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의 팜
해운동맹이 재편되었고, 치킨게임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메르
2025.11.04
해운동맹이 재편되고 있어서, 근황을 업데이트해봅니다.
컨테이너선은 노선버스와 비슷함.
2. 손님이 많든 적든 일정한 노선을 계속 다니는 노선버스같이, 정해진 항구를 왔다 갔다 하는 배가 컨테이너선임.
3. 컨테이너선은 배 한 척이 비싸다 보니, 해운사들이 이런 컨테이너선을 충분하게 보유하기 쉽지 않음.
4. 노선은 많은데 배가 부족하면 배차 간격이 클 수밖에 없다는 말임.
5. 비슷한 노선을 다니는 컨테이너선과 일정이 겹치면, 어떤 날은 텅 빈 채 출발하고, 어떤 날은 짐이 꽉 차서 손님을 놓칠 수도 있음.
6.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해운동맹을 맺게 됨.
                        © hamburgmeinefreundin, 출처 Unsplash
7. 해운동맹의 기본이 운항 일정을 맞추는 것인 이유임.
8. 해운동맹은 노선버스 배차시간을 짜듯이 해운동맹의 배들이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항구에 입항할 수 있게 조정을 하게 됨.
9. 짐칸도 공유함.
10. 짐칸을 공유하는 방법은 보통 3가지가 있음.
11. 짐칸 일부를 사기도 하고( 1단계), 짐칸을 교환하든지( 2단계), 공유를 해서 자유롭게 쓰는( 3단계)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게 됨.
12. 단계가 높을수록 협력 강도가 강해지는데 해운동맹은 보통 3단계(공유)를 말하고, 2단계(교환)를 협력이라고 보통 부름.
13. 2000년까지 이런 해운동맹이 5개가 있었음.
14.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면서, 화물 물동량이 줄어들었고, 수요 감소는 운임 폭락으로 이어지게 됨.
15. 2010년부터 해운동맹 간에 본격적인 저가 운임 경쟁이 치킨게임식으로 벌어지기 시작함.
16. '치킨 게임(chicken game)’은 50년대 미국 갱 집단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게임임.
17. 미국에서 겁쟁이를 닭(chicken)으로 불렀는데, 양쪽 참가자가 좁은 도로 양쪽 끝에서 서로를 향해 달리는 것이 게임의 규칙임.
                        
18. 먼저 운전대를 꺾는 사람이 겁쟁이(Chicken)로 취급되며, 아무도 운전대를 꺾지 않으면 두 대가 정면충돌하며 큰 사고가 나게 됨.
19. 해운동맹의 치킨게임은 선복량 세계 1위였던 2M 동맹의 머스크가 주도함.
20. 저가 운임 경쟁으로 적자가 커지자, 버티지 못하는 선사들은 도산 위기에 처했고, 국가 차원에서 대응을 하기 시작함.
21. 중국은 지원금을 투입하고, 정부 차원에서 중국 선사들 간 M&A를 실행해서 덩치를 키움
22. 일본도 정부 주도로 3개 대형 선사의 컨테이너 부분을 1개로 합병해 ONE를 만듦.
23. 한국은 정부 차원에서 국내 1위였던 한진해운을 살리는 것을 포기했고, 한진해운은 2016년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됨.
24.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는 한국 해운업의 위치가 많이 하락하는 아쉬운 결과가 됨
                        
25. 당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업계 2위 현대상선은 'HMM(Hyundai Merchant Marine)으로 살아남게 됨.
26. 한진해운이 망하면서 해운동맹은 2M, The Alliance, Ocean의 Big3로 재편하게 됨.
27. Big3중 1위 동맹은 세계 1위 해운사인 스위스의 MSC와 2위 덴마크의 머스크로 구성된 2M이 정기항로의 40%를 점유했음.
28. 2위 동맹인 Ocean은 프랑스 CMA-CGM, 중국 COSCO, 홍콩 OOCL, 대만 에버그린이 소속되어 있음.
29. 3위 동맹은 The Alliance로 독일 하팍로이드, 대만 양밍, 일본 ONE에 HMM이 2019년 합류를 함.
30. 2M이 전 세계 정기항로의 40%를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를 다른 연맹들과 기타 해운사들이 가져가는 구조가 됨.
31. 2019년까지도 선박 운임이 워낙 낮아, 돈을 벌지 못하는 해운사들은 새로운 선박 주문을 못하고, 기존 선박으로 버티고 있었음.
                        
32. 2020년 코로나가 터졌고, 2021년 상황이 급 반전을 함.
33. 백신 등 의약품 수송과 가전제품, 생활용품 등의 보복 소비로 화물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한 것임.
34. 수요는 급증했는데, 10년 이상 신규 선박 발주가 거의 없다 보니, 선복량이 부족했고, 공급 부족은 운송요금 인상으로 이어지게 됨.
35. 컨테이너 운임은 상하이에서 출발하는 수출 컨테이너 평균 운임인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를 보는 게 일반적임.
36. 보통 SCFI(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가 900포인트 정도가 되면, 손익분기점을 넘어서 수익이 생기기 시작함.
37.2021년 초부터 SCFI가 미친 듯이 올라가기 시작함.
                        
38. SCFI가 피크를 친 2022년 1월에는 800포인트 내외였던 지수가 5,109포인트까지 올라갔던 것임.
39. 고객 1명당 900원만 받으면 손해를 보지 않는데, 5,000원을 받아버리는 셈이니 해운사들이 엄청난 돈을 벌기 시작함.
40. 해운사들은 2년 동안 60년간 벌어들이는 돈을 한꺼번에 벌어버린 것임.
41. 해운사들은 넉넉해진 돈으로 중국과 한국 조선소에 배를 주문하기 시작함.
42. 특히 세계 1위 해운사인 MSC가 미친 듯이 배를 주문하기 시작한 것임.
43. MSC는 70년에 배 1척에서 시작을 했지만, 선복량을 빠르게 늘려 2022년 400만 TEU를 돌파하며 머스크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섬.
44. MSC는 2년 동안 컨테이너선 306척을 주문해 선복량을 495만 TEU까지 올렸고, 세계 시장점유율 18.5%를 차지하게 됨.
45. MSC는 현재 건조 중인 선박이 127척에 100만 6600 TEU가 있고, 현재 주문을 진행 중인 선박도 있음.
46. MSC는 최종적으로 633만 TEU까지 선박이 늘어나서, 1개 회사가 전 세계 시장점유율 20%를 넘기게 되는 것임.
47. MSC의 633만 TEU는 HMM이 소속되어 있던 The Alliance 동맹의 전체 선복량 485만 TEU보다 많은 수준임
                        
48. MSC는 2025년 1월이 만기인 2M 동맹 연장을 거부해서, 2M 해운동맹 해체를 선언함.
49.2025년에는 건조 중인 127척이 들어올 것이니, 동맹 없이 MSC 단독으로 전체 노선 운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임.
50. MSC의 급발진에 맞서서 다른 해운사들도 선복량을 빠르게 늘리고 있음.
51. 해운회사 1위와 2위가 갈라선다는 말은 세계 선박 동맹이 다시 헤쳐모여를 한다는 말임.
52. MSC가 독자행동을 선언하자, 머스크는 하팍로이드와 새로운 해운동 맹인 '제미니 코퍼레이션'을 만들기로 함.
53. MSC와 머스크+하팍로이드의 제미니 코퍼레이션이 1,2위 경쟁을 시작하는 것임.
54. 현재 2위 동맹인 Ocean은 프랑스 CMA-CGM, 중국 COSCO, 홍콩 OOCL, 대만 에버그린이 소속되어 있고 변화가 없음.
55. HMM이 들어있는 3위 동맹 The Alliance가 문제가 됨.
56. 독일 하팍로이드, 대만 양밍, 일본 ONE과 HMM이 동맹인데, 하팍로이드가 탈퇴하면 동맹이라기에 부끄러운 규모가 되는 것임.
57. 해운사들마다 선박을 늘리는 상황에서 해운동맹의 해쳐모여가 시작되면, 운임료 할인의 치킨게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됨
HMM 제공
58. The Alliance에 속한 잔여 선사들은 선복량을 늘리기 시작했고, HMM도 2026년까지 선복량을 120만 TEU로 확대한다는 계획임.
59. 여기에 들어가는 돈만 15조 원이라, 지금까지 쌓아놓은 현금 대부분이 여기에 소진될듯한 상황임.
60. 계획대로 선복량 확대를 진행한다면, 치킨게임을 버틸 자금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는 게 문제임.
61. HMM을 인수하는 곳의 자금 동원 역량이 중요하다는 말임
62. HMM의 지갑에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 14.5조 원(25년 2분기 말)이 있지만, 기존 계획대로만 선박을 건조해도 15조 원이 필요함.
63. HMM은 이에 추가해서 2030년까지 총 23.5조 원을 투자한다는 "2030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고 있음.
64. 컨테이너에서 벌크와 물류로 영역을 확장해서, 기존 컨테이너(13.7조 원) 외에 벌크(5.6조 원), 물류(4.2조)에도 투자를 하는 계획임.
HMM의 2만 4천 TEU 급 친환경 컨테이너선
[HM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65. HMM과 일본 ONE, 대만 양밍이 남은 디 얼라이언스는 동맹 이름을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로 바꾸고 5년간 동맹을 유지하기로 함.
66. 3사의 글로벌 선복량 점유율은 11.4%(ONE 6.3%· HMM 2.8%·양밍 2.3%)임.
67. 11.4%의 선복량은 4대 해운동맹 중 가장 낮은 수준(오션(29%), 제미나이( 21%) 등), '규모의 경제'가 힘든 수준임.
68. EU 쪽 노선을 주로 책임져준 독일 하팍로이드가 탈퇴해서 EU 쪽 노선도 크게 부족해지는 것도 문제임.
69. 결국,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는 세계 1위 선사인 MSC와 EU 노선에 대해 동맹이 아니라, 협력을 4년간 하기로 함.
70. 선복공유가 동맹이고, 선복을 교환하는 것이 협력임.
71. 북유럽과 지중해 항로에 한정하는 선복 교환이라, 동맹이 아닌 협력의 한계에 부딪칠지는 두고 봐야 할듯함.
72. 3단계인 공유와 2단계인 교환은 차이가 꽤 있음.
73. 예를 들면, HMM이 자체 캐파의 두 배 물량을 받았는데, 동맹사에 받아줄 캐파가 있으면, 그냥 여유분을 끌어와서 쓰면 됨.
74. 하지만, 교환은 해운사별로 선복을 1 대 1로 교환하는 방식임.
75. MSC에 선복을 가져오면, 자체적으로 소화가 가능해도 HMM이 가지고 있는 아시아 노선의 물량을 그만큼 내줘야 하는 것임.
HMM 컨테이너선
[HMM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76. HMM에 대한 하림의 인수협상 결렬은 개인적으로 잘된 일이라고 생각함.
77. 협상이 결렬된 이유는 HMM이 가지고 있는 15조원에 가까운 엄청난 현금을 빼먹지 못하게 산은이 조건을 달았기 때문임.
78. 산은이 단 조건은 현금 배당 제한, 5년간 지분 매각 금지, 정부측 사외이사 지명 권한이 주요 내용이었음.
79. 하림은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지분은 5년간 매각을 하지 않을 텐데, JKL 파트너스 지분은 예외로 해달라고 했지만, 수용되지 않았음.
80. 하림의 재무적 투자자(FI)인 JKL 파트너스로서는 5년간 지분 매각 금지는 받기 힘든 조건임.
81. 최소 5년간 HMM의 주식을 보유하라는 조건은 인수자들이 주식을 팔아서 수익만 챙기고 먹튀하지 말라는 말임.
82. 일반적인 인수합병이라면 5년간 HMM 주식 보유는 무리한 요구가 아님.
83. 사모펀드들도 인수 후 구조조정 등 기업개선작업을 통해서 기업가치를 올리고 Exit 하는데 5년 정도는 잡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임.
                        
84. HMM은 상황이 다름.
85. 사모펀드 입장에서 동맹재편이 완료되면 치킨게임이 예상되는데, HMM의 지분을 계속 가지고 있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임.
86. 산업은행도 HMM을 계속 보유하는 것은 부담이 있는 일임.
87. HMM 주가가 1만 원 움직이면, 산업은행의 BIS 비율(국제결제은행의 자기자본 비율)이 0.7%가 움직이는 부담이 있음.
88. 산업은행이 HMM을 보유하면서 제대로 된 인수자를 찾는 작업이 계속될듯함.
89.HMM이 속한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는 적은 선복량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음.
90. 선복량 200만TEU의 하팍로이드가 빠지면서, 대만 양밍, 일본 오엔이(ONE), 한국 HMM를 합쳐도 280만TEU밖에 되지 않음.
91. 해운업계는 노선버스를 최적 수준으로 돌릴수 있는 최소 선복량을 400만TEU로 보고 있음.
92. 280만TEU로는 치킨게임이 발생할때 버틸수 있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어짐.
93. 해운동맹의 선복량이 적으면, 장기계약을 한 선사들도 고민을 할 수 있음.
94. 출퇴근 노선버스가 배차간격이 너무 길고, 타기힘들 정도로 붐비면, 대안을 고민하기 마련임.
95. 장기계약 고객이 떨어져 나가면 치킨게임 발생시 버티는 힘이 약해짐.
96. 계약은 장기계약과 스폿계약으로 보통 나눠짐.
97. 장기계약은 운임이 올라갈때 오르는 만큼 가격을 높게 받을 수 없지만, 가격이 낮아질때 힘을 발휘함.
98. 스폿계약은 그때그때 시세에 따라 운임이 정해져서, 운임 상승기에는 큰 돈을 벌지만, 하락기에는 돈이 마를수 있음.
99. 적절한 비중으로 장기계약을 깔고, 스폿계약을 일정비중 채우는게 수익성과 안전성을 모두 확보하는 최선의 포트폴리오가 됨.
100. HMM의 경우 장기계약 비중이 70%라, 지금은 비율이 좋은 상태이고, 장기계약 고객의 이탈을 조심하면 됨.
101. 해운동맹은 MSC, 제미니(머스크+하팍로이드), 오션(CGM + COSCO + Evergreen),프리미어(HMM+ONE+양밍)으로 재편됨.
102. MSC 19.8%, Gemini 21.5%, Ocean Alliance 29.3%, 프리미어 얼라이언스 11.6%의 비중이 되는것임.
104. 4개 해운동맹이 올해부터 가동되기 시작했고, 4개이상의 해운동맹이 경쟁을 하면,치킨게임이 일어나고는 했음.
한줄 코멘트. 해운사들이 선복량을 크게 늘리고, 동맹을 재편하면서 치킨게임 분위기가 슬슬 나기 시작하고 있음. HMM을 어설픈 사모펀드등에 매각하기 보다는 산업은행이 좀 더 가지고 있는것이 나을지도 모르겠음.
댓글 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