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의 팜
닷컴 버블, 어느 선배에 대한 기억 (feat 새롬기술)

메르
2025.12.13
주말 가벼운 썰입니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이 모든 것을 바꿀 것이다"라는 기대 속에 닷컴 기업들이 나타나기 시작함.
2. 실적이 없어도, 회사명에 ".com" 만 붙으면 주가가 폭등하는 시기였음.
3. 주말 아침, 닷컴 기업으로 이직한 선배 한 명이 생각남.
4. 선배가 이직한 곳은 새롬기술이었음.
5.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가는 것이라, 급여 외에 주식 1만주를 액면가(주당 5천 원)로 받는 조건으로 이직을 한 것임.
6. 새롬기술은 10 대 1로 액면분할을 해서 주당 500원이 되었고, 주가는 30만 8천 원까지 올라감.
7. 주당 5천 원에 받은 1만 주는 액면분할로 10만 주가 되었고, 5천만 원에 받은 주식은 308억 원이 되었음.
8. 투룸 빌라에 살던 사람이, 주가가 오르자 당시 12억 원 정도 하는 동부 이촌동 77평형 신축급 아파트로 이사하는 것을 본 기억이 남.
9. 닷컴 버블은 광케이블 경쟁으로 진행되었음.
10. 인터넷이 확산되면, 데이터 트래픽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다들 예상했고, 전 세계에 광케이블을 대규모로 깔기 시작한 것임.
11. "앞으로 데이터가 넘쳐날 테니, 케이블을 아무리 많이 깔아도 부족할 것이다"라는 믿음이 상식이 되었음.
12. 1999~2000년, 데이터 압축 기술과 DWDM(파장분할다중화)과 같은 데이터 광전송 기술이 시장에 등장함.
13. 데이터 압축 기술 등을 활용하니, 같은 케이블로 훨씬 많은 데이터를 보낼 수 있게 된 것임.
14. 이미 깔아놓은 광케이블 만으로도 수요를 충족하고 남는 상황이 됨.
15. 버블이 붕괴하기 시작함.
16. WorldCom, Global Crossing, NorthPoint Communications 같은 대형 통신사가 무너졌고, 수많은 닷컴 기업이 파산함.
17. 2000년 3월에 5048포인트로 피크를 쳤던 나스닥은 2002년까지 78%가 폭락함.
18. 선배가 이직한 새롬기술은 망하지 않았음.
19. 2000년 8월 18일 30만 8000원까지 갔던 주가가 2년 만에 4,310원으로 돌아왔을 뿐임.
20. 새롬기술은 솔본으로 이름을 바꿨고, 오늘 자 주가는 3,635원임.
21. 선배는 아파트를 사기 위해 현금으로 바꾼 돈 외에는, 새롬기술 주식을 계속 보유했다는 이야기를 뒤에 들었음.
22. 아파트를 검색해 보니, 현재 32억 원 정도 시세가 나오고 있음.
23. 25년 동안 연평균 4% 정도 시세가 오른 것 같은데, 아파트 투자도 그렇게 성공한 것 같지는 않아 보임.
한 줄 코멘트. "인터넷이 모든 것을 바꿀 것이다"라는 예상이 틀린 것은 아니었음. 너무 과속을 했고, 신기술이 나오는 것을 간과했을 뿐임. 때로는 익절도 필요함.
댓글 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