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의 팜
상법개정의 비밀
메르
2024.12.08
나는 조금 과하게 앞서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타이밍 조절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투자에 있어서, 가장 수익률이 높은 사람은 딱 반발자국만 앞서가는 사람이다.
너무 미리 움직이면, 타이밍이 오기도 전에 지치고 여유가 없어져서, 포기하거나 쓰러진다.
금투세도 너무 일찍 이야기를 했다.
금투세에 대해서 처음 글을 쓴 것은 2022년이다.
금투세의 비밀이라는 이름으로 아래 글을 블로그에 올린 것이다.
https://blog.naver.com/ranto28/222923945961?trackingCode=blog_bloghome_searchlist 금투세 찬성...
지금 다시 읽어봐도 그렇게 틀리지 않은 내용인듯하다.
아마, 금투세와 사모펀드의 연결고리를 언급한 것은 위 글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사모펀드는 2024년에 와서야,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항상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선의로 포장된 문구 이면에 살고있는 디테일이라는 악마를 보고, 판단하는게 중요하다.
상법개정도 마찬가지다.
아직은 디테일이 나오지 않았다.
디테일이 나오면, 금투세처럼 분석해서 의견을 이야기 할 생각이다.
하지만, 핵심 한가지는 이 시점에서 이야기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금투세의 숨겨진 핵심은 사모펀드다.
그리고, 상법개정의 숨겨진 핵심은 재벌 또는 그룹해체다.
상법개정은 주주 충실의무가 숨겨진 핵심조항이라고 생각한다.
주주 충실의무는 주주사이에 이해충돌이 있는 경우에 적용되는 조항이다.
주주사이에 이해충돌이 있는 경우, 주주간에 공평해야 한다는 의미다.
문구만 보면 막연해 보일것이다.
사례로 설명해 보겠다.
롯데건설이 부동산PF로 힘들어지자, 롯데 케미칼이 지원을 했다.
롯데 케미칼이 힘들어지자, 롯데그룹이 계열사를 팔고, 보유재산을 매각하거나 담보를 잡혀서 지원하고 있다.
상법개정이 되면 이것이 힘들어진다.
롯데케미칼이 롯데건설을 지원하면, 롯데건설에는 이익이지만, 롯데케미칼에는 손해가 될 수 있다.
롯데케미칼의 대주주는 롯데건설을 살리는 것이 필요하지만, 롯데케미칼의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기업가치의 훼손이 될수있다.
롯데그룹 입장에서 롯데케미칼에 대한 지원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롯데건설이나 롯데케미칼을 망하게 하면 되는것이 아니냐고 할 수 있다.
여기서부터는 옮고 그름이 아니라, 판단의 영역이다.
상법이 개정되면 기업이 각자도생으로 가게된다.
그룹계열사라고 하더라도, 그룹이 지원을 포기하고 버리는 것을 욕하지 말고 수용해야 한다.
그리고, 금융권에서 그룹 계열사에 대한 지원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지금까지는 개별회사 자체가 좀 부실해도 그룹사의 일원이기때문에, 그룹지원가능성을 보고 대출을 승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상법개정으로 그룹사 지원에 문제가 생긴다면, 대출 승인율이 크게 낮아질 것이다.
그룹사간 지원뿐만 아니라 계열사간 거래도 힘들어진다.
개별기업 입장에서는 같은 조건에 가장 싼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전체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상법개정이 되면, 그룹 계열사의 물품이라고 우선적으로 구입하는 것이나, 기업승계를 위한 일감 밀어주기등에 제한을 받게 된다.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입히는 합병,분할등에도 비슷한 영향이 생기게 된다.
사실 그룹이라는 개념이 특이한 것이고, 개별기업으로 보는것이 글로벌 스탠다드다.
우리가 특이한 것이다.
한국의 대기업그룹은 일종의 연환계로 움직였다.
삼국지에서 조조의 군대는 육지전투만 하다보니, 물에서 싸우는 수전에 약점이 있었다.
이것을 여러척의 배들을 쇠사슭로 묶어 하나로 만드는 방법(연환계)으로 해결했다.
여러척의 배를 하나로 묶고, 갑판을 연결하니, 배의 움직임이 덜해지면서 병사들은 멀미가 사라지고 육지처럼 활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삼국지에서 연환계는 화공에 약점을 보였다.
불이 난 배 한척만 손절하면 되는데, 배들이 하나로 묶여있다보니, 묶여있는 전체 배들이 불타버린 것이다.
상법개정은 그룹이라는 연환계로 묶여있는 배들을 한척한척으로 푸는것이다.
장점과 단점이 모두 있다.
상법개정이 되면 개별기업의 위험이 그룹전체로 퍼지거나, 계열사간 특혜등 여러가지 재벌 또는 그룹구조의 문제점이 줄어든다.
하지만, 배 한척한척은 과거보다 작은 풍랑에도 크게 흔들리고, 때로는 침몰할 것이다.
국장으로 시각을 돌리면, 매수할만 한 기업이 대폭 줄어들고, 그룹계열사 버퍼를 받았던 기업들의 가치도 하락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과 경쟁했던 비그룹 개별기업에는 긍정적인 영향이 갈 수도 있다.
한줄 코멘트. 금투세의 핵심이 사모펀드라면, 상법개정은 주주 충실의무가 핵심이고, 재벌 또는 그룹해체가 종착점이라고 생각한다. 재벌이라는 존재는 언젠가는 해체되어 글로벌한 기준을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 경제상황에서 지금이 적절한 시점인지는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있을수 있다. 뭐든 장단점이 있는 법이다.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살리는 세부안이 나올지가 관전포인트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