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기사투자자의 팜
[ECO] 1편. 탱커 운임 공급은 막혀있고, 수요는 상방 가능성이 더 높다?
해기사투자자
2024.07.29
국내주식에서 조선업을 좋게 보고 있는데, 조선업의 전방인 해운을 보다보니 좋은 기업을 발견하게 되어 소개해드립니다.
해운업이 투자자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섹터다 보니 서두에 간단하게 용어를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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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E: 운임비에서 변동비를 뺀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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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LCC: 대규모 원유 운송 선박. 20만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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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에즈막스: 수에즈 운하 통과 가능한 최대 크기의 선박. 12만~20만톤
ECO(오케아니스 에코 탱커스)는 원유를 운반하는 유조선(탱커)을 운영하는 해운사입니다. 탱커는 크게 정제된 기름을 나르는 클린 탱커와 원유 그 자체를 나르는 더티 탱커로 나뉘는데, ECO는 더티 탱커 위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ECO는 마샬제도에 등록된 선사로, 그리스의 전통 가문인 알라푸조스 가문이 57%지분으로 대주주 입니다. 보유한 선박은 총 14척의 탱커선으로, 6척의 수에즈막스, 8척의 VLCC입니다. ECO의 큰 장점은 전 선박의 선령이 매우 낮고 친환경적인 것입니다. 현 해운업계의 핵심 아젠다가 '탈탄소를 위한 친환경 규제'인데, 이에 적합한 것은 미래를 대비하는데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평균선령: 5년 내외)
ECO투자의 큰 그림은 친환경 선박 규제로 인해 선박들의 수명이 짧아졌고, 이미 조선사이클이 시작되었기에 조선소 도크가 꽉 찼고 신규 선박 공급이 쉽지 않음 입니다. 즉 공급이 막혀있는 것이 탱커 투자의 핵심입니다. 여기서 조그만한 수요폭발만 일어나도 좋은 트리거가 될 수 있습니다. 수요에 대한 이야기는 뒤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탱커 산업의 공급이라고 볼 수 있는 선복량을 먼저 보겠습니다
그림을 보시면 경기에 따라 탱커 인도량이 늘다가, 2023년부터 인도량이 급감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특히, 수에즈막스와 VLCC). 이는 고금리로 인한 CAEPX 감소 및 친환경 정책으로 인한 미래에 대한 보수적인 투자가 낳은 결과물입니다.
반면, 2000년대에 지은 선박들이 곧 선령 20년이 되어가는데, 이들 선박들의 수가 꽤나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선박의 수명은 30년 정도 되는데, 20년이 되어가면 유지보수 및 연비로 인해 비용이 많이 드는 편입니다. 탱커 대장업체인 프론트라인(FRO)에서는 선령 20년 선박의 BEP는 대략 10만불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죠. 그리고 화주(해운의 고객)들도 친환경 관련하여 선령이 너무 높은 선박은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친환경이슈 및 사고 가능성).
즉, 더티탱커 시장에서 퇴출될 선박은 많은 반면, 신입은 줄어들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타 선종으로 인해 글로벌 조선소 도크가 꽉 차게 되면서 2026년까지 선복량이 늘어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것도 한 몫합니다. 올해 초 되어서야 VLCC 발주가 늘어난 상황인데, 조선소 입장에서는 컨테이너선이나 가스선 대비 부가가치가 낮기 때문에 수주를 꺼려하는 편입니다.
여기까지 탱커 산업의 공급인 선복량이 제한되어있음을 볼 수 있었고, 이제부터는 탱커의 운임 수요를 확인하고자 합니다. 사실 지정학적 이슈나 유가 등을 고려해야하는, 매우 어려운 부분이라 예측이 의미없습니다. 그렇기에 이 파트에서는, 수요단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변수들을 선제적으로 파악하는데 집중하고자 합니다.
결론적으로는 현재의 원유 운임 수요가 감소하려면 경기침체에 준해야 한다고 보고 있으며, 운임 수요가 증가하는 데에 있어서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기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원유 운임 수요는 정확히 표현하면 톤마일 이라고 합니다. 단순 원유 Q를 넘어서서, 국가간 이송거리가 늘어나면 그 또한 운임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원유 운임 수요에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중국입니다. 기존에 글로벌로 원유 운임은 OPEC(중동)에서 아시아로 가는 물량이 제일 많았습니다. 그 중에서는 당연 중국이 크고, 인도, 일본, 한국 순서입니다.
그렇기에 제일 좋은 시나리오는 이들의 경기가 극도로 좋아서 원유 수요가 많아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톤마일에서 마일이 늘어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와 같은 사례는 이미 2022년부터 일어나고 있습니다. 유럽의 원유 주 수입국이 러시아였는데, 우러 전쟁으로 인해 미국으로 바뀐 것이죠.
유럽에서 다시 러시아산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이러한 마일 증가는 구조적으로 변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여기서 마일이 더 늘어나려면 아시아 국가들까지 아메리카의 원유를 쓰는 것인데, 가격 차이가 말도 안되게 일어나지 않는 이상 그것은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그래서 현재의 톤마일에서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부분은 톤 입니다. 유가가 내려서 신흥국들의 유가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죠. 유가가 내려가려면 둘 중에 하나입니다. 원유 공급이 많거나 수요가 적거나. 수요가 적다는 것은 경기침체입니다. 그러면 원유 운임도 적어지므로 WORST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반대로 원유 공급이 많아져서 유가가 내려가는 것은 BEST입니다. 그럴 경우에는 낮은 유가로 인해 수요가 더 늘어나는 시나리오까지 상상할 수 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유가를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유가를 파악하는데에는 각 국가들의 경제적 이익과 이해관계를 파악해야합니다. 2022년 우러 전쟁이 발발하고, 러시아는 에너지 패권국이었기에 이를 활용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유가가 급속도로 올랐습니다.
이에 미국은 러시아에 석유 상한선 제재를 가합니다. 당시 상한선이 $60이었기에, 이것이 너무 싸기도 했고 미국의 힘이 강해지는 것을 견제하고자 OPEC은 감산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유가는 $80 내외로 조정 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연 러시아와 OPEC의 물량을 커버하기 위해 미국은 자국의 비축유를 풀었습니다.
OPEC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선진국들의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고 보고 있기에(친환경 이슈), 이 정도 유가선을 유지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입장에서는 유가가 곧 물가이기에, 인플레이션을 잡으려고 공급을 열심히 늘렸죠. 그러한 싸움들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입니다.
덕분에 2023년 하반기부터, $80 유가 시대를 노리고 북미와 남미의 여러 업체들이 산유량을 늘리고 이제는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유가는 어떻게 될까요??
개인적으로는 낮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브라질/가이아나/캐나다에서 산유량을 늘리는 작업을 진행해왔고 해양플랜트까지 호황이 왔기 때문입니다 (브라질과 가이아나는 에너지 패권국이 되는게 꿈입니다).
더군다나 OPEC이 최근 들어 감산 기조를 완화하고 있습니다. 2024년 6월 감산을 이번 9월까지 연장했지만, 10월부터는 공급을 늘릴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아마, AI발 에너지 수요 폭증, 라니냐로 인한 한파 등을 고려한 공급 증가로 보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원유 운임 수요를 증가시키는 부분으로서도 긍정적입니다.
추가적으로, 최근 암흑 함대(그림자 선대)의 사고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암흑함대는 유럽/미국의 선박 규제를 피하며 제멋대로 석유 운반을 하는 함대를 뜻합니다. 기존에 비서구권에서 유럽으로 나가던 물량들이 서방제제로 나가지 못하자, 러시아와 OPEC은 암흑함대를 활용해 아시아권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암흑함대는 주로 선령이 매우 높고 유지보수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주요 사용 국가는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사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실제로 올해도 몇 건의 사고가 있었으며, 탱커의 사고는 기름 유출로 이어지기 때문에 매우 중대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위의 변수들을 토대로 BEST와 WORST 시나리오를 최종적으로 정리해봤습니다.
1) BEST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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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기가 살아나거나 인도의 성장이 가팔라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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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받쳐주는 상황에서 OPEC이 증산하여 유가가 낮아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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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발 에너지 수요 폭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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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니냐로 기록적인 한파 >> 에너지 수요 폭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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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 에너지 가격 잡는 것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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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와 캐나다의 공급 증가로 유가 하락 >> 원유 수요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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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함대의 지속적인 사고로 수요 급감
2) WORST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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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중국이 살아니지 못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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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원유 수요가 구조적으로 감소하는 것 = 모든것의 전기화로 빠르게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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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이 작정하고 유가를 올리는 경우 >> 원유 수요 감소
최근 탱커 기업들의 주가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탱커업체들의 주가는 사실 2022년도부터 좋았습니다. 우러 전쟁으로 러시아 제재, 후티반군, 미국산 원유 수요 급등으로 인한 톤마일 증가를 반영한 것입니다. 탱커업체들은 분기별로 배당 수익률과 TCE를 제시하기 때문에, 숫자로 인해 주가 반영이 즉각 되는 편입니다.
2022년부터 달려온 주가는 최근 6월부터 조정을 받고 있는데, 이는 비수기인 2~3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어느 정도 반영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배경들을 이해한다면 최소 4Q24~2026년까지 운임 수요 대비하여 더티탱커의 공급은 쇼티지일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미래의 실적, 중고선가로 나타나게 될 것이고, 중고선가 상향은 결국 탱커섹터의 핵심 밸류에이션 지표인 P/NAV(시가총액/순자산가치)에 따라 재평가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매수하냐에 대한 대답은 아직 애매한 부분이 많습니다. 현재 3분기 스팟운임비가 좋지 못하기에 3분기 실적에 대한 가이던스가 생각보다 더 낮아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2분기 실적 발표 때, 3Q 가이던스 하향으로 인한 주가 하락이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탱커기업 투자의 핵심 지표라고 할 수 있는 EPS와 TCE를 정리하며 1편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해외 해운회사의 가장 큰 장점은 주주환원입니다. 이들은 선박을 재투자하는 비용 이외에는 대부분 배당을 하며, 실제로 ECO는 FCF를 100% 배당하는 기업입니다)
2편에서는 많고 많은 탱커 업체들 중에서 왜 ECO를 선택했는지에 대해서는 다루도록 하겠습니다.