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의 팜
트럼프 당선을 가장 간절히 바란 정부는 어딜까?
메르
2024.11.13
아르헨티나가 재미있게 돌아가고 있어서, 근황을 업데이트합니다.
1. 1930년대만 해도 아르헨티나는 1인당 국민소득 세계 6위의 선진국이었음.
2. 팜파스라 불리는 비옥한 초원에서 생산되는 콩과 밀, 쇠고기 등을 수출해, 엄청난 무역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재정흑자를 내던 나라였음.
3. 페론 대통령이 1946년부터 10년간 집권하며 재정수입과 재정지출이 어긋나기 시작함.
4. 철도, 전화, 가스, 전기 등을 국유화했고, 무상복지와 더불어 매년 25%씩 임금을 올리자 수입과 지출이 어긋나기 시작한 것임.
5. 페론 대통령은 1955년 물러났지만, 퍼주는 복지에 중독된 국민들은 계속 포퓰리즘 정당과 지도자를 선택함.
6. 페론 대통령 이후 아르헨티나는 9번의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와 22번의 IMF 구제금융을 받은 '남미의 상습 파산자'가 됨.
7. 아르헨티나는 물가가 연 140%가 넘어가자 기준금리를 올려서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시작함.
8. 2023년 10월 아르헨티나의 기준금리는 133%까지 올라감.
9. 과도한 복지정책으로 재정이 구멍 났고, 중앙은행은 구멍 난 재정을 채우기 위해 돈을 찍어내자 초인플레이션이 온 것임.
10. 대통령 선거 투표 직전인 10월에 아르헨티나의 물가 상승률이 143%가 나오자,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밀레이에게 표가 쏠리게 됨.
11. "무엇이든 지금 사는 게 가장 싸다"가 상식이 될 정도로 인플레이션의 고통에 시달리다 보니, 극단적인 후보에 표를 찍은 것임.
12. 평론가들은 밀레이가 대통령에 되기 위해 극단적인 공약을 한 것이지 막상 대통령이 되면, 달라질 것이라고 봤었음.
13. 선거에 이기기 위해 말이 안 되는 공약을 하는 것이 정치인에게는 드문 일이 아니기 때문임.
14.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이 실제 그랬음.
15. 에르도안은 독창적인(?) 경제논리를 창조함.
16. 금리를 낮추면 물가가 하락해서 수출이 늘어나고, 주 45시간 이상 노동을 금지해서 근무시간을 줄이면 고용이 늘어나서 경제가 잘 돌아가게 되니, 달러가 자연스럽게 들어와서 환율과 인플레이션을 모두 잡을 수 있다는 신박한 논리를 주장한 것임.
17. 에르도안은 환율과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건의하는 중앙은행 총재 3명을 연속해서 자르고, 2021년 이후 8차례에 걸쳐 19.0%였던 기준금리를 8.5%까지 인하함.
18. 금리를 낮추니 환율 방어가 되지 않아, 에르도안 집권 이후 터키 리라화는 640.7에서 48.5로 바닥없는 추락을 하게 됨.
19. 터키의 물가도 장난이 아니게 됨.
20. 터키의 실질 인플레이션은 200%를 넘어가게 된 것임.
21. 에르도안은 주 45시간 이상 노동 금지와 함께 최저임금을 50% 올려줌.
22. 문제는, 최저임금을 50% 올려줘도, 물가가 훨씬 더 오르니, 실질임금이 크게 낮아지는 결과가 나옴.
23. 에르도안은 모든 문제가 외세의 음모와 부패한 적폐 세력 때문이라며, 종교적 신념과 애국심으로 싸워 이기자고 주장함.
24. 2023년 5월, 터키 대선이 있었음.
25. 2022년 최저임금을 50% 인상한 에르도안은 2023년 최저임금을 100% 추가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걸며 대선에 뛰어듬.
26. 선거를 한 달 남기고 쏟아지는 에르도안의 퍼주기 공약들이 서민들을 솔깃하게 만듦.
27. 가정용 천연가스를 공짜로 제공하고, 연금을 조기 수령하게 만들겠다는 공약들을 쏟아낸 것임.
28. 결국 49%를 얻은 에르도안이 45%를 얻은 야당 후보를 제치고 재선에 성공함.
29. 에르도안은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지금까지 하던 말을 완전히 바꾸고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함.
30. 에르도안은 8.5%였던 기준금리를, 재선에 성공한 이후 계속 올려서 현재 터키의 기준금리는 50%까지 올라감.
31. 에르도안이 무식하거나 바보라서 기준금리를 낮추며 이상한 논리를 이야기했던 게 아니라, 재선이 필요한 정치인이었을 뿐인 것임.
32 정치인들이 바보가 아님.
33. 자기도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표를 얻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임.
34. 에르도안이 바보가 아니라 정치인이었듯이, 밀레이도 대통령에 당선이 되면 다르게 행동할 것이라고 평론가들이 생각했던 것임.
35. 그런데, 밀레이는 대통령에 취임한 후, 공약들을 실천하기 시작함.
36. '전기톱 계획(chainsaw plan)이라고 불리는 10개 경제 비상조치를 12월 12일 발표한 것임.
밀레이(Milei) 정부 경제 조치(안) 1. 시행된 지 1년 미만의 공무원 고용 계약 갱신 금지 2. 정부 정책 광고(publicidad oficial) 지출 중단 3. 정부 조직 개편(정부 부처는 18개에서 9개, 사무처는 106개에서 54개로 축소) 4. 주정부로의 임의 예산 전출 감축 5. 공공사업 신규 입찰 중지, 개발이 시작되지 않은 승인 입찰 취소 6. 에너지 및 교통 보조금 삭감 7. 2023년 예산 중 일자리 창출 관련 예산 유지 8. 공식 환율 800페소로 상향 조정(기존 366 페소, 119% 평가 절하) 9. 수입관리제도(SIRA) 폐지 및 사전허가 필요없는 신규 시스템으로 대체 10. 아동 지원금 두 배로 확대, 식료품 카드(Tarjeta Alimentar) 한도 50% 상향 |
37. 밀레이는 대통령 취임후 공약대로 환율을 올려버림.
38. 2023년 12월 13일에 누르고 있던 환율을 풀어버려서, 하루 만에 환율이 366에서 800으로 두 배 이상 올라간 것임.
39. 10개 경제비상조치 중 8번인 페소화 119% 평가절하를 그대로 실행한 것임.
40. 아르헨티나는 국가가 환율을 지정하고 관리하는 고정환율제를 쓰는 국가임.
41. 페소화를 119% 평가절하했다는 말은, 정부가 정한 공식 환율을 암시장에서 실제 적용되는 비공식 환율과 일치시켰다는 말임.
42. 이후에도 페소화를 추가로 평가절하해서, 현재는 1000을 넘기고 있음.
43. 10대 경제 비상조치 중 환율 다음으로 영향이 큰 것은 1번 공약인 공무원 정원 감축임.
44. 공무원 고용계약 갱신 금지는 계약직 공무원의 계약 연장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공무원 정원을 줄이겠다는 말임.
45. 계약기간 만기가 돌아오는 모든 계약직 공무원이 대상임.
46. 사무 행정 보조 계약직 5천 명이 줄어들고, 기존 정규직 공무원도 2천 명 이상 추가 감축을 해서 7천 명까지 공무원을 줄이겠다는 것임.
47. 아르헨티나는 '공무원 천국'이라고 불릴 정도고 공무원이 많아, 전체 인구(4600만 명)의 7.4%인 341만 명이 공무원임.
48. 인구 5100만 명 중 117만 명이 공무원인 한국은 공무원 비율이 2.3%임.
49. 아르헨티나는 계약직이 많아서 정규직이 대부분인 한국과 다르지만, 단순 숫자만 보면 한국 대비 공무원이 3배 이상 많은 것임.
50. 엄청난 반발이 있었지만, 7천 명이 아니라 3만 명 이상의 공무원을 해고하며, 공무원 인원 감축도 계획보다 몇 배의 실행을 완료함.
51. 3번 공약인 정부 조직 축소도 실행함.
52. 18개 정부부처 중에 여성인권부, 환경부, 노동사회보장부등 진보적 가치 실현을 위한 부처들을 폐지하고 통폐합을 실시함.
53. 18개 정부부처가 반 토막 나서, 무역부,국방부,경제부,법무부,치안부,보건부,내무부,인적자원부,인프라부의 9개 부서만 살아남게 됨.
54. 과격한 공약을 그대로 실행하는 말레이가 경제를 모르는 사람으로 보일 것임.
55. 밀레이대통령은 1970년생으로 버스기사의 아들로 태어남.
56.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21년간 대학에서 거시경제학 교수 생활을 했고, HSBC에서 수석 경제고문으로 일한 경력이 있음.
57. 생각이 과격해서 그렇지 경제에 무식한 사람은 아니라는 말임.
58. 아르헨티나는 123년 중 113년간 재정적자를 겪다 보니, 중앙은행은 재정적자로 부족한 돈을 페소화를 찍어서 막아옴.
59. 뭐든 흔해지면 싸지고 귀해지면 비싸지게 마련임.
60. 폐소화를 찍어서 흔해지니, 페소화가 싸지는 게 정상인데, 정부는 고정환율제로 이것을 억지로 막아왔던 것임.
61. 페소 가치가 반 토막이 났다는 말은 수입 물가가 두 배로 오른다는 말임.
62. 23년 12월에만 기본 식자재 가격이 평균 두 배가 올랐고, 국내선 항공기 가격 2배 상승, 휘발유 60% 상승 등 물가 폭등이 시작됨.
63. 국민들은 물가 상승의 고통을 견뎌야 하지만, 암시장과 정규시장 환율이 같아지면 시장이 돌아가기 시작함.
64. 페소가 평가절하되면 수입가격은 올라가지만, 수출 가격이 낮아지며 수출이 늘어나게 됨.
65. 수출이 늘어나서 텅텅 비어있는 중앙은행의 외화보유고가 차기 시작하고, 수출 세금이 들어오면서 재정적자가 줄어들 수 있음.
66. 페소를 평가절하하니, 국민들은 물가 상승으로 고생이 시작되었지만, 무역수지에는 기대한 효과가 나타남.
67. 2024년 1월부터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되고, 지금까지 흑자 상태가 유지되고 있음.
68. 아르헨티나는 IMF에서 제공한 440억 달러(약 57조 2000억 원)의 구제금융을 2024년 9월부터 갚아야 했음.
69. IMF는 말레이의 긴축정책을 높이 평가해서, 430억 달러의 추가 대출을 2024년 5월 승인함.
70. 추가 대출을 해주며 IMF는 아르헨티나가 16년 만에 예산 흑자를 달성했고, 월간 인플레이션도 25%에서 11%로 급감한 점을 강조함.
71. 연간으로 따지면, 인플레이션이 100%대로 아직 높지만, 작년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한 것을 인정한 것임.
72. 인플레이션이 잡히는 듯하자,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낮추기 시작함.
73. 133%까지 올라갔던 기준금리를 1년 만에 35%까지 낮추고 있음.
74. 과격한 공약을 모두 실천한 것은 아님.
75. 중앙은행을 없애고, 페소화 대신 미국 달러화를 아르헨티나의 법정 화폐로 삼을 것이라는 공약은 취소함.
76. 페소화를 대체할 달러도 없어 현실성이 없고, 달러화 전환에 반대 의사를 밝혀왔던 카푸토 장관을 경제 장관으로 기용한 것임.
77. 아르헨티나 증시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빠르게 오르기 시작하고 있음.
78. 중국은 마음이 많이 상한 것 같음.
79. 중국은 아르헨티나 경제 장관이던 세르히오 마사 후보를 밀었고, 10월에는 그를 통해 통화스와프 연장을 약속했었음.
80. 중국이 밀었던 세르히오 마사는 밀레이에게 대패했고, 선거기간 내내 중국을 비난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임.
81. 중국은 밀레이 대통령 취임 10일 만에 아르헨티나와 맺은 65억 달러(약 8조 4805억 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 계약을 중단함.
82. 밀레이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반중'을 외쳤음.
83. 그는 "공산주의 국가와는 거래하지 않을 것이고, 중국과의 관계도 단절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문명화된 곳과 거래할 것"이라 주장함.
84. 중국이 통화스와프 계약을 중단하자, 밀레이는 중국이 주도하는 브릭스 가입을 바로 철회하며 반격을 함.
85. 중국이 러시아, 아프리카에 브라질, 아르헨티나, 사우디 등 자원부국을 모아서 브릭스를 확대한다는 구상에 구멍을 낸 것임.
86. 밀레이는 중국산 전투기 구입을 취소하고, 그 돈으로 덴마크에서 중고 F-16을 미국의 도움으로 확보하게 됨.
87. 현재 중남미에서 미국의 동맹으로 볼만한 국가는 아르헨티나 정도밖에 없음.
88.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남미의 거의 유일한 친미정부인 아르헨티나를 집중 지원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음.
89. 밀레이 대통령은 남미의 트럼프라고 불려옴.
90. 평소에도 트럼프를 극찬해왔고, 트럼프를 만났을 때 "다음에는 대통령으로 만나자"라며 당선을 면전에서 기원함.
91. 밀레이와 아르헨티나 고위 관료들은 미국 공화당을 상징하는 빨간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는 인증 사진을 올리기도 함.
92. 아르헨티나는 정부 차원에서 트럼프를 밀었다는 말임.
93.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되자, 밀레이 대통령은 60여 개의 트럼프 당선 축하 메시지를 개인 SNS에 올리고 있음.
94. 밀레이 대통령은 11월 14~15일 미국을 방문함.
95. 트럼프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리조트에서 개최되는 보수단체 행사(CPAC)의 연설자로 나서고, 이때 트럼프와 만날 것을 밝히고 있음.
96. 트럼프 입장에서도 밀레이 대통령이 시행한 각종 개혁들이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을 정책 추진력을 얻는데 활용할 수 있음.
97. 트럼프의 개인적인 성향을 봐도, 본인을 극찬해온 밀레이 대통령과 아르헨티나에게 친화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임.
한 줄 코멘트. 트럼프에 몰빵한 개인이 일론 머스크라면, 정부는 아르헨티나 밀레이 정부임. 과거 일본의 아베 포지션을 밀레이가 차지한듯한 분위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