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의 팜

국민연금이 한국 주식을 계속 사들이는 비밀

메르

2024.12.14

 

투자에 염두에 둘 포인트를 가볍게 주절주절 해 봅니다.

© 주봉야, 출처

2024년 5월 31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2025~2029년 국민연금 포트폴리오 배분 방안을 확정했다.

2025년 포트폴리오를 국내주식 14.9%, 해외 주식 35.9%, 국내채권 26.5%, 해외채권 8.0%, 대체투자 14.7%로 결정한 것이다.

국내 주식 비중은 2024년 15.4%, 2025년 14.9%에 이어서, 매년 0.5%p씩 줄여서 2029년 13.0%로 낮아지게 되었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21.2%였던 국내 주식 비중을 2021년 17.5%로 줄였고, 2022년부터 14%대를 유지하고 있다.

© nampoh, 출처 Unsplash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는 것은 이유가 있다.

2027년이면 기금이 늘어나는 게 중단된다.

직장인과 자영업자에게 국민연금 보험료를 받는 것보다, 노령층에게 연금을 지불하는 것이 많아져 역전되는 시기가 2027년이다.

2028년부터는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서 쌓아놓은 1,140조 원의 자산을 하나씩 팔아야 한다.

안 그래도 국장이 취약한데, 국민연금이 쉬지 않고 계속 팔아대면 문제가 커질 수 있다.

미리 비중을 줄여나가는 것이다.

국내 주식 비중을 단계적으로 줄이려는 국민연금의 입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국민연금 수익률을 1%p만 높이면, 기금 고갈을 6년 정도 늦출 수가 있다.

1988년 이후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수익률은 6.5%지만, 해외 주식은 11.0%로 두 배 가까운 차이가 난다.

수익률이 높은 쪽으로 운용 비중을 늘리겠다는 것은 당연한 말일 것이다.

공공데이터 포털에서는 국민연금의 항목별 수익률을 알 수가 있다. ​

데이터 상세 | 공공데이터 포털

 

국민연금공단_운용 자산별 성과정보_20240831

금액가중수익률 기준으로 작성된 월말 기준 국민연금기금의 운용 자산별 수익률 및 수익금과 전년도 말 기준 3개년 등의 설정후 수익률 및 수익금

www.data.go.kr

국민연금은 2023년에 13.6%라는 역대 최고 수준 수익률을 만들었다.

2023년에는 국내 주식에서 22.1%, 해외 주식에서 23.9%의 수익률로 국내와 해외주식 모두 전체 수익률에 큰 기여를 했다.

2024년은 조금 다르다.

가장 최근 숫자가 2024년 8월까지인데, 8월까지 전체 수익률은 9.1%로 작년의 13.6%보다 낮지만, 역대 평균 대비해서는 괜찮은 숫자다.

문제는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의 수익률 차이가 너무 심한 것이다.

올해 8월까지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에서 3.8%의 수익률을 냈고, 해외 주식에서 19.2%의 수익률을 냈다.

험난한 국장에서 수익률을 3.8%라도 냈다는 점은 칭찬해야 할듯하다.

국민연금은 24년 1분기에만 MS 21만 주, 애플 39만 주, 엔비디아 7만 주, 아마존 30만 주, 메타 6만 주, 구글 22만 주를 사들였다.

해외 주식 중에 M7(애플·마소·알파벳·아마존·엔비디아·메타·테슬라)'비중을 늘린 것이 2024년 해외 주식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 엘리슈슈, 출처

​2024년 9월 말 기준으로 국내 주식 비중 12.7%, 해외 주식 비중 34.8%가 나오고 있다.

24년 말의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 목표는 15.4%이지만, 9월 말 기준 비중은 12.7%(145조 8천억 원)밖에 되지 않는다.

'24년 말에 국내 주식 비중 15.4%가 목표인데, 현재의 국내 주식 비중 12.7%는 너무 낮다.

국민연금이 포트폴리오 비중을 맞추기 위해 국내 주식을 살수 있는 여력이 많다는 의미다.

2024년은 거의 끝났으니, 15.4%는 포기하고, 2025년 목표인 14.9%만 맞춘다고 하더라도 2.2%p의 국내 주식을 더 사야 한다.

1146조 원의 2.2%는 25조 원이다.

위 숫자는 9월 말 자료다.

러프하게 10월이후 숫자를 보려면, 어제 설명한 KRX에 들어가서, 연기금 순매수를 확인하면 된다.

10월부터 연말까지 25조 원의 한국 주식을 더 살수 있는데, 12월 12일까지 매수한 한국 주식은 4조 원 정도다.

24년 목표 15.4%가 아니라, 25년 14.9%로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아직 국민연금은 21조 원 정도의 매수 여력이 있는 상황이다.

종합주가 지수가 9월 말보다 현재 3% 정도 빠져있으니, 한국 주식 비중은 더 낮아졌을 것이고, 그만큼 매수 여력이 더 있을 것이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니 개미들이 큰일 났다는 기사 같은 것을 조심해야 한다.

제목 장사든지, 아니면 숫자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무식의 소치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53178761

'설마 했는데' 개미들 큰일 났다…중대 결단 내린 국민연금

'설마 했는데' 개미들 큰일 났다…중대 결단 내린 국민연금, 자산 1000조 '연못 속 고래' 국민연금 국내 주식 비중 14.2% → 13%로 축소 기금 운용 위원회 자산 배분 심의 '국내 쏠림' 우려에 수급 안전판 역할 점차 줄어들 듯

www.hankyung.com

2027년까지는 연금 지출보다 수입이 많아서 운용수익이 없어도 국민연금이 계속 늘어난다.

2027년이면, 연금 지출과 연금 수입이 같아지고, 기존 쌓아놓은 돈에서 나오는 운용수익으로 연금 고갈을 늦출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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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국내 주식 비중 14.9%가 매년 0.5%p씩 줄어들면, 2027년 말에 국내 주식 비중은 13.9%가 된다.

하지만, 기금 규모가 그 이상으로 커진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순매수는 계획상 2027년 말까지 매년 7-8조원씩 늘어난다.

한 줄 코멘트.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 목표를 감안하면 내년 초까지 20조 원 이상의 자금이 국내 증시에 들어올 수 있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인다는 것은 팩트다. 하지만, 숫자를 뜯어보지 않으면 국내 주식에서 국민연금이 빠져나가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2027년까지는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를 매년 7~8조 원 정도씩 계속 늘릴 것이다. 국민연금이 빠져나가서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다. 2027년 이후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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