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의 팜
한국 방위산업 근황 (feat 이순신 장군이 연전연승한 비밀)
메르
2024.11.25
가끔은 숙제가 되는 이야기도 해봅니다.
1. 임진왜란 이야기를 보면 조선 수군이 일본 수군과 싸우면 이기는 것을 볼 수 있음.
2. 정말 조선 수군의 전략이 그렇게 대단했을까?
3. 인프라를 한번 생각해 봄.
4. 조선 수군의 전함은 판옥선(flat-bottomed ship) 이었음.
5. 판옥선은 널빤지 판위에 망루 옥을 합친 단어로, 기존의 배 위에 판을 하나 더 깔고 무관들이 지휘를 하는 망루를 올린 배임.
6. 판옥선은 덩치가 크고 높이가 높은 데다, 두꺼운 나무로 만들어 튼튼하고, 물과 닿는 부분이 평평하고 넓은 평저선이었음.
평저선.
7. 평저선은 바닥이 뾰족하지 않다 보니, 얕은 수심에도 운항이 가능하고, 속도는 느리지만 제자리 회전이 가능했음.
8. 상부가 이층 구조로 되어있다 보니, 무게중심이 높아서 먼바다의 큰 파도를 만나면 배가 뒤집힐 위험이 높은 배 이기도 함.
9. 평저선인 판옥선은 한국같이 섬이 많고 암초가 많아서 좁은 데다, 물살이 빠른 남서해안을 다니기에 유리한 배였음.
10. 판옥선은 평평하고 넓은 갑판을 활용해서, 한쪽에 10문씩 총 20문의 대포로 사방을 무장함.
11. 진형을 짜고 방어전을 펼치기 위한 전함으로 처음부터 만들어졌다는 말임.
12. 판옥선은 한국 바다를 방어하는 방어용으로 최적화된 배라는 말임.
13. 왜선은 전함이라기보다는 수송선에 가까웠음.
14. 배의 크기가 작은 데다, 옆부분을 대나무나 천막으로 두르고, 무장은 소총이 주력이었음.
15. 왜선은 바닥을 좁고 뾰족하게 만드니, 물살을 가르며 빠르게 달릴 수 있었고, 무게중심이 낮아서 원양항해가 가능한 배였음.
16. 판옥선과 왜선 간의 전투는 보통 이렇게 진행됨.
17. 판옥선이 아웃복싱으로 도망치며 대포로 갈기면, 왜선은 판옥선에 왜군이 올라가 육박전을 하려고 인파이팅을 하는 식이었음.
18. 이순신 장군의 전투법도 비슷했음.
19. 배들 간에 진형을 잘 짜고, 먼 곳에서 대포를 갈기는 전투법을 주로 사용함.
20. 왜선이 인파이팅을 하기 위해 접근하면, 판옥선의 단단한 선체로 왜선을 들이받아 침몰을 시켰음.
21. 해전의 승패는 조선 수군이 물러서며 대포를 쏘고, 왜선이 접근하면 돌격해서 배끼리 충돌하는 전법을 유지할 수 있느냐로 갈렸음.
22. 일본에도 대포는 있었음.
23. 하지만, 배의 구조상 대포 배치에 한계가 있었음.
24. 왜선은 판옥선처럼 나무를 짜 맞춰 배를 만든 게 아니라, 못으로 조립을 함.
25. 왜선은 배의 폭이 좁다 보니 대포를 판옥선처럼 달면 배가 좌우로 크게 흔들려 불안정하고, 대포를 쏠 때마다 반동으로 못이 벌어져서 물이 샘.
26. 왜선이 판옥선처럼 옆으로 많은 숫자의 대포를 배치하지 못하고 앞뒤에 2~3문 정도가 한계였던 이유임.
27. 이순신 장군의 대단한 점은 배 위로 올라가 총칼로 싸우던 해전의 패러다임을 진형을 이용한 원거리 포격 전술로 바꾼 것임.
28. 바닥이 평평해서 속도는 안 나지만 회전이 쉬운 판옥선의 특성을 최대한 이용함.
29. 이순신 장군은 판옥선의 한 면으로 포격한 후, 제자리에서 회전을 해서 다른 면으로 바로 포격하는 신박한 전술을 운용함.
30. 그런데, "원균은 왜 이런 배를 갖고 망했을까?" 궁금할 것임.
31. 바다에서 싸워야 하는데, 배를 육지에 대고 일본과 육상전을 한 것임.
32. 16세기 세계 최강 해군과 세계 최강 육군이 바다에서 붙은 게 임진왜란의 해전이라고 봄.
33.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판옥선과 왜선의 기본역량 차이임.
34. 두 배는 체급이 달랐음.
35. 체급에서 크게 차이가 나면, 전략이나 전술로 뒤집기 어려움.
36. 권투에서 가벼운 라이트급이 무거운 헤비급을 이기기 어렵듯이, 전략으로 커버하기 힘든 게 체급 같은 기본역량 차이인 것임.
37. 전략과 기본역량이 모두 차이가 나면, 이순신 장군 같은 연전연승이 나오게 됨.
38. 기본역량이 안되는데, 이길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을 아무리 짜도 좋은 결과가 나오기 힘든 이유임.
39. 평저선도 단점이 많았음.
40. 밑이 평평하다 보니 물살을 가르기 힘들어 속도가 느리고, 무게중심이 높아서 파도가 심한 원양항해가 힘든 배임.
41. 평저선에 적합한 한국 연안에서 전투를 벌이지 않고, 원양으로 나가 전투를 벌였으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임.
42. 현재로 돌아옴.
43. 호주는 섬나라지만 자체 군함 건조 역량이 높지 않은 나라임.
44. 이지스 구축함인 호바트급 구축함을 만들려고 했지만, 조선소들 규모가 크지 않아서 한 곳에서 전체를 만들 수 없었음.
45. 여러 조선소에서 블록으로 만든 뒤, 국영 조선소에서 조립하는 방법으로 건조를 했는데, 조립에 실패함.
46. 중소 조선소들마다 인치법과 미터법을 제각각 쓰는 바람에 블록 조립이 불가능한 정도로 차이가 나서, 결국 고철로 폐기를 함.
47. 가성비 좋은 호위함으로 헌터급을 건조했는데, 일정이 지연되면서 척당 39억 호주달러(3조 6000억 원)까지 건조비용이 늘어남.
48. 가성비 좋은 호위함으로 건조된 헌터함이 이지스함 보다 비싸진 것임.
49. 호주 정부는 해군에서 군함 건조 계획을 가져와서, 미국 해군의 예비역 장군이 이끄는 TFT(IAT)에게 맡기게 됨
50. IAT는 헌터급 호위함을 9척에서 6척으로 줄이고, 17척의 보급형 호위함을 추가로 만드는 것을 제안함.
51. IAT는 17척의 보급형 호위함에 적합한 모델로 5개 모델을 추천함.
52. 5개 모델은 한국의 대구급, 충남급과 독일의 메코 A-200, 일본의 모가미 30FFM, 스페인의 알파 3000이었음.
53. 한국 조선사들은 이지스 같은 최첨단 전함이 아니라, 보급형 호위함이라 가성비가 좋은 한국의 2개함이 경쟁할 것이라고 생각함.
54. 그런데, 한화오션의 대구급과 HD현대중공업의 충남급이 모두 예선 탈락을 하고, 일본과 독일의 호위함이 결선을 치르게 됨.
55. 호주 해군은 중국이 가상의 주적으로 태평양에서 중국 해군을 견제하는게 목표임.
56. 호주는 중국과 먼 거리에 위치하다 보니, 자주 복귀하지 않고 원양에서 최대한 오랫동안 운용할 수 있는 호위함이 필요함
57. 한국의 군함은 먼바다가 아니라 한국 근해에서 북한과의 전쟁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배임.
58. 최대한 많은 무장을 싣고, 단거리를 뛰면서 전쟁을 치르는 목적으로 세팅이 된 배들임.
59. 반면에 일본과 독일은 원양에 좀 더 비중을 둔 배들임.
60. 전함이 먼 거리를 오랫동안 초계하려면, 최대한 많은 연료를 싣고, 물의 저항을 적게 받는 선체에 높은 연비가 필요함.
초계함
61. 이것이 종합적으로 합쳐진 결과가 항속거리임.
62. 한국의 충남, 대구급은 항속거리가 8,300km 정도가 나옴.
(사진 위쪽 충남급, 아래 사진 대구급)
63. 하지만, 독일의 메코 A-200은 1만 3300km 일본 모가미급은 1만 4800km로 항속거리가 한국 호위함에 넘사벽이 나옴.
64. 항해를 할 때는 승조원이 적을 수록 부식 등 필요 물자가 줄어들고, 1인당 많은 공간을 줄 수 있어서 거주 편의성도 좋아짐.
65. 충남급은 4300톤에 승조원 120명이 필요하고, 대구급은 3600톤에 승조원 120명이 필요함.
66. 하지만, 모가미급은 5500톤으로 더 큰 선체에 승조원은 100명이면 됨.
67. 무장도 문제임.
68. 호주는 호위함에 미국제 무장을 달 것을 요구함.
69. 모가미급은 무장 대부분이 미국제이고, 독일의 메코 A-200은 주문자의 요구에 따라서 다양한 무장을 넣어주고 있음.
70. 충남,대구급은 한국산 무장이라, 수주를 하려면 미국산 무장으로 교체하고 그에 맞는 미국의 전투체계를 통합시켜 줘야 함.
71. 충남, 대구급이 한국산 무장인게 나쁜 것이 아님.
72. 국산화가 잘 되어 있다는 말은 자주국방의 능력이 있다는 것임.
73. 하지만, 평저선으로 먼바다를 나갈 때 문제가 있듯이, 국산화율이 높은 것은 해외수주에 장단점이 있는 일임.
74. 두 조선사 모두 미국 해군의 MRO(수리, 정비) 라이선스를 취득했고, 한화 오션은 2척의 MRO 수주를 이미 받은 상황임.
75. MRO로 실적을 쌓아서, 미국 전함 수주가 최종 목표라면, 상대편 니즈에 맞게 최적화하는 역량을 갖춰나갈 필요가 있어 보임.
한 줄 코멘트. 전략과 기본역량이 모두 좋으면 이순신 장군의 연전연승이 나오게 됨. 나만 보지 말고, 상대방의 상황을 보면서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봄. 세상 사는 일이 보통 비슷한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