있지만, 핵을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란의 정유시설을 폭격해서, 내수를 쑥밭으로 만드는 정도가 차선책으로 보인다. 국가나, 중앙은행 등의 표현은 은유적이라 해석이 어렵다. 하지만, 외국어 공부하듯이 공부를 하면, 어느 순간 이해되는 순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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